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소란함조차 풍경이 되는 곳, 왜 이곳이어야 했을까?
가족 여행은 때로 정교하게 짜인 팀 작전과 같다. 무거운 짐을 챙기는 일부터 낯선 길을 찾아 이동하는 모든 과정이 치열한 전투에 가깝다. 첫째는 끊임없이 새로운 무언가를 요구하고, 둘째는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걸음을 멈춰 세운다. 팽팽하게 당겨진 긴장감을 안고 Han Ju Jiu Dian의 밝고 넓은 스위트룸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한 것은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짙은 초록색 가죽 의자였다. 차분하게 고요해지은 색감 위로 아이들이 끈적한 손을 얹고 폴짝거리는 모습이 겹쳐졌다. 정갈하게 정돈된 공간에 아이들의 소란함이 섞여 드는 풍경.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불협화음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빳빳하게 다려진 하얀 시트의 향기와 부드러운 나무 바닥의 질감이 아이들의 활기를 너그럽게 품어주는 기분이었다. 높은 층고 덕분에 숨통이 트였고, 커다란 통창을 통해 10월의 타이베이 햇살이 금빛 가루처럼 길게 쏟아져 들어왔다. 먼지가 빛을 타고 느릿하게 유영하는 것을 보며 침대에 몸을 던졌다. 25도의 건조한 공기가 피부에 닿을 때마다, 억지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묘한 안도감이 밀려왔다. 이곳은 소란스러운 우리 가족이 잠시 닻을 내릴 수 있는 고요한 항구였다.
작은 발가락이 물고기가 되던 순간, 아이는 무엇에 매료되었나?
둘째는 도시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수영장에서 보낸 시간을 가장 오래 기억할 것 같다. 10월의 공기는 제법 서늘했지만, 피부를 감싸는 물속의 온도는 적당히 미지근했다. 아이는 물속에서 자신의 발가락을 빤히 바라보더니, 갑자기 은빛 물고기가 나타났다며 높은 소리로 외쳤다. 알고 보니 그저 자신의 발가락이 물결에 굴절되어 보인 것뿐이었다. 그 사소하고 귀여운 오해가 우리 모두를 웃게 했다. 찰랑이는 물살을 가르는 소리, 아이의 맑은 웃음소리, 그리고 손끝에 닿는 매끄러운 물의 촉감. 수영장 너머로 낮게 깔린 타이베이의 스카이라인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져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비굿 레스토랑에서 맞이한 식사 시간 역시 잊을 수 없다. 갓 구운 빵의 고소하고 진한 풍미가 코끝을 간지럽혔고, 아이는 접시에 담긴 과일의 선명한 색깔이 예쁘다며 한참을 구경했다. 입가에 붉은 잼을 묻히고 오물거리는 아이의 얼굴을 보며, 나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온기를 손바닥으로 느꼈다. 아이가 작은 포크로 조심스럽게 떼어 내 접시에 놓아준 과일 한 조각. 대단한 미식은 아니었지만, 아삭한 채소의 신선함과 부드러운 달걀의 질감이 정직하게 다가왔다. '배가 불러서 더는 못 먹겠다'고 말하면서도 디저트 접시 앞에서 다시 눈을 반짝이는 아이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생산적인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되는, 그저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즐거움이 되는 순간이었다.
체크아웃의 뒷맛, 가슴 속에 남은 온기는 무엇일까?
체크아웃을 하던 날, 타이베이의 한낮 열기는 10월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뜨거웠다.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채 짐을 챙겨 로비로 내려왔을 때, 직원 오스틴이 다가와 건넨 시원한 물 한 병이 기억난다. 거창한 환영 인사보다 손바닥을 타고 전해진 그 서늘한 냉기가 훨씬 더 직접적인 위로로 다가왔다. 상대의 상태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가장 필요한 것을 내어주는 담백한 친절. 키키와 티나 같은 직원들이 보여준 미소는 과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편안했다.
Han Ju Jiu Dian의 문을 나서며 다시 한번 타이베이의 공기를 깊게 마셨다. 건조하면서도 쾌적한 가을의 냄새가 났다. 아이들은 이미 지쳤는지 내 옷자락을 꼭 잡은 채 졸린 눈을 하고 있었다. 화려한 관광지를 돌아다닌 기억보다, 하얀 시트 위에 누워 있던 나른한 시간, 초록색 가죽 의자의 서늘한 감촉, 그리고 로비에서 마신 물 한 모금이 더 또렷하게 각인되었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다시 이곳을 찾는다면 우리는 여전히 소란스럽겠지만, 이 공간은 그때도 변함없이 우리를 너그럽게 받아줄 것만 같다.
아이의 작은 신발 한 켤레가 로비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 스위트룸의 통창 옆에서 10월의 오후 햇살이 그리는 그림자를 가만히 관찰해 보세요.
- 비굿 레스토랑의 조식을 천천히 즐기며 아이의 작은 식사 습관을 구경하는 여유를 가져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