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한 공기와 작은 발걸음들
3월의 타이베이는 계절의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서성인다. 공기는 눅눅하고, 피부에 닿는 바람은 때때로 얇은 가디건 속으로 파고들어 서늘함을 남긴다. 대안삼림공원으로 향하는 길, 둘째는 계속해서 신발 끈이 풀렸다며 멈춰 섰고 첫째는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느라 걸음이 느렸다. 거리에는 228 연휴를 맞아 나온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가득했다. 젖은 흙냄새와 매연, 그리고 어디선가 풍겨오는 정체 모를 길거리 음식의 향기가 뒤섞여 코끝을 자극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걷는 일은 언제나 예상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한다. 우리는 조금 지쳐 있었고, 빨리 어딘가에 짐을 풀고 눕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경계를 넘어 도착한 정적
Fu Rong Da Fan Dian의 회전문을 통과하는 순간, 외부의 소음이 거짓말처럼 차단되었다. 습한 공기가 사라진 자리를 쾌적하고 서늘한 냉기가 채웠다. 로비의 높은 천장과 정돈된 조명은 밖에서 겪었던 무질서한 소란을 잠재우기에 충분했다. 체크인을 도와준 직원 Mandy의 미소는 과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가볍게 인사를 건넸고, 우리가 겪은 사소한 예약 착오를 담담하고 빠르게 처리해 주었다. 로비에 흐르는 잔잔한 음악과 은은한 향기가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신경을 느슨하게 풀어주었다. 이제야 비로소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우리만의 작은 영토, 객실의 풍경
방 문을 열자마자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침대로 돌진했다. 하얀 시트 위로 몸을 던지며 튀어 오르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방 안에 낮게 울려 퍼졌다. 넓다는 말보다는, 아이들이 마음껏 뒹굴어도 서로 부딪치지 않을 만큼의 충분한 거리가 있다는 표현이 맞겠다. 나는 그 소란을 뒤로하고 묵직한 커튼을 걷어냈다.
저녁 식사는 호텔 1층의 Fu Yue Lou에서 해결했다. '일압이치'라는 메뉴의 오리 요리가 나왔다. 바삭하게 구워진 오리 껍질을 한 점 입에 넣자, 고소한 기름기가 혀끝에 닿으며 기분 좋은 풍미가 퍼졌다. 아이들은 오리 고기를 밥 위에 올려 입안 가득 밀어 넣었고, 나는 그 모습을 관찰하며 천천히 차를 마셨다.
식사 후에는 호텔 내 사우나를 찾았다.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감싸자 낮 동안 쌓였던 피로가 땀과 함께 흘러나왔다. 피부에 닿는 물의 온도가 적당했고, 씻고 나온 뒤의 피부는 비단 한 겹을 입힌 듯 매끄러웠다. 아이들은 욕조에서 물장구를 치느라 정신이 없었고, 나는 그 옆에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 무용한 일들이 주는 즐거움이 이보다 더 확실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잠든 뒤, 빳빳하게 잘 관리된 침구 속에 몸을 묻었다. 면 소재의 서늘한 감촉이 피부에 닿았고, 곧이어 포근한 온기가 전신을 감쌌다. 여기서는 그저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유리창 너머로 바라본 도시의 소음
다음 날 아침, 잠이 덜 깬 상태로 창가에 섰다.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밖은 다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빠르게 지나가는 택시들,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그리고 멀리 보이는 대안삼림공원의 짙은 초록색 나무들이 보였다. 어제의 소란스러웠던 거리였지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그 모든 것이 작은 점처럼 보였다. 안전한 성벽 안에 들어와 세상을 관조하는 기분은 묘한 쾌감을 준다. 아이가 다가와 작은 손가락으로 창밖의 나무를 가리키며 무언가 말을 걸었다. 나는 대답 대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밖은 여전히 눅눅하고 소란스럽겠지만, 이 방 안의 공기는 여전히 정온했다.
아이의 고른 숨소리가 방 안을 채우고 있었다.
- Fu Yue Lou의 오리 요리는 꼭 경험해 볼 것. 특히 바삭한 껍질의 식감이 일품이다.
- 아침 일찍 일어나 호텔 근처 대안삼림공원을 산책하며 3월의 초록을 만끽할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