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의 우리에게. 그때도 우리는 여전히 서로의 엉뚱한 선택을 비웃으며 웃고 있을까.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던 9월 타이베이의 습한 공기와, 그 속에서 함께 헤매던 우리의 서툰 발걸음을 기억해줬으면 해.
5년 뒤에도 선명하게 남아있을 9월의 조각들
무인 단말기가 뱉어낸 서늘한 플라스틱의 감촉. De Li Zhuang Jiu Dian 로비의 창백한 형광등 조명 아래, 우리를 맞이한 건 다정한 인사보다 차가운 기계의 기계음이었다. 스스로 체크인을 마치고 카드 키가 '툭' 하고 떨어지던 그 건조한 소리와 손끝에 닿은 매끄러운 감촉은, 낯선 도시에서 비로소 나만의 안식처를 확보했다는 안도감을 주었다.
시먼역 4번 출구에서 호텔까지의 눅눅한 3분. 역을 나서자마자 훅 끼쳐오는 길거리 음식의 기름진 냄새와 사람들의 소란스러운 외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끈적이는 공기가 피부를 무겁게 감쌌지만, 그 무질서한 소음 속에 섞여 걷는 것만으로도 "진짜 타이베이에 왔구나"라는 묘한 해방감이 느껴졌고, 서로의 보폭에 맞춰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고집 센 에어컨과 포근한 스웨터의 역설. 방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진 냉기는 마치 한겨울의 얼음 동굴처럼 집요했다. 결국 한여름의 타이베이에서 두꺼운 스웨터를 꺼내 입고 "우리 지금 북극에 온 거 아니지?"라며 낄낄거리던 새벽 4시, 차가운 공기를 뚫고 두툼한 호텔 침구 속으로 파고들 때 느껴진 그 아늑한 온도는 이번 여행의 가장 다정한 촉감이었다.
정체불명의 조식 완자와 터져 나온 웃음소리. 뷔페 접시 위, 미지근하고 퍽퍽한 식감의 가공육 완자를 한 입 베어 문 순간 우리는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이건 고기일까, 아니면 정교하게 만들어진 고무일까"라는 무용한 토론이 이어졌고, 식기들이 부딪히는 달그락 소리 사이로 번지던 우리의 웃음소리가 그 공간을 가득 채웠다.
5년 뒤, 이 기록의 봉인을 풀 때
우리는 아마 시먼딩의 골목 이름은 잊었겠지만, De Li Zhuang Jiu Dian의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던 9월의 회색빛 하늘과 뺨을 스치던 미지근한 바람의 결은 기억할 것이다. 특별한 계획 없이 함께라는 이유만으로 충분했던 시간. 호텔 침대에 누워 나누었던 실없는 농담들이, 훗날 지친 일상 속에서 우리를 다시 그때의 순수한 설렘으로 데려다줄 것이라 믿는다.
냉장고에서 꺼낸 차가운 생수 한 병, 그리고 함께 웃던 소리.
- 시먼역 4번 출구로 나와 아무 생각 없이 눅눅한 공기 속을 천천히 걷기.
- 조식 뷔페에서 가장 정체불명인 음식에 도전하며 함께 웃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