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의 우리에게. 그때도 우린 이렇게 쓸데없는 내기나 하며 아이처럼 웃고 있을까. 2월의 타이베이는 기분 좋게 눅눅했고, 우리는 적당히 게을렀다. 그 눅눅함마저 다정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5년 뒤에도 여전히 선명했으면 좋겠다.
5년 뒤에도 선명히 남아있을 네 가지의 조각들
빳빳한 하얀 시트의 서늘한 감촉: 호텔 객실 문을 열자마자 나를 맞이한 건 정갈하게 정돈된 공기였다. 습한 거리의 끈적임을 단숨에 씻어내듯, 빳빳하게 다려진 하얀 시트 위로 몸을 던졌을 때 등 뒤로 전해진 그 서늘하고 깨끗한 촉감. '아, 이제야 살 것 같다'는 안도감이 밀려왔고,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모든 계획과 책임으로부터 완벽하게 격리된 기분이었다.
입안에서 터지는 딤섬의 뜨거운 육즙: 푸위에러우의 딤섬 바구니를 열자마자 훅 끼쳐온 하얀 김과 대나무 찜기의 은은한 나무 향. 투명한 피 속에 갇혀 있던 묵직한 육즙이 혀끝에 닿는 순간, "와, 진짜 뜨거워!"라는 외침과 함께 온몸의 긴장이 탁 풀렸다. 맛에 대해 심오한 토론을 하는 대신 누가 더 많이 먹느냐로 유치한 내기를 하며 낄낄거리던, 그 소란스럽고 따뜻한 공기가 기억난다.
대안삼림공원의 짙은 흙 내음과 고요: 호텔 문을 나서면 바로 닿는 공원의 공기는 차갑다기보다 눅눅했다. 젖은 흙과 풀잎의 냄새가 코끝을 스치고, 옅은 안개가 우리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던 시간. 누군가 "여기 정말 조용하다"고 속삭였지만, 사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서로의 보폭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무용한 산책이 주는 쾌적함은 그 어떤 명소보다 강렬했다.
시먼딩을 물들인 붉은 등불의 잔상: 밤공기의 서늘함 속에서 마주한 란턴 페스티벌의 빛은 과할 정도로 화려했다. 붉은 빛에 물든 서로의 얼굴을 관찰하며 "저 등불, 꼭 거대한 만두 같지 않아?"라고 뱉은 시시한 농담. 주변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거리 음식의 달콤한 향기 속에서도, 내 옆에서 헛소리를 하는 친구의 표정만은 고해상도 사진처럼 선명하게 남았다.
5년 후, 이 기록을 다시 펼쳐본다면
아마 딤섬의 정확한 맛이나 공원의 나무 종류는 잊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Fu Rong Da Fan Dian 로비의 묵직한 회전문을 지나며 느꼈던 안도감과, 3층 시티 배스의 따뜻한 물속에서 나누었던 나른한 대화들은 여전히 귓가에 머물 것 같다. 눅눅한 날씨에 투덜대며 깨끗한 침대 위를 뒹굴던 그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우리만의 안락한 지도가 되었다. 우리는 그때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그래서 충분히 좋았다.
창밖으로 흐릿하게 번지던 타이베이의 밤불빛 하나.
- Fu Rong Da Fan Dian의 3층 시티 배스에서 온천욕 후 제공되는 달콤한 디저트를 꼭 즐길 것.
- 대안삼림공원은 비가 살짝 내린 뒤, 눅눅한 흙 내음이 가장 짙을 때 천천히 걸어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