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의 우리에게. 그때도 우린 이렇게 시시한 걸로 내기를 하고 있을까. 10월의 타이베이는 생각보다 훨씬 쾌적했고, 우린 적당히 게을렀지. 그 나른하고 평화로웠던 기억이 여전히 유효했으면 좋겠어.
5년 뒤에도 선명히 떠오를 찰나의 조각들
로비 베이커리의 달콤한 온기: 노란 조명 아래, 코끝을 간지럽히던 갓 구운 빵의 고소하고 진한 버터 향기가 로비 전체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었다. 이미 배가 불러 있었지만, 우리는 서로 "딱 하나만 더"라고 속삭이며 빵 봉투를 가득 채웠고, 그 바삭한 껍질의 질감과 함께 작은 욕심에 행복해하던 우리의 웃음소리가 5년 뒤에도 귓가에 선명할 것 같다.
10월의 투명한 공기 질감: 더 오쿠라 타이베이의 묵직한 회전문을 열고 나섰을 때 훅 끼쳐오던 건조하고 서늘한 가을바람. 얇은 가디건의 소매 끝이 손등을 덮을 때의 포근함과 푸른 가을 하늘 아래 습기가 가신 타이베이의 공기가 주는 다정함에 우리는 속절없이 취해 있었고, 목적지 없이 중산역 방향으로 걷던 그 길 위에서 비로소 일상의 소음에서 벗어난 여행자가 된 기분을 만끽했다.
조식 식탁의 정갈한 소란: 일본식 정찬이 놓인 테이블 위로 놋그릇에 부딪히는 젓가락의 맑은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울려 퍼지던 아침. 짭조름한 생선구이의 향과 따뜻한 미소시루의 김이 안경에 하얗게 서려 앞이 보이지 않던 그 찰나의 불편함마저, "안 보여, 아무것도 안 보여!"라며 웃던 네 얼굴과 정갈하게 빚어진 음식들 덕분에 포근한 농담으로 변했다.
리넨 시트의 빳빳한 안식: 방에 들어서자마자 몸을 던졌을 때 느껴지던 더 오쿠라 타이베이 특유의 서늘하고 빳빳한 리넨의 감촉. "여기서 그냥 퇴실 때까지 안 나가면 안 될까"라고 말하며 서로를 쳐다보던 게으른 눈빛들, 그리고 묵직한 도어락 소리와 함께 세상의 소음이 차단된 진공 상태의 방 안에서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평화를 누리며 서로의 숨소리에만 집중하던 그 시간이 그립다.
5년 뒤, 이 기록의 봉인을 해제한다면
우리는 아마 어디를 방문했는지, 어떤 식당에서 줄을 섰는지는 잊었을 것이다. 하지만 높은 천장 아래로 쏟아지던 10월의 푸른 빛줄기와 그 빛이 만든 방 안의 고요한 각도는 기억날 것 같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완벽하게 누워있는 것"이라며 낄낄거렸던 엉뚱한 합의가, 사실은 서로의 지친 마음을 보듬어준 치유의 시간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무용한 것들이 주는 안도감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서로의 표정을 더 자세히 읽어낼 수 있었다.
창가에 놓인 미지근한 커피 한 잔, 그리고 우리의 계절.
- 더 오쿠라 타이베이의 베이커리 빵은 고민하지 말고 넉넉히 살 것.
- 10월의 타이베이에서는 지도를 접고 발길 닿는 대로 걷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