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가 로비 카펫 위에서 뒹굴었다. 발목까지 푹 파묻히는 두께였다. 아이는 이곳이 푹신한 숲이라고 믿는 눈치였다. 은은한 우디 향이 감도는 로비의 공기 속에서, 아이는 정장을 입은 직원들이 바쁘게 지나가는 것조차 잊은 채 카펫의 결을 작은 손가락으로 천천히 훑었다. "엄마, 여기 구름 같아." 털실 같은 촉감이 주는 안도감이 아이의 통통한 뺨에 머물렀다. 럭셔리한 공간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아이의 엉덩이가 만들어낸 작은 홈이었다.
침대에 몸을 던졌다. 바스락거리는 흰 시트의 서늘한 촉감이 피부에 닿았다. 12월의 타이베이는 문밖을 나서는 순간 칼바람이 뺨을 때렸지만, 리젠트 타이베이의 방 안은 적당히 미지근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타이베이 101의 실루엣이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완성하고 있었다. 무거운 이불을 턱 끝까지 끌어올리자, 이불의 무게가 몸을 지그시 누르는 포근함이 밀려왔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그 무위(無爲)가 허락된 공간이라는 점이 나를 깊은 안도로 이끌었다.
창밖으로 도시의 소음이 낮게 깔려 있었다. 하지만 두꺼운 유리창에 걸러진 소리는 아주 먼 곳의 이야기처럼 웅얼거렸다. 찻잔 속에서 찻잎이 천천히 고요해지으며 내는 아주 작은 마찰음, 그리고 가끔씩 들려오는 낮은 웃음소리. 아이들이 잠시 잠든 사이, 방 안에는 규칙적인 숨소리만 남았다. 그 고요함은 텅 빈 것이 아니라, 적당한 온도로 촘촘하게 채워진 쾌적한 상태였다. 찻잔의 온기가 손바닥을 타고 심장까지 천천히 퍼져나갔다.
일층 조식 식당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두유 한 잔을 마셨다. 곁들여 나온 작은 접시의 절임 채소는 생각보다 달콤했다. 짭조름한 맛 뒤에 오는 은근한 단맛이 혀끝에 맴돌았다. 아이는 포크로 소시지를 찌르다 접시 밖으로 툭 밀어냈다. 나는 그 밀려난 소시지를 조용히 내 접시로 옮겼다. 우아한 식사는 아니었지만,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는 그 소박한 과정이 충분했다. 입안에 남은 두유의 고소함이 오래도록 여운처럼 머물렀다.
오후 네 시의 햇살이 방 안으로 비스듬히 들어왔다. 나무 바닥 위에 가구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빛의 각도가 아주 낮아, 방 안의 모든 사물이 평소보다 더 길고 아련해 보였다. 금빛 먼지들이 그 빛줄기 속에서 느리게 유영하는 모습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그 그림자의 끝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12월의 햇살은 뜨겁지 않았지만, 피부에 닿는 온기만으로도 마음의 모서리가 둥글게 깎이는 기분이었다.
가운을 입었다. 묵직한 면 소재의 무게감이 어깨를 감쌌다. 갓 세탁한 빨래에서 나는 특유의 깨끗하고 빳빳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소매 끝이 조금 길어 손등을 덮었지만, 그 어색함조차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조금 낯설었지만, 그 포근함이 마음에 들었다. 일상에서는 입을 일이 없는 무용한 옷이지만, 여행지에서는 이런 무용함이야말로 가장 절실한 사치였다. 두툼한 천의 무게감이 소란했던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모두가 침대에 흩어져 누웠다. 누구 하나 말을 하지 않았다. 각자의 스마트폰을 보거나, 천장의 무늬를 세거나, 그냥 눈을 감았다. 억지로 대화를 만들거나 분위기를 띄울 필요가 없는 시간. 서로의 온기가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에서 우리는 함께 있었다. 리젠트 타이베이의 안락함 속에서, 소란스러웠던 하루의 끝에 찾아온 이 정적이 가장 달콤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여행이었다.
창밖으로 타이베이의 밤이 깊게 내려앉고 있었다.
- 아이와 함께라면 로비의 넓고 두툼한 카펫 공간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 12월의 쌀쌀한 날씨에는 호텔 내 스파에서 따뜻한 물에 몸을 녹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