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버튼과 거대한 거울의 나라
5월의 타이베이는 공기 자체가 눅눅한 젖은 수건처럼 온몸을 무겁게 감싸 안았다. Han Ju Jiu Dian의 로비에 들어선 순간, 훅 끼쳐오는 습기를 밀어내듯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 은은한 시트러스 향이 코끝을 스쳤다. 하지만 아이의 관심은 그런 세심한 배려보다 훨씬 단순하고 강렬한 곳에 머물렀다. 반짝이는 대리석 바닥에 자신의 작은 운동화가 거울처럼 선명하게 비치는 것을 발견한 아이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발을 굴렀다. "엄마, 내 발이 두 개가 됐어!" 아이의 맑은 외침이 높은 천장을 타고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직원이 건네는 다정한 환영 인사보다, 엘리베이터의 은색 버튼이 내뿜는 차가운 금속성 광택에 마음을 뺏긴 아이의 눈에 이곳은 호텔이 아니라, 모든 것이 매끄럽고 거대한 미지의 행성이었다. 짐을 끄는 나의 무거운 발소리와 대조적으로, 아이의 가벼운 발걸음은 눅눅한 공기를 기분 좋게 밀어내며 공간 전체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초록색 가죽 정글과 달콤한 전리품
코너 스위트 룸의 문을 열자마자 아이의 시선을 강탈한 것은 짙은 초록색 가죽 소파였다. 아이는 그것을 보자마자 "여긴 숲이야!"라고 외치며 망설임 없이 몸을 던졌다. 손끝에 닿는 가죽의 질감은 서늘하면서도 매끄러웠고, 아이는 그곳을 정글 삼아 한참 동안 탐험을 이어갔다. 통창 너머로 보이는 타이베이의 도심은 무채색의 회색빛이었지만, 방 안의 초록색은 생명력 있게 빛나며 아이만의 작은 세계를 구축했다. 커튼 뒤에 숨어 숨을 죽인 아이의 작은 웃음소리가 들릴 때마다, 나는 일부러 모르는 척하며 이 천진난만한 모험을 지켜보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호텔 내 레스토랑 비굿에서 맛본 크림 파스타는 꾸덕한 소스가 입가에 묻는 줄도 모르고 흡입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짭조름한 치즈 향과 부드러운 면발이 입안을 가득 채웠고, 옆 테이블에서 풍겨오는 쫑쯔의 찰진 냄새가 5월의 습한 공기와 섞여 더욱 진하게 다가왔다. 아이가 디저트로 나온 작은 과일을 보물처럼 소중하게 쥐고 있을 때, 나는 이 여행의 가장 소중한 전리품은 바로 이 아이의 환한 미소라는 것을 깨달았다.
빗소리가 빚어낸 어른의 고요한 섬
아이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방 안의 정적을 메우기 시작했다. 폭풍 같은 탐험이 끝나고 찾아온 평화. 이제야 비로소 나는 Han Ju Jiu Dian의 공간을 어른의 시선으로 오롯이 느끼기 시작했다. 객실의 목재 가구들이 내뿜는 은은한 나무 향이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고, 빳빳하게 정돈된 침대 시트의 서늘한 감촉이 피부에 닿아 긴장을 풀어주었다. 창밖에는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유리창을 타고 흐르는 빗방울들이 도시의 네온사인을 길게 늘어뜨리며 몽환적인 수채화를 그려내고 있었다. 나는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가만히 앉아 있었다.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충분한 시간. 누군가는 지루하다 하겠지만, 나에게는 이 무용한 고요함이 가장 절실했다. 낮게 웅웅거리는 에어컨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 경적 소리가 겹쳐져 하나의 안온한 막을 형성했다. 내일은 도시 전망의 수영장에서 아이와 함께 물놀이를 하며 이 여유를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억지로 무언가를 보러 가지 않아도, 그저 비 오는 타이베이의 밤을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비는 그쳤고, 방 안은 여전히 다정한 온기로 가득했다.
- 비굿 레스토랑의 조식 뷔페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신선한 과일과 갓 구운 빵을 넉넉히 챙겨보세요.
- 양명산의 백합꽃 구경 후, 호텔로 돌아와 코너 스위트 룸의 초록색 소파에서 함께 낮잠을 청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