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유치함을 묵묵히 견뎌낸 다섯 가지 증거물
다다미 매트: 짚 특유의 서걱거리는 촉감과 묵직한 나무 향이 코끝에 머문다. 마지막 와플 조각을 차지하기 위해 벌인, 수준 낮은 자존심 싸움과 그 과정에서 굴러다닌 우리의 몸부림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무쇠 솥: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하얀 증기와 뚜껑이 덜컹거릴 때마다 울리는 쨍한 금속음. 인생의 허무함이라는 거창한 주제로 시작해 결국 '누가 가장 멍청한 짓을 했는가'라는 한심한 결론으로 치달은 우리의 토론을 모두 기록했다.
쇼지 미닫이문: 얇은 종이 너머로 스며드는 은은한 빛과 손끝에 닿는 매끄러운 나무 프레임. 새벽 1시에 사라진 충전기 하나를 찾겠다고 방 안을 전쟁터로 만든 우리의 소란스러운 움직임을 묵묵히 지켜봤다.
실내 슬리퍼: 보들보들한 천 소재에 묻은 정체 모를 작은 얼룩. 조용히 나가자고 굳게 약속해놓고는, 정작 발소리를 쿵쿵거리며 복도를 행진했던 우리의 서툰 배려와 뻔뻔함을 기억한다.
귀마개: 작고 하얀 폼 형태의 가벼움. 나무 건물이라 밖의 소음이 심할까 봐 챙겨줬지만, 정작 가장 큰 소음의 근원은 우리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허탈하게 웃던 그 찰나를 함께했다.
이 물건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발가락 끝이 살짝 젖은 짝짝이 양말. 1월의 타이둥 안개 속에서 신발 속으로 스며든 습기는 눅눅했지만, 우리는 그걸 굳이 갈아신지 않았다. "이 찝찝함마저 여행의 일부지"라고 누군가 말했고, 우리는 그 말에 동조하며 낄낄거렸다. 사실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누가 가장 먼저 춥다고 징징거릴지 내기를 했었다. 결과는 뻔했다. 도착하자마자 셋 다 동시에 외투 깃을 바짝 세웠으니까. 1월의 타이둥은 생각보다 쌀쌀했다.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짠 내 섞인 바람이 뺨을 매섭게 때렸고, 마을은 옅은 안개에 잠겨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Bao Sang Ting Wu machiya posong에 들어섰을 때, 코끝을 스치는 오래된 나무 냄새가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일제강점기 교직원 숙소였다는 이 공간은 세월의 때가 묻어 있었지만, 동시에 건조하고 담백한 위로를 건넸다. 다다미 방에 짐을 던져두고 대자로 누웠을 때, 천장의 정교한 나무 결이 그대로 보였다. '아, 그냥 이렇게 누워 있는 게 이번 여행의 진짜 목적이었지'라는 생각이 스쳤다. 근처에서 사 온 유치렌 와플의 적당한 달콤함이 입안에 퍼졌고, 우리는 그걸 나눠 먹으며 서로의 엉망진창인 계획표를 비웃었다.
나무 벽 너머로 들려오는 다른 여행자들의 낮은 말소리와 우리의 높은 웃음소리가 묘하게 섞여 들었다. 굳이 무언가를 하려 애쓰지 않아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낡은 나무 바닥의 삐걱거림조차 하나의 리듬처럼 느껴졌고, 우리는 그 박자에 맞춰 아무 의미 없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이곳의 공기는 적당히 서늘했지만, 우리 사이의 온도는 적당히 뜨거웠다. 오래된 집이 주는 안온함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가장 못난 모습까지도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었다. 다시 이곳에 와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그냥 조금 더 누워 있기로 했다.
창밖의 새벽 공기는 차가웠지만, 방 안의 온도는 충분했다.
- 시내의 오래된 빙점서 짭조름한 맛이 일품인 소금 아이스바를 꼭 먹어볼 것
- 안개 낀 아침, Bao Sang Ting Wu machiya posong 주변의 고요한 나무집 사이를 천천히 걸어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