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30, 금빛 햇살이 부서지는 조식 홀
아스팔트 위로 열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기 전, 우리 가족은 이미 깨어 있었다. 둘째는 아직 잠이 덜 깬 눈으로 팬케이크 위에 메이플 시럽을 듬뿍 쏟아냈고, 첫째는 오렌지 주스를 컵 끝까지 채우느라 작은 입술을 앙다문 채 온 신경을 집중했다. 더 오쿠라 타이베이의 조식 홀은 정갈함 그 자체였다. 높은 천장 덕분에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날카롭지 않게 뭉개져 부드러운 배경음악처럼 퍼졌고, 은식기가 하얀 접시에 닿는 챙강 소리가 규칙적인 리듬을 만들었다. 아이들의 끈적이는 손가락과 대조되는, 빳빳하게 다려진 하얀 테이블보의 촉감이 시각적으로도 서늘하게 다가왔다. 직원은 시럽이 묻은 테이블을 닦아내며 옅은 미소를 지었는데, 그 배려 섞인 표정이 과하지 않아 마음이 편안했다. 잘 익은 망고의 진한 단내가 코끝에 머물고, 갓 구운 빵의 온기가 손바닥을 통해 전해질 때쯤 나는 깨달았다. 소란스러운 아이들 틈에서 마시는 진한 커피 한 잔, 이 정도의 무질서라면 충분히 견딜 만한, 아니 오히려 사랑스러운 아침이라는 것을.
14:00, 서늘한 구원이 기다리는 객실
중산역에서 내려 걷는 길은 온통 끈적였다. 단 5분만 걸어도 셔츠 뒷덜미가 눅눅하게 젖어 들었고, 공기는 물기를 가득 머금어 숨을 쉴 때마다 무거운 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왔다. 그때 불현듯 하늘이 열리더니 거대한 물벽이 쏟아져 내렸다. 우산이 무색할 정도의 폭우였다. 젖은 옷을 이끌고 더 오쿠라 타이베이의 로비로 들어선 순간, 피부에 닿는 서늘한 공기는 단순한 냉방이 아니라 일종의 구원처럼 느껴졌다. 객실 문을 열자마자 아이들은 신발을 벗어 던지고 하얀 침대로 뛰어들었다. 발소리를 부드럽게 집어삼키는 두툼한 카펫의 촉감이 발가락 사이로 포근하게 감겼다. 파나소닉 전기포트로 따뜻한 차 한 잔을 우려내며, 하얀 시트의 서늘함에 몸을 맡긴 아이들의 숨소리가 금세 고르게 변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창밖에는 여전히 회색빛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방 안의 온도는 완벽한 평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무거운 짐과 함께 함께 누워 천장의 정교한 몰딩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이토록 달콤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증명해주고 있었다.
19:00, 도시의 불빛이 일렁이는 루프탑 수영장
저녁 식사를 마치고 올라간 루프탑 수영장은 지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습한 밤공기가 피부를 눅눅하게 감쌌지만, 물속으로 몸을 밀어 넣는 순간 모든 불쾌함은 씻겨 내려갔다. 적당한 온도의 물이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긴장을 풀어주었다. 첫째는 물안경을 쓰고 수영장 바닥의 타일 개수를 세는 것에 몰두했고, 둘째는 튜브 위에서 둥둥 떠다니며 타이베이의 야경을 구경했다. 수평선 너머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들이 밤의 습기 때문에 수채화처럼 조금씩 번져 보였다. 그 흐릿한 빛의 무리가 오히려 다정하게 느껴져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물 밖으로 나왔을 때 뺨을 스치는 밤바람은 기분 좋게 시원했다. 아이들의 젖은 머리카락에서 특유의 여름 냄새와 소독약 냄새가 섞여 났다. 수영장 끝에 걸터앉아 발가락 끝으로 작은 물결을 만들며 생각했다. 특별한 대화는 없었지만, 그저 함께 물속에 있다는 것, 그리고 도시의 소음이 아주 멀게 느껴진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충만한 저녁이었다.
22:30, 모두가 잠든 뒤의 고요한 사치
아이들을 씻기고 겨우 잠재운 뒤, 방 안에는 낮은 조명과 잔잔한 공기청정기의 소음만이 남았다. 하루 종일 아이들의 요구사항을 처리하느라 팽팽하게 곤두섰던 신경이 비로소 느슨하게 풀리는 시간이다. 토토 비데의 따뜻한 온기와 정갈한 욕실의 분위기가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 주었다. 탁자 위에 놓인 차가운 물 한 잔을 마시자, 유리컵 표면에 맺힌 물방울이 손가락을 타고 차갑게 흘러내렸다. 침구는 몸의 곡선을 따라 부드럽게 감싸 안았고, 적당한 탄성이 있는 매트리스 덕분에 묵직했던 허리의 긴장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내일은 또 어디를 갈지, 아이들이 무엇을 고집할지 잠시 생각했지만 더 이상 그것은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돌아올 곳이 이렇게 포근하고 완벽하다는 확신이 있다면, 밖에서의 소란함은 오히려 여행을 풍성하게 만드는 양념이 된다. 불을 끄고 누우니 암막 커튼 사이로 아주 작은 도시의 빛이 스며들었다. 그 작은 빛조차 따뜻하게 느껴지는 밤, 꽤 괜찮은 하루였다.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걷던 눅눅한 거리조차 이제는 그리운 기억이 된다.
- 루프탑 수영장은 해 질 녘에 방문해 보세요. 도시의 불빛이 번지기 시작하는 순간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 조식 홀의 망고와 갓 구운 빵은 꼭 함께 드셔보세요. 7월의 무더위를 잊게 하는 정갈한 맛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