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래!" 둘째의 외침과 함께 아이가 직접 나섰다. De Li Zhuang Jiu Dian의 로비, 최신식 셀프 체크인 기계 앞에 선 작은 손가락이 매끄럽게 빛나는 화면을 톡톡 건드린다. 윙 하는 기계음이 짧게 울리더니 플라스틱 카드 키가 스르륵 밀려 나왔다. 아이는 그것을 마치 전설 속의 보물지도라도 발견한 양 빤히 쳐다봤다. "우와, 진짜 열쇠다!" 단순한 카드 한 장이었지만, 아이의 눈에는 비밀의 문을 여는 마법의 열쇠처럼 보였나 보다.
로비의 푹신한 소파에 몸을 깊숙이 묻었다. 통창 너머로 시먼딩의 화려한 네온사인들이 빗물 섞인 거리 위로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1월의 타이베이 바람은 생각보다 매서워, 겉옷 깃 사이로 스며든 서늘한 한기가 피부 끝에 여전히 남아 있었다. 따뜻한 실내 공기가 서서히 몸을 감싸 안자 팽팽했던 긴장이 느슨하게 풀렸다. 특별한 대화는 없었지만,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휴식이었다.
소음의 층위가 극명하게 갈렸다. 호텔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시먼딩의 소란함이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와 온몸을 덮친다. 하지만 다시 복도로 들어서면 세상의 소음이 거짓말처럼 낮아진다. 멀리서 들려오는 다른 가족의 아이 웃음소리,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며 내는 맑은 신호음, 그리고 카펫 위를 걷는 뭉툭한 발소리. 그 정적에 가까운 고요함이 오히려 낯선 도시에서의 불안을 지워주고 안심을 주었다.
중정 레스토랑을 가득 채운 풍미. 버터에 노릇하게 구운 스테이크 향이 공기 중에 묵직하게 고요해져 있었다.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서빙된 고기를 보며 첫째는 오직 고기만을 고집했고, 둘째는 샐러드 바의 알록달록한 채소와 과일 색깔들에 마음을 뺏겼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수프 한 그릇을 천천히 들이켰다.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뜨끈한 온기가 몸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한기를 밀어냈다. "맛있다"라는 짧은 감탄사가 오가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빛과 그림자의 경계가 선명했다. De Li Zhuang Jiu Dian의 건축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다. 묵직한 검은색 외관은 도시의 소음을 흡수하는 듯했고, 실내는 반대로 눈부신 빛이 가득했다. 겨울 햇살이 매끄러운 바닥 위에 길게 누워 황금빛 길을 만들었다. 그 빛의 선을 따라 깡충깡충 뛰어가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마치 리듬감 있는 무용처럼 보였다.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그 찰나의 순간들이 여행의 조각들처럼 겹쳐졌다.
바스락거리는 하얀 시트의 서늘하고도 깨끗한 촉감. 침대에 눕자마자 온몸의 근육이 솜사탕처럼 녹아내렸다. 발바닥에 닿는 타일은 약간 차가웠지만, 그 서늘함이 오히려 여행의 피로로 몽롱해진 정신을 맑게 깨웠다. 침대 모퉁이에 덩그러니 놓인 아이의 작은 장난감 자동차 하나. 아무런 기능도 없는 그 무용한 물건이 이곳에 함께 있다는 사실이, 낯선 타지에서 느껴지는 묘한 안도감과 평온함을 가져다주었다.
모두가 나란히 누워 숨을 고르는 시간. 창밖으로는 여전히 차가운 북동풍이 도시의 빌딩 숲을 훑고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방 안의 온도는 적당했고, 공기는 갓 구운 빵처럼 포근했다. 귓가에 들려오는 아이들의 고른 숨소리가 규칙적인 메트로놈처럼 울렸다. 거창한 여행의 의미나 대단한 깨달음 같은 건 필요 없었다. 그저 사랑하는 이들이 모두 여기 함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꽤 근사한 겨울의 기억이 완성되었다.
창밖의 찬 바람이 방 안의 온기를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 시먼딩 4번 출구에서 나와 무지개 횡단보도까지 천천히 걷기. 아이들의 호기심을 채우기에 충분한 거리다.
- 호텔 레스토랑에서 따뜻한 메인 요리와 함께 샐러드 바 이용하기. 겨울철 아이들의 기력을 보충하기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