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다섯 가지 순간
나무 복도가 내뱉는 낮은 비명. Bao Sang Ting Wu machiya posong의 복도를 걸을 때마다 발밑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쇼와 시대의 흔적을 품은 짙은 갈색 목조 건물이라 그런지, 걸음마다 나무가 내뱉는 소리가 정직하고 투박했다. 오후의 나른한 햇살이 복도 끝에서 길게 늘어질 때, "누가 더 요란하게 걷나 내기할까?"라는 장난스러운 제안에 우리는 숨을 죽였다. 결국 가장 조용히 걷겠다던 친구가 가장 큰 소리를 내며 복도 가득 웃음소리를 퍼뜨렸고, 그 소리는 오래된 나무 벽을 타고 집안 곳곳으로 번져나갔다.
얼음 띄운 홍우롱차의 서늘한 무게. 체크인을 하며 건네받은 차가운 홍우롱차 잔 표면에는 송골송골 맺힌 물방울이 손가락 사이로 차갑게 미끄러졌다. 6월 타이둥의 습한 공기가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 손끝에 닿은 유리잔의 냉기는 마치 구원처럼 강렬했다. 짙은 호박색의 차 위로 둥둥 뜬 얼음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냈고, 함께 곁들인 레드 퀴노아 스틱의 고소한 풍미가 입안의 텁텁함을 씻어내자 비로소 우리가 낯선 도시의 품에 들어왔음이 실감 났다.
에어컨 바람이 빚어낸 찰나의 정적. 뜨거운 햇볕 아래를 걷다 객실 문을 열었을 때, 쏟아져 나오는 서늘한 냉기가 땀에 젖은 셔츠를 빠르게 식혔다. 다다미 특유의 정갈하고 마른 풀 냄새가 코끝을 스쳤고, 낮은 천장 아래로 은은한 빛이 내려앉아 방 안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침대에 몸을 던졌고, 빳빳한 시트가 피부에 닿는 서늘한 감촉을 느끼며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천장만 바라봤다. '아, 그냥 이렇게 계속 누워 있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세상의 모든 소음이 차단된 듯한 평온한 정적이었다.
기름진 파전과 짠 바다의 숨결. 해변 공원에서 맛본 황기 파전은 손가락에 기름이 묻어날 정도로 노릇하고 고소했다. 입안 가득 퍼지는 파의 알싸한 향과 함께, 멀리 태평양에서 밀려온 짠 바람이 뺨을 스치며 지나가며 피부에 소금기를 남겼다. 파도가 밀려왔다 사라지는 규칙적인 소리를 배경 삼아, 우리는 서로의 입가에 묻은 기름기를 보며 낄낄거렸고, 6월의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바다를 배경으로 그저 배를 채우는 원초적인 즐거움에 온전히 집중했다.
이어플러그 너머로 흐르던 밤의 소란. 목조 건물은 소리를 가두지 않고 그대로 투과시켜, 옆방의 낮은 웃음소리와 복도를 지나가는 발소리가 벽을 타고 다정하게 넘어왔다. 호텔에서 세심하게 챙겨준 이어플러그를 꼈지만, 곁에 누운 친구들의 끊이지 않는 수다 소리와 옅은 숨소리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결국 우리는 불을 끄고 누워, 들려오는 소음들을 아늑한 배경음악 삼아 졸업 후의 막막함을 가벼운 농담과 낮은 속삭임으로 덮어버렸다. 어둠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느꼈던 그 묘한 안도감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뜻밖의 수확이었다.
이 무용한 순간들이 겹겹이 쌓여
특별한 계획은 없었다. 그저 6월의 타이둥에 가서 오래된 나무집에 머물고, 시끄러운 음악제에서 땀을 흘리며,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 전부였다. Bao Sang Ting Wu machiya posong의 낮은 천장과 서늘한 다다미 바닥은 우리가 굳이 무언가 열심히 증명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것 같았다. 졸업이라는 거창한 이름표를 떼어내고, 그냥 덥고 습한 여름날을 함께 견디며 웃었던 시간. 그 무용한 순간들이 겹겹이 쌓여, 우리는 서로의 민낯과 불안함을 더 편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억지로 힘을 내지 않아도 되었고, 그저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던, 숲처럼 깊고 고요한 위로의 여행이었다.
반쯤 먹다 남은 망고의 달콤한 향이 방 안에 낮게 깔려 있었다.
- Bao Sang Ting Wu machiya posong의 공용 공간에 있는 무쇠 솥으로 차를 끓여 마셔보길 권한다.
- 해변 공원 근처의 파전집에서는 반드시 시원한 음료를 곁들여 기름진 맛을 잡아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