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30, 르 테 조식 식당의 소란스러운 아침
5월의 타이베이는 공기부터가 묵직했다. 눅눅한 습기가 옷감 사이사이에 스며들어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감각. 하지만 호텔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마주하는 쾌적한 냉기는 그 자체로 다정한 환대였다. 르 테 식당의 아침은 우아함의 결정체였다. 은은한 조명 아래 정갈하게 놓인 식기들과 갓 구운 빵의 고소한 버터 향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의 테이블만큼은 그 우아함과 거리가 멀었다. 첫째는 크루아상을 뜯으며 부스러기를 테이블 위에 예술적으로 흩뿌려 놓았고, 둘째는 오렌지 주스를 컵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채우며 그것이 쏟아질지 말지를 관찰하는 데 온 신경을 집중했다.
주변의 다른 손님들은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거나 조용히 신문을 읽고 있었다. 그 정적의 틈새로 아이들의 높은 톤의 웃음소리가 톡톡 튀어 올랐다. 조금 민망한 마음이 들 때쯤, 서버는 그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깨끗한 냅킨을 더 가져다주었다. 쌉싸름한 커피 한 잔의 온기와 아이들의 소란함이 섞인 이 아침 식사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완벽했다. 호텔 내 네 곳의 레스토랑 중에서도 이곳의 아침은 가족의 생동감으로 인해 더욱 특별하게 기억될 것 같았다.
15:00, 준 이 스위트룸이 주는 압도적인 해방감
방 문을 여는 순간, 백 평이라는 숫자가 물리적인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천장에서 묵직하게 내려앉은 거대한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빛을 잘게 부수며 공간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었다. 아이들은 이 광활한 공간을 보자마자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졌다. 마치 좁은 우리에 갇혀 있다가 끝없는 초원에 풀려난 어린 짐승들 같았다. 둘째는 방 한가운데의 나선형 계단을 발견하고는 그것을 미끄럼틀처럼 이용하고 싶어 했다. 안 된다고 엄하게 말했지만, 이미 아이의 발걸음은 2층 서재를 향해 쏜살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지친 몸을 침대에 뉘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한여름 밤의 꿈을 형상화한 수제 벽화가 펼쳐져 있었다. 몽환적인 색채가 머리 위로 파도처럼 밀려왔다. 첫째가 내 옆으로 다가와 속삭였다. "아빠, 저 그림 속에 우리가 들어갈 수 있어?" 나는 대답 대신 천장의 요정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웅장한 공간이 주는 압도감보다, 그 공간을 제집처럼 휘젓고 다니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더 크게 보였다. 가구들의 육중한 질감과 아이들의 가벼운 발소리가 묘하게 어우러졌다. 발가락 사이로 밀려 들어오는 푹신한 카펫의 감촉에 취해, 그냥 이대로 영원히 누워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9:00, Jun Pin Jiu Dian 내부에서 만난 작은 유럽
밖에는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5월의 메이우 시즌, 우산이 몸의 일부가 되어야만 하는 계절이다. 우리는 밖으로 나가는 대신 Jun Pin Jiu Dian의 내부를 천천히 거닐기로 했다. 로비의 거대한 책장 앞에 섰을 때, '더 멀리, 더 높은 곳으로'라는 뜻의 라틴어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에게 그 숭고한 의미를 설명해주려 했지만, 둘째는 이미 복도 곳곳에 배치된 말 조각상들을 세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층마다 나타나는 말들의 모습은 조금씩 달랐다. 아이들은 말의 갈기 부분을 조심스레 만져보며 어느 말이 더 빨리 달릴 수 있을지 내기를 시작했다. 우리는 천년 전의 기록이라는 원반형 음악 상자 앞에 멈춰 섰다. 태엽이 돌아가며 내는 규칙적인 기계음과 그 뒤를 잇는 맑고 투명한 선율. 아이들이 잠시 숨을 죽였다. 소리가 공간을 채우는 짧은 순간, 우리가 타이베이의 한복판에 있다는 사실을 잊었다. 마치 유럽의 어느 오래된 성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창밖을 두드리는 빗줄기의 리듬이 오히려 내부의 아늑함을 더해주었다. 젖은 신발을 신고 걷는 고단함보다, 이 마른 카펫 위를 천천히 유영하는 시간이 훨씬 즐거웠다.
23:00, 모든 소음이 잦아든 어른들의 시간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졌다. 3미터가 넘는 거대한 침대는 아이들의 작은 몸집을 완전히 집어삼켰고,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작은 발가락 하나만이 아이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이제야 비로소 온전한 어른들의 시간이 찾아왔다. 2층 서재에 마련된 위스키 바에서 잔을 채웠다. 얼음이 부딪히며 내는 청량한 달그락 소리가 적막한 방 안에 명확하게 울려 퍼졌다.
낮 동안의 소란함이 거짓말처럼 사라진 공간은 다시금 정적과 웅장함을 되찾았다. 하지만 아까의 정적과는 결이 달랐다. 공간 곳곳에 아이들의 온기가 묻어 있었다. 소파 위에 덩그러니 놓인 장난감 자동차, 카펫 위에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 하나. 완벽하게 정돈된 호텔 방보다, 조금은 엉망이 된 이 방이 훨씬 더 편안하게 느껴졌다.
무용한 것들이 주는 즐거움이란 이런 것이다. 굳이 필요하지 않은 광활한 공간, 거창한 천장화, 오래된 음악 상자. 하지만 그 무용한 것들이 아이들의 상상력과 만났을 때,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이 된다. 내일이면 다시 눅눅한 공기 속으로 나가야 하겠지만, 지금 이 순간의 쾌적함과 정적이면 충분했다. 다음에는 아이들이 더 커서, 이 나선형 계단을 더 빠르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잔을 비웠다.
천장의 그림 속 요정들이 아이들의 고른 숨소리를 따라 천천히 춤을 추고 있었다.
- 준 이 스위트룸의 나선형 계단과 천장 벽화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디테일이다.
- 5월의 비 오는 날씨에는 외부 일정보다 호텔 내부의 예술 작품 관람과 음악 상자 체험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