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서툰 소란함을 묵묵히 지켜본 다섯 가지
다다미 매트: 발가락 끝에 닿는 까슬까슬한 촉감과 코끝을 스치는 옅은 풀 내음. 우리가 누워 정체불명의 내기 게임을 하며 뒹굴던 시간, 그리고 패배자가 내뱉은 짧고 허망한 탄식을 기억한다.
쇼지 미닫이문: 반투명한 종이 너머로 뭉툭하게 비치는 실루엣. 누군가 몰래 야식을 먹으려다 들켰을 때의 당황한 표정과, 그 뒤로 이어진 낄낄거리는 웃음소리를 모두 지켜봤다.
히노끼 나무 벽: 묵직하고 쌉싸름한 나무 향이 배어 있는 짙은 갈색 표면. 눅눅한 5월의 공기를 머금은 채, 우리가 나눈 시시콜콜한 농담과 근거 없는 자신감들을 모두 흡수했다.
무쇠 솥: 묵직한 철의 무게와 물이 끓어오를 때 나는 규칙적인 보글거림. 차를 끓이며 '내일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말자'고 다짐하던 우리의 지독한 게으름을 목격했다.
린넨 침구: 살결에 닿는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적당한 서늘함. 밖에서 들려오는 빗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셋이서 동시에 잠들었다가, 새벽 3시에 배가 고파 깨어난 한 명의 허망한 눈빛을 기억한다.
만약 이 공간이 입을 열어 우리를 말한다면
이곳이 입을 열 수 있다면, 우리를 '적당히 무책임하고 꽤나 시끄러운 침입자들'이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90년 전 타이둥의 교사들이 머물던 정갈한 기숙사였던 Bao Sang Ting Wu machiya posong의 문을 열었을 때, 우리를 맞이한 것은 세월이 켜켜이 쌓인 엄격한 정적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정적을 단숨에 무너뜨렸다. 짐을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5월의 습한 공기를 뚫고 들어온 웃음소리로 방을 가득 채웠다. '여기서 이렇게 떠들어도 되나?' 하는 짧은 걱정은 금세 사라졌다. 나무 벽은 우리의 소음을 묵묵히 받아냈고, 다다미는 우리의 무게를 너그럽게 견뎠다.
우리는 대단한 깨달음을 얻으러 온 것이 아니라, 그저 함께 누워있기 위해 이곳에 왔다. 창밖으로는 유채꽃과 백합 향기가 섞인 바람이 불어왔고, 가끔은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섞여 들어와 코끝을 간질였다. 젖은 신발을 현관에 벗어두고, 근처에서 산 달콤한 와플을 나눠 먹었다. 설탕의 진한 향기가 히노끼의 쌉싸름한 향과 섞여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5월의 타이둥은 비가 자주 내렸다. 지붕을 때리는 규칙적인 빗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서로의 못난 점을 하나씩 꺼내어 투덜거렸다. "너 진짜 이럴 줄 알았다"는 핀잔조차 이곳에서는 다정한 대화처럼 느껴졌다.
동랑 가니발의 소음이 멀리서 아스라이 들려올 때쯤, 우리는 다시 방으로 돌아와 누웠다. 굳이 밖으로 나가 축제의 인파 속에 섞이지 않아도 좋았다. 좁은 방 안에서 서로의 고른 숨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계획표는 없었다. 배가 고프면 나가고, 졸리면 잤다. 그것이 우리가 생각한 가장 완벽한 여행의 형태였다. 4인에서 8인까지 머물 수 있는 넉넉한 독채 공간은 우리의 그런 무질서함을 너그럽게 품어주었다.
숙소에서 14분 정도 걸으면 타이둥 미술관에 닿는다. 5월의 비는 가늘게 내렸고, 우산을 같이 쓰느라 어깨 한쪽이 다 젖었다. 하지만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 젖은 어깨의 눅눅함보다 미술관 앞 공원에서 멍하니 바라본 초록색 풍경이 훨씬 더 좋았으니까. 다시 Bao Sang Ting Wu machiya posong으로 돌아오는 길, 길가에 핀 야생화들이 빗물에 젖어 더 선명한 색을 띠고 있었다. 우리는 그 풍경을 보며 내년에도 또 오자는, 어쩌면 지키지 못할지도 모르는 약속을 가볍게 던졌다. 그 약속이 거짓말이 되더라도, 지금 이 순간의 습도와 온도, 그리고 함께라는 안도감만은 영원히 기억될 것 같았다.
나무 향과 빗소리, 그리고 기분 좋은 게으름이 머물던 곳.
- 달콤한 와플을 사서 다다미 위에 누워 천천히 맛볼 것.
- 타이둥 미술관까지 걷는 14분 동안 빗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