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내기를 했다. 누가 먼저 길을 잃을 것인가. 결과는 셋 다 패배였다. Jun Pin Jiu Dian의 로비는 상상보다 훨씬 거대했고, 천장에 매달린 수정 샹들리에는 마치 얼어붙은 빛의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고개를 한참 젖혀 올려다보느라 뒷목이 뻐근해질 때쯤, 우리는 그 아래서 서로의 멍청한 표정을 구경했다. 낯선 공간이 주는 압도적인 무게감에 잠시 말을 잃은 채, 우리는 그저 작은 점이 된 기분이었다.
아침 식사는 6층에 위치한 르 테에서 했다. 갓 구워낸 시나몬 빵에서 진한 브랜디 향이 섞여 올라왔다. 달콤함 끝에 혀끝을 톡 쏘는 묘한 풍미가 감돌았고, 따뜻한 두유 한 잔이 그 뒤를 부드럽게 감쌌다. 맛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좋았으니까. 4월의 투명한 아침 햇살이 하얀 식탁 위로 얇은 비단처럼 깔려 있었다.
"여긴 호텔이 아니라 거의 영화 세트장 아니야?" 친구가 툭 던졌다. 지나치게 화려하다는 투였다. 나는 그냥 잘 지어진 건물일 뿐이라고 무심하게 답했다. 친구는 나를 보며 '감성 파괴자'라고 놀려댔지만, 나는 그저 어깨를 으쓱했다. 화려함이 극에 달한 공간에서 나누는 이런 시시하고 낮은 대화가 오히려 우리를 더 편안하게 만들었다.
층마다 놓인 말 조각상들을 보며 우리만의 순위를 매겼다. 특히 3층에 있는 말의 표정이 유독 억울해 보였는데, 그게 딱 잠을 설쳐 해진 친구의 얼굴과 판박이였다. 우리는 복도가 울릴 정도로 한참을 낄낄거렸다. 이유 없는 웃음이 가장 오래가는 법이다. 우리는 그 말 조각상 곁에서 서로의 닮은꼴을 찾으며 유치한 장난을 멈추지 않았다.
로비 한구석에서 '플루스 울트라'라는 라틴어 문구를 발견했다. '더 멀리'라는 뜻이란다. 우리는 이미 타이베이 도심 한복판, 가장 안락한 곳에 머물고 있는데 대체 어디까지 더 가야 한다는 건지. 그런 무용한 고민을 하며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정답이 없는 질문을 던지며 시간을 낭비하는 순간은 언제나 쾌적하고 자유롭다.
나선형 계단을 오를 때 발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두꺼운 카펫이 모든 소음을 집어삼킨 기분이었다. 4월의 공기는 적당히 습하고 부드러웠으며, 복도를 지날 때마다 은은한 삼나무 향과 오래된 종이 냄새가 코끝에 머물렀다. Jun Pin Jiu Dian이 가진 고전적인 우아함이 피부에 닿는 공기의 밀도마저 다르게 만드는 것 같았다.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우산은 당연히 없었다. 역에서 호텔까지 전력 질주하는 동안 옷은 금세 젖어 몸에 무겁게 달라붙었다. 하지만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느껴진 훅 끼치는 온기 덕분에, 그 축축함조차 여행의 훈장처럼 느껴졌다. 젖은 신발에서 올라오는 눅눅한 냄새마저 이 도시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는 순간이었다.
방의 넓은 침대에 몸을 던졌다. 공간이 워낙 넉넉해 우리 셋이 함께 있어도 텅 빈 느낌이 들었지만, 그 적당한 거리감이 오히려 좋았다. 무언가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그저 하얀 시트 속에 파묻혀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 시간. 특별할 것 없는 정적의 순간이 역설적으로 가장 깊게 기억에 남는다.
젖은 운동화가 말라갈 때쯤, 우리는 다시 깊은 잠 속으로 누웠다.
- 6층 르 테의 브랜디 시나몬 빵은 꼭 먹어봐. 생각보다 훨씬 중독적이야.
- 로비의 말 조각상들과 사진 찍어봐. 서로의 닮은 꼴을 찾는 재미가 쏠쏠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