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침묵이 빚어낸 우리 사이의 거리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압도하는 거대한 책장과 그 위에 새겨진 '플루스 울트라'라는 문구가 보였다. 더 멀리 나아가라는 그 라틴어의 명령과는 달리, 나는 이곳의 정적 속에 그대로 고여 있고 싶었다. 은은한 샌들우드 향이 감도는 로비를 지나 Jun Pin Jiu Dian의 스위트 객실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한 것은 공간이 가진 묵직한 무게감이었다. 약 100평에 달하는 면적. 두 사람이 공유하기에는 지나치게 넓은 이 공간은 오히려 우리를 더 작게 만들었다. 천장에는 가죽으로 정교하게 감싸인 거대한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었고, 그 차가우면서도 화려한 빛은 바닥의 짙은 카펫 위로 부드럽게 흩어졌다. 소파에서 침대까지 걷는 짧은 시간 동안, 발소리를 완전히 집어삼키는 두꺼운 카펫의 촉감이 발바닥을 통해 뭉근하게 전해졌다. 3월 타이베이의 눅눅한 공기가 창밖에서 서성였지만, 실내의 서늘한 냉기는 피부에 닿는 감각을 예민하게 깨웠다. 우리는 이 거대한 여백 속에서 서로의 위치를 가늠하며, 역설적으로 서로에게 더 깊이 끌리고 있었다.
시선이 맞닿는 찰나의 무언의 약속
가로 3미터, 세로 2미터의 거대한 침대는 그 자체로 하나의 하얀 섬 같았다. 우리는 고밀도 리넨의 바스락거리는 촉감 속에 나란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한여름 밤의 꿈'을 형상화한 세밀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는데, 붓 터치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듯 몽환적이었다. "저 구름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내가 나지막이 묻자, 상대는 대답 대신 내 손등 위로 자신의 손가락 끝을 살며시 얹었다. 굳이 긴 말을 내뱉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온기. 보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낮은 첼로 선율이 방 안의 정적을 부드럽게 메웠고, 공기 조절 시스템의 일정한 기계음은 마치 거대한 생명체의 숨소리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서로의 규칙적인 호흡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시선이 닿는 곳이 같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손가락 끝이 닿을 듯 말 듯한 그 미세한 틈새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은 오히려 깊은 안도감을 주었다. 우리는 눈동자만을 움직여 벽화 속의 숲을 함께 거닐었고, 그것은 우리가 이 도시에서 선택한 가장 고요하고도 효율적인 여행이었다.
나선형 계단 끝에 놓인 각자의 고독
나선형 계단을 따라 2층 서재로 올라가면, 전면을 가득 채운 높은 책장들이 주는 위압감이 오히려 아늑한 보호막처럼 느껴진다. 커튼 사이로 스며든 오후의 햇살이 먼지 입자들과 함께 금빛으로 일렁였다. 나는 낡은 종이 냄새가 배어 있는 책 한 권을 집어 들었고, 상대는 네스프레소 머신 앞에서 진한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캡슐이 터지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고소한 커피 향이 서재의 묵직한 나무 냄새와 섞여 공기 중에 부유했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를 잡았다. 한 사람은 깊숙한 가죽 의자에, 다른 한 사람은 소파 끝자락에. Jun Pin Jiu Dian의 이 특별한 공간에서 우리는 같은 공기를 공유하면서도 서로 다른 세계의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책장을 넘기는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커피잔이 테이블에 닿는 둔탁한 소리가 리듬처럼 반복되었다. 그것은 외롭지 않은 고독이었으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면서도 침범하지 않는 세련된 거리감이었다. 6층 '르 테'에서 맛보았던 부드러운 크루아상의 풍미가 여전히 입안에 맴도는 듯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같은 지붕 아래 있다는 사실만으로 완전한 안심을 얻었다.
햇살이 복도의 말 조각상 등에 내려앉아 있었다.
- 6층 '르 테'에서 늦은 아침 식사를 하며 느린 시간을 보내보길 권한다.
- 로비의 예술 도슨트 투어에 참여해 성곽 같은 호텔의 디테일을 관찰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