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타이베이는 생각보다 서늘했다. 옷깃을 파고드는 습한 바람에 어깨를 움츠리며 더 오쿠라 타이베이의 회전문을 지나자, 차가운 공기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정돈된 온기가 피부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천장의 거대한 수정 샹들리에가 뿜어내는 찬란한 빛과 그 아래 정갈하게 놓인 수많은 호접란의 우아한 자태였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두툼한 카펫이 구두 굽 소리를 부드럽게 집어삼켰고, 공간 전체에 흐르는 은은한 향기가 마음속의 소란을 잠재웠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체크인을 마치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침대에 몸을 던졌을 때, 바스락거리는 시트의 서늘한 촉감이 뺨에 닿았고 적당한 무게감의 이불이 몸을 덮어주자 비로소 여행의 긴장이 느슨하게 풀렸다. "여기 침대, 정말 완벽해." 나직하게 뱉은 말 속에 안도감이 섞여 있었다. 오후 세 시의 햇살이 커튼 틈새로 스며들어 나무 바닥 위에 길쭉한 금빛 그림자를 그렸고, 나는 그 그림자의 끝을 발가락으로 가만히 건드리며 한참을 누워 있었다. 특별한 계획 같은 건 필요 없었다. 누군가 우리에게 무엇을 하러 왔느냐고 묻는다면, 그저 이 고요함 속에 누워 있으러 왔다고 답했을 것이다. 그것이 이번 여행의 유일하고도 거대한 목적이었다. 호텔 베이커리에서 산 파인애플 케이크를 꺼내 한 입 베어 물자, 진한 버터의 풍미와 파인애플의 상큼한 산미가 혀끝에서 정교한 비율로 어우러졌다. 너무 달지도, 그렇다고 심심하지도 않은 그 맛은 마치 이 호텔이 주는 절제된 편안함과 닮아 있었다. 우리는 케이크 하나를 나눠 먹으며 아주 사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어제 본 영화의 결말이 아쉬웠다는 이야기, 호텔 가운의 소매가 생각보다 길어 손등을 덮는다는 이야기 같은 것들. 그런 무용한 대화들이 방 안의 정적을 적당한 온도로 채웠다. 욕실로 들어가 물을 틀자 강한 수압의 따뜻한 물줄기가 어깨의 뭉친 근육을 부드럽게 녹여내렸고, 매끄러운 타일의 촉감과 은은한 비누 향이 섞여 들며 몸과 마음의 경계가 흐릿해졌다. 씻고 나와 다시 침대에 누웠을 때, 방 안의 온도는 완벽한 평형을 이루고 있었다. 밖은 여전히 바람이 불고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겠지만, 이 사각형의 안식처만큼은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고요한 섬 같았다. 우리는 서로의 규칙적인 숨소리를 들으며 천장의 무늬를 세었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여기 정말 좋다"라는 말이 더 진실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저녁이 되어 창밖의 불빛들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화려한 도시의 야경이었지만, 우리는 그 풍경을 배경 삼아 그저 멍하게 있었다. 무언가 대단한 깨달음을 얻으려 애쓰지 않았다. 그냥 지금 이 온도가 좋았고, 옆에 있는 사람의 온기가 다정했으며, 내일 아침에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충분했다. 12월의 타이베이는 그렇게 우리에게 조용한 안식처를 내어주었다. 더 오쿠라 타이베이에서의 시간은 화려한 장식보다는 잘 닦인 유리창처럼 투명하고 쾌적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리듬에 맞춰 천천히 호흡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다 한 것 같은 충만함이 밀려왔다. 짐을 쌀 때 보았던 정갈한 가구의 모서리와 빳빳한 수건의 감촉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때도 우리는 아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생애 가장 괜찮은 여행이 될 것이다.
- 호텔 베이커리의 파인애플 케이크를 사서 방에서 천천히 나눠 먹기
- 중산구의 겨울 거리 산책 후 따뜻한 욕조에서 반신욕 즐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