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0, 푸위에러우 조식 홀
대나무 찜통의 틈새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하얀 김이 시야를 부드럽게 가린다. 6월의 타이베이는 이미 눅눅한 습기를 머금어, 에어컨 바람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는 피부가 금세 끈적거린다. 둘째 아이가 딤섬의 오묘한 빛깔을 유심히 살피더니, 왜 새우가 분홍색이냐며 천진하게 묻는다. 정답을 고민하다 결국 맛있어서 그렇다는 적당한 거짓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아이의 입가에는 달콤한 딸기 잼이 붉게 묻어 있다. 손수건으로 닦아주려 했지만, 아이의 호기심은 이미 옆 테이블의 화려한 과일 접시로 옮겨간 뒤였다. 주변은 가족들의 들뜬 대화 소리와 식기들이 부딪히는 경쾌한 소음으로 가득하다. 정돈되지 않은 소란함이지만, 그 무질서함이 오히려 여행의 생동감을 더해준다. 따뜻한 자스민 차 한 잔을 머금자, 찻잔의 온기가 손바닥을 타고 온몸으로 천천히 퍼져 나간다. 이 적당한 소란과 온기면 충분한 아침이다.
14:00, 다시 돌아온 객실
대안삼림공원의 짙은 녹음을 가로질러 돌아오는 길, 6월의 태양은 정직하리만큼 뜨겁게 내리쬐었다. 달궈진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일렁이고, 갑작스럽게 쏟아진 소나기가 지나간 자리에는 비릿하면서도 구수한 흙냄새가 진하게 남았다. Fu Rong Da Fan Dian의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피부를 스치는 서늘한 공기가 마치 구원처럼 느껴진다. 극명한 온도 차이가 주는 쾌적함에 절로 숨이 트인다. 객실 문을 열자마자 첫째는 가방을 내팽개치고 하얀 침대 위로 다이빙했다. 빳빳하게 잘 마른 시트 속으로 아이의 몸이 푹 파묻히는 모습이 마치 구름 속에 잠기는 것 같다. 나 역시 그 옆에 나란히 누워 천장의 정갈한 무늬를 세다 천천히 눈을 감았다. 창밖에서는 매미들이 악을 쓰며 울어대지만, 두꺼운 유리창 너머의 이곳은 완벽한 정적의 요새다. 어쩌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누워 있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현관에 덩그러니 놓인 젖은 신발이 오늘 우리가 보낸 치열한 산책의 훈장처럼 보여 꽤 만족스럽다.
19:00, 저녁 식사 후의 거실
푸위에러우에서 맛본 오리 요리는 가히 일품이었다. 얇고 바삭하게 튀겨진 껍질은 입안에서 경쾌하게 부서졌고, 그 뒤를 잇는 속살은 적당한 기름기를 머금어 부드러웠다. 첫째와 둘째는 아삭한 오이 조각을 누가 더 많이 먹느냐를 두고 작은 전쟁을 벌였다. 나는 그 귀여운 다툼을 관조하며 남은 고기 한 점을 천천히 씹었다. 짭조름한 간이 혀끝에 감돌며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 준다.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오는 길, 복도에 깔린 도톰한 카펫이 우리의 발소리를 조용히 집어삼킨다. 아이들은 어느새 배가 불렀는지 서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비틀거리며 걷는다. 6월의 밤공기는 여전히 무겁게 고요해져 있지만, 호텔 내부의 정적은 깃털처럼 가볍다. 아이들을 깨끗이 씻기고 나니 욕실 가득 은은한 비누 향이 번진다. Fu Rong Da Fan Dian의 넓은 드레스룸과 연결된 욕실에서 사용하는 수건의 촉감이 도톰하고 보드라워 피부에 닿는 느낌이 무척 좋다.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지만, 배가 부르고 몸이 깨끗하다는 단순한 사실만으로도 충만한 저녁이다.
22:00, 아이들이 잠든 시간
방 안에는 낮은 채도의 간접 조명만이 은은하게 켜져 있다. 아이들은 서로 엉겨 붙어 깊은 잠의 바다로 빠져들었다. 둘째의 규칙적이고 작은 숨소리가 고요한 방 안에 리듬감 있게 울려 퍼진다. 이제야 비로소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 찾아왔다. 칵테일 라운지에서 가져온 시원한 음료를 한 모금 마신다. 컵 벽에 부딪히는 얼음의 챙그랑 소리가 청량하게 들린다. 침대 끝에 걸터앉아 창밖으로 펼쳐진 타이베이의 야경을 가만히 응시한다. 보석을 뿌려놓은 듯 점점이 흩어진 불빛들. 저 수많은 빛의 조각 속에 각자의 소란스러운 삶이 깃들어 있겠지. 나는 그 도시의 소란함에서 잠시 멀어져 이 안온한 정적 속에 머물기로 한다. 내일이면 아이들이 또 어디로 튀어나갈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의 고요함은 무엇보다 달콤하다. 6월의 습기조차 이 방 안에서는 포근한 무게감으로 느껴진다. 다시 이곳을 찾게 된다면 그때도 이 평온함을 느낄 수 있을까.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조명을 끈다.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고, 창문은 뿌옇게 흐려졌다.
- 푸위에러우의 오리 요리는 월요일과 화요일에 방문하면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 호텔에서 도보 거리에 있는 대안삼림공원은 공기가 맑은 이른 아침 산책로로 강력히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