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한 밤, 누가 먼저 배고프다고 했더라
8월의 타이베이는 거대한 찜통 같았다. 비가 그친 뒤의 공기는 젖은 솜처럼 무겁게 내려앉아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었고, 도시 전체가 습기를 머금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Fu Rong Da Fan Dian 로비를 나서는 순간, 다안 삼림공원에서 밀려온 눅눅한 바람이 목덜미를 휘감았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멈춰 섰다. 누구 하나 먼저 입을 떼지 않았지만, 시선은 이미 편의점의 창백한 형광등 불빛을 향하고 있었다. 결국 누군가 나지막이 "배고파"라고 읊조렸고, 그것이 고요한 밤의 정적을 깨는 신호탄이 되었다. 슬리퍼를 끌며 나선 거리, 아스팔트 위로 올라온 열기가 발바닥을 간지럽혔고, 빗물에 젖은 도로 위로는 네온사인 불빛이 수채화처럼 번져 있었다. 냉장고 앞에서 어떤 맥주가 가장 차가울지, 어떤 과자가 덜 눅눅할지를 두고 벌인 진지한 토론은 여행의 소소한 묘미였다. 손가락을 파고드는 검은 비닐봉지의 묵직함과 그 속에서 달그락거리는 캔들의 소리가 묘하게 경쾌하게 들려왔다.
캔맥주 거품 속에 섞인 시시콜콜한 진심
"야, 이 방 진짜 넓다. 여기서 축구 해도 되겠는데?"
침대 위에 편의점 전리품들을 쏟아놓으며 친구가 외쳤다. Fu Rong Da Fan Dian의 객실은 생각보다 넉넉했고, 특히 드레스룸과 연결된 넓은 욕실이 주는 쾌적함이 일품이었다. 우리는 푹신한 카펫 위에 둥글게 모여 앉았다. 발가락 사이로 느껴지는 카펫의 부드러운 촉감이 긴장을 풀어주었다. 칙, 하고 캔맥주를 따는 날카로운 소리가 정적을 깼고, 곧이어 차가운 알루미늄 캔의 냉기가 손바닥을 타고 전해졌다.
"아까 먹은 딤섬도 좋았지만, 역시 이 편의점 푸딩이 진리야."
숟가락으로 탱글한 푸딩을 떠먹으며 내일의 일정을 대충 짰다. 시먼딩에 가서 길거리 음식을 배 터지게 먹자는 계획이 나왔고, 누군가는 이미 침대에 누워 뒹굴고 있었다.
"우리 이번 여행, 진짜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지 않냐?"
"그게 여행이지. 억지로 돌아다니면 병나. 그냥 이렇게 누워 있는 게 최고야."
특별한 고백이나 깊은 성찰은 없었다. 그저 맥주가 차갑다는 것, 푸딩이 달콤하다는 것, 그리고 에어컨 바람이 적당히 서늘하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우리는 서로의 멍청한 표정을 보며 킥킥거렸다. 8월의 열기가 창밖에서 웅성거리고 있었지만, 이 사각형의 공간 안에서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적당했다. 서로의 숨소리와 웃음소리가 섞이며,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다.
허기가 가신 뒤에 찾아온 다정한 정적
비닐봉지는 비워졌고, 소란스러웠던 대화도 서서히 잦아들었다. 방 안에는 낮게 웅웅거리는 에어컨 소리만이 파도처럼 밀려왔고, 그 소음은 오히려 깊은 안도감을 주었다. 우리는 각자의 침대에 몸을 던졌다. 빳빳하게 잘 관리된 시트의 서늘한 촉감이 팔뚝에 닿으며 몸의 긴장을 완전히 앗아갔다.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 있으니, 타이베이의 밤이 얼마나 깊었는지 새삼 느껴졌다. 창밖으로는 여전히 습한 공기가 흐르고 있겠지만, 이곳은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쾌적한 섬 같았다. 무언가 대단한 것을 발견하러 온 여행은 아니었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좁은 봉투 속 간식을 나눠 먹고, 나란히 누워 있는 이 순간이 무엇보다 충분했다. 굳이 "행복하다"는 말을 꺼내지 않아도, 공기 중에 섞인 안도감이 그것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깊은 잠 속으로 천천히 고요해졌다.
창문에 맺힌 작은 물방울 위로 가로등 불빛이 노랗게 고여 있었다.
- 세븐일레븐의 쫀득한 커스터드 푸딩과 차가운 우롱차 조합
- 늦은 밤, 편의점에서 고른 짭조름한 대만식 닭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