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타이베이는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무거운 벨벳 커튼처럼 온몸을 감싸 안는다. 끈적이는 피부 위로 빗방울이 툭, 떨어지며 신발 앞코를 적시고 젖은 양말의 서늘한 감촉이 발가락 사이를 파고든다. 시먼역 4번 출구의 소란을 뒤로하고 De Li Zhuang Jiu Dian의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도시의 소음은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인 듯 사라지고 갓 깎아낸 사과처럼 서늘하고 명징한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든다. 검은 진주처럼 매끄럽게 빛나던 호텔 외관의 인상은 내부의 정제된 고요함으로 이어진다. 로비의 커다란 통유리창 너머로 형형색색의 우산들이 부딪히는 시먼딩의 풍경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번져가고, 우리는 서로의 어깨에 묻은 빗물을 조용히 털어내며 말 없는 위로를 나눈다. 지하의 북적이는 훠궈 식당에서 올라오는 진한 육수 향기가 은은하게 섞인 로비의 여백 속에 서 있자니, 비로소 우리가 이 낯선 도시의 품에 안겼다는 실감이 난다.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낸 미니멀한 공간은 마치 우리 마음속의 복잡한 생각들까지 함께 비워주는 듯했고, 우리는 그 정제된 고요함 속에 가만히 잠겨 있었다. 객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의 좁은 정적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시선을 피하지만, 사실은 이 아슬아슬한 고요가 깨지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함뿐이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몸을 던진 침대의 바스락거리는 순백색 시트는 갓 세탁한 린넨의 포근한 향기를 풍기며 지친 몸을 부드럽게 감싸고, 적당한 온도의 에어컨 바람이 젖은 옷감 사이로 스며들어 피부의 긴장을 완화시킨다. 회색빛 하늘이 투영된 방 안의 조명은 낮게 고요해져 있었고, 그 은은한 빛 아래서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천장을 보았다. 여행이란 결국 낯선 곳에 가서 익숙한 사람과 함께 누워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녁으로 마주한 바왕 넌젠 뉴파이의 바삭한 겉면과 선홍빛 속살이 입안에서 터뜨리는 진한 육즙은 혀끝에 닿는 순간 완벽한 미각의 균형을 이룬다. "맛있네." "응, 그러게." 짧은 대화 속에 섞인 작은 웃음소리가 방 안의 적막을 기분 좋게 흔들고, 우리는 유리창에 맺힌 빗방울들이 서로 몸을 섞으며 아래로 길게 선을 긋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본다. "저기 오른쪽 거 봐, 더 빨라." "아니야, 왼쪽 게 결국 이길걸." 누가 더 빨리 내려가는지, 어디서 멈추는지 내기를 하는 유치한 장난 속에서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비밀을 공유하는 아이들처럼 굴었다. 문을 열려다 동시에 뻗은 손등이 살짝 맞닿았을 때 느껴진 찰나의 온기는 어떤 화려한 고백보다 강렬하게 심장을 두드리고, 우리는 동시에 손을 떼며 아주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옆방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생활 소음조차 이 공간의 일부가 되어, 완전히 고립되지 않았다는 안도감을 준다. 다음 날 아침, 세븐일레븐에서 산 따뜻한 커피 컵의 온기가 손바닥을 적시고 쌉싸름한 원두 향이 코끝을 간질일 때, 우리는 어제보다 한 뼘 더 가까워진 서로의 거리감을 느낀다. 빗줄기가 잦아든 창밖으로 희미하게 비치는 타이베이의 아침 햇살이 우리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는 장면으로 기억된다.
- 호텔 바로 옆 세븐일레븐에서 야식을 사서 방 안의 정적과 함께 즐겨보길 권한다.
- 로비의 대형 유리창 앞에 앉아 시먼딩의 비 오는 거리 풍경을 가만히 관찰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