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먼저 배고프다고 했더라
1월의 타이베이는 생각보다 매서웠다. 뺨을 날카롭게 때리는 북동풍에 몸이 절로 움츠러들 때쯤, 우리는 Han Ju Jiu Dian 로비를 나섰다. 로비의 온화한 공기가 순식간에 증발하고, 폐부 깊숙이 차가운 도시의 금속성 냄새와 습한 겨울밤의 기운이 스몄다. 누군가 배가 고프다고 툭 던진 말 한마디에 시작된 편의점 질주 내기. 결과는 뻔했다. 패배의 대가로 든 비닐봉지 속에는 갓 튀긴 지파이와 캔맥주 몇 개가 들어있었다. 얇은 비닐을 뚫고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튀김의 뜨거운 열기는, 얼어붙은 손끝을 녹여주는 겨울밤의 유일한 구원처럼 느껴졌다. 송강로의 가로등은 희미하게 번져 있었고, 길을 걷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하얀 김이 뿜어져 나왔다. 그 모습이 마치 작은 엔진들이 가동되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낄낄거리며 다시 호텔로 향했다. 발걸음은 빨랐고, 봉투 속의 튀김은 걸음마다 달그락거리며 기분 좋은 소음을 냈다.
바삭한 소음과 무용한 대화들
"야, 너 진짜 이걸 다 먹겠다고? 내일 아침에 얼굴 퉁퉁 부을 텐데."
짙은 녹색 가죽 소파에 몸을 파묻은 친구가 핀잔을 줬다. 나는 대답 대신 지파이 한 조각을 크게 베어 물었다. '바삭' 하는 소리가 정적을 깼다. 세련된 나무 결이 살아있는 벽면과 묵직한 가죽의 질감이 주는 Han Ju Jiu Dian 특유의 고급스러움 위에, 편의점 비닐봉투와 플라스틱 용기들이 무질서하게 널브러진 풍경이 묘하게 안락했다.
"원래 여행의 완성은 야식이야. 넌 너무 계산적이라니까."
"계산적인 게 아니라 효율적인 거지. 우리가 여기 쾌적하게 쉬려고 온 거잖아. 근데 여기서 이걸 먹으면 그 쾌적함이 사라진다고."
"이미 사라졌어. 내 입안에 튀김 가루가 가득하거든."
우리는 서로를 놀리며 캔맥주를 땄다. 치익,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쌉싸름한 액체가 목을 타고 넘어갔다. 낮에 마주했던 101 타워의 소란스러운 인파와 소음이 이제는 먼 기억처럼 희미해졌다.
"너 아까 불꽃놀이 볼 때 표정 봤어? 완전 멍하더라. 감동받은 거야, 아니면 그냥 졸린 거야?"
"둘 다. 너무 많은 사람이 있어서 기가 빨렸어. 근데 지금 이 상태가 딱 좋아. 좁은 방에 모여서 쓸데없는 소리 하는 거."
"그건 인정. 근데 너, 내일 조식 스테이크 먹을 수 있겠냐? 지금 이렇게 먹어치우면 배불러서 못 먹을 텐데."
"걱정 마. 내 위장은 생각보다 유연하니까. 넌 그냥 네 몫이나 챙겨."
우리는 그렇게 한 시간 동안 무용한 이야기를 나눴다. 누가 더 못생기게 자는지, 내년에는 어디로 도망칠 것인지. 정답 없는 질문들이 은은한 조명 아래 흩어졌다. 럭셔리한 객실의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는 가장 초라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소란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
음식물이 사라진 테이블 위에는 빈 캔과 기름진 휴지, 찌그러진 비닐봉지만이 남았다. 폭풍 같은 소란함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짙은 정적이 찾아왔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창가로 다가갔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진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타이베이의 야경이 강물처럼 흘렀다. 송강로의 차들이 가느다란 빛줄기가 되어 끊임없이 교차하는 모습. 더 이상 말은 필요 없었다. 층마다 마련된 정수기에서 떠온 시원한 물 한 잔으로 입안을 헹구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단단한 매트리스와 바스락거리는 시트의 감촉이 피부에 닿자 비로소 여행의 피로가 밀려왔다. 밖은 여전히 춥고 소란스럽겠지만, 이 방 안만큼은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고요한 섬 같았다. 나쁘지 않은 밤이었다. 충분했다.
반쯤 남은 물병 속에서 작은 기포 하나가 천천히 수면으로 올라왔다.
- 타이베이 야시장 스타일의 큼직한 지파이와 쌉싸름한 흑맥주 조합
- 편의점의 따뜻한 찐 옥수수와 달콤한 밀크티의 단짠 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