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타이베이와 엉터리 내기
"5월의 타이베이가 맑을 거라고 호언장담한 게 대체 누구였지?" 젖은 운동화를 털어내는 둔탁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우리는 서로의 꼴을 빤히 쳐다봤다. "네가 그랬잖아! 이번엔 날씨 요정이 우리 편이라며!" "내 기억엔 절대 아니었는데? 아마 다른 애가 그랬겠지." "와, 진짜 기억 상실증이야? 졌으니까 얼른 10달러 내놔!" "치사하게 진짜! 10달러면 밀크티가 몇 잔인데!" 우리는 서로를 낄낄거리며 몰아세웠고, 눅눅해진 옷가지들이 바닥으로 툭툭 떨어졌다. 밖은 습도 80퍼센트의 끈적한 공기가 도시 전체를 눅눅하게 껴안고 있었지만, 육중한 문을 닫는 순간 그 불쾌한 끈적임은 마법처럼 차단되었다.
초록색 가죽과 서늘한 공기가 주는 안식
우리가 머문 Han Ju Jiu Dian의 '예올' 객실은 도시의 소란을 잠재우는 고요한 섬 같았다. 문을 열자마자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짙은 초록색 가죽 의자와 정갈하게 뻗은 나무 무늬였다. 밖의 회색빛 하늘과는 대조적인 선명한 색감이었다. 전면 유리창으로 스며드는 은은한 빛은 방 안의 차분한 분위기를 더했고, 공기는 적당히 서늘해 피부에 닿는 감촉이 매끄러웠다. 눅눅해진 양말을 벗어 던지고 맨발로 바닥을 딛었을 때 느껴지는 그 서늘하고 매끄러운 감촉이 여행의 피로를 씻어내 주는 듯했다. 짐가방 세 개를 펼쳐놓아도 동선이 꼬이지 않을 만큼 넉넉한 공간 덕분에, 우리의 소란스러움은 오히려 아늑한 유대감으로 변했다. 특히 초록색 가죽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고 있으면, 내가 지금 타이베이 한복판에 있다는 사실이 잠시 잊혔다. 그저 적당한 온도와 조명, 그리고 옆에서 과자를 바삭하게 씹고 있는 친구의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다음 날 아침, 비굿 레스토랑에서 맛본 세미 뷔페의 따뜻한 커피 향과 갓 구운 빵의 바삭한 질감은 어제의 내기를 웃음 섞인 추억으로 바꾸어 놓았다. 오후에 찾은 수영장에서 바라본 타이베이의 전경은 푸른 물결 너머로 아스라이 멀어졌고, 우리는 그저 물속에 몸을 맡긴 채 도시의 소음을 지워냈다. Han Ju Jiu Dian의 포근한 침구와 강한 수압의 샤워실은 단순한 편의시설을 넘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을 주는 안식처였다. 물결이 찰랑거릴 때마다 도시의 소음이 멀어지고, 오직 우리만의 호흡만이 남는 시간. 운동화가 젖은 것쯤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이곳의 공간이 주는 완벽한 쾌적함과 안락함이 우리를 감싸 안았기에,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그저 이 순간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된 셈이었다.
낮은 목소리로 나누는 밤의 진심
"내일은 그냥 하루 종일 누워 있을까." 조명을 낮춘 방, 침대 끝에 걸터앉은 친구의 목소리가 낮게 고요해져 있었다. "나도. 사실 그거 완전 찬성." "여행 와서 누워만 있는 게 말이 돼? 남들이 알면 뭐라고 하겠어." "그게 진짜 여행이지. 아무것도 안 할 자유를 누리는 거." "그럴싸하네. 그럼 내일 조식만 먹고 다시 눕는 걸로 하자." 우리는 작은 소리로 낄낄거렸다. 방 안에 감도는 은은한 나무 향과 함께, 낮의 소란함이 걷힌 자리에는 서로에 대한 무심한 다정함이 채워졌다. 특별한 깨달음이나 거창한 약속은 없었지만, 함께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허기가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에어컨의 낮은 웅웅거림이 우리 사이의 적막을 다정하게 채우고 있었다.
- 비굿 레스토랑의 세미 뷔페 조식으로 가벼우면서도 알찬 아침을 시작해 보세요.
- 예올 객실의 전면 유리창 너머로 비 내리는 타이베이 시내를 가만히 관조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