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개의 캐리어와 세 명의 아이들, 미로 같은 입구를 찾아서
여행의 서막은 언제나 예상보다 소란스럽고 무질서하다. 시먼역 4번 출구로 발을 내딛는 순간, 10월 타이베이 특유의 눅눅하면서도 달큰한 공기가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습도가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는 묘한 열기는 여전했다. 감상에 젖을 틈도 없이 전쟁이 시작되었다. 첫째는 이미 호기심에 이끌려 저만치 앞서가고 있었고, 둘째는 갑자기 길가에 멈춰 서서 원색의 화려한 간판을 멍하니 응시했다. 보도블록의 틈새에 캐리어 바퀴가 걸릴 때마다 손목을 타고 전해지는 둔탁한 진동은 마치 이 낯선 도시가 보내는 경고처럼 느껴졌다.
우여곡절 끝에 De Li Zhuang Jiu Dian에 도착했지만, 진짜 난관은 그때부터였다. 입구가 호텔 뒤편에 숨어 있어 한 번쯤은 그냥 지나치게 설계된 탓에, 우리는 짐더미를 끌고 몇 바퀴를 더 맴돌아야 했다. "여기가 정말 맞아?"라는 아내의 지친 목소리에 지도를 다시 확인하며 뱅글뱅글 도는 우리 주변을, 아이들은 마치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양 깔깔거리며 뛰어다녔다. 마침내 2층 로비에 들어섰을 때, 무채색의 절제된 미니멀리즘 공간이 우리를 맞이했다. 정돈된 정적 속에 던져진 우리 가족의 원색 옷차림과 소란함은 마치 맞지 않는 퍼즐 조각 같았지만, 그 이질감이 오히려 안도감을 주었다. 짐을 맡기고 어깨의 무게를 덜어낸 순간, 비로소 여행의 진짜 리듬이 시작되었다.
계획 없는 산책과 샐러드바의 작은 예술가
촘촘하게 짜인 일정표 같은 건 과감히 버렸다. 그저 발길이 닿는 대로, 아이들의 시선이 머무는 곳으로 걸었다. 10월의 타이베이 하늘은 비현실적으로 푸르러, 마치 누군가 파란 물감을 쏟아부은 것만 같았다. 마침 거리 곳곳에 설치된 현대 미술 작품들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아이들에게 작품의 철학적 의미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반짝이는 금속 조형물 아래에서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밟으며 놀거나, 거친 질감의 조각상을 작은 손으로 조심스레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둘째가 어느 순간 "아빠, 이 조각상은 배가 고픈 것 같아"라고 중얼거렸을 때, 나는 이 무용한 관찰과 엉뚱한 상상이야말로 이번 여행의 가장 빛나는 핵심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저녁 식사는 호텔 내 레스토랑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뷔페식 샐러드바의 다채로운 색감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특히 과일 섹션에서 둘째는 접시 위에 과일을 색깔별로 정렬하기 시작했다. 마치 캔버스 위에 점을 찍는 작은 예술가처럼 진지한 표정이었다. 나는 육즙이 묵직하게 퍼지는 스테이크를 썰며, 유리창 너머로 희미하게 들려오는 시먼딩의 소음을 배경음악 삼아 식사를 즐겼다. 화려한 요리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옥수수를 산처럼 쌓아 올리며 서로 경쟁하던 아이들의 웃음소리였다. 충분히 배부르고, 적당히 시끄러우며, 더없이 충만한 저녁이었다.
수온의 미세한 각도, 그리고 찾아온 짧은 정적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져든 뒤에야 비로소 방 안에는 밀도 높은 정적이 찾아왔다. De Li Zhuang Jiu Dian의 객실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침대에 몸을 던지자 빳빳하게 잘 관리된 시트의 서늘한 감촉이 피부에 닿으며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 주었다. 하지만 이 방에는 작은 유희 같은 함정이 있었다. 샤워기 손잡이의 온도 조절이 극도로 예민했다. 오른쪽으로 아주 조금만 돌리면 얼음물처럼 차가워졌고, 왼쪽으로 살짝만 밀면 뜨거운 김이 솟구쳤다. 적당한 온도를 찾는 과정은 마치 정밀한 기계를 다루는 고도의 작업 같았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미지근한 물줄기에 몸을 맡기자, 타일에 부딪혀 울리는 물소리가 마음속의 소란함까지 함께 씻어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욕실에서 나와 창가에 섰다. 시먼딩의 밤거리는 여전히 잠들지 않은 채, 화려한 네온사인들이 밤하늘을 보랏빛과 붉은빛으로 수놓고 있었다. 방 안의 습도가 조금 높게 느껴졌지만, 그것조차 타이베이라는 도시가 가진 고유의 체온처럼 느껴졌다. 아내는 침대 머리맡에서 낮은 조명 아래 책을 읽고 있었고, 나는 그 옆에 누워 아이들의 고른 숨소리를 세어보았다. 낮 동안의 전쟁 같았던 시간이 지나고 찾아온 이 짧은 평화. 특별할 것 없는 이 순간이 사실은 세상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시간임을 깨달았다. 거창한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여기,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누워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다시 짐을 싸며, 두고 가는 기억의 조각들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들은 갑자기 이곳이 너무 좋다며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다. 특히 둘째는 로비의 푹신한 소파에 몸을 깊숙이 파묻은 채 떠나기 싫다고 칭얼거렸다. 짐을 챙기며 빠뜨린 것은 없는지 확인했다. 침대 밑에서 발견된 아이의 양말 한 짝과 바닥에 굴러다니는 사탕 껍질들. 우리가 머문 자리는 결코 정갈하지 않았지만, 그 무질서한 흔적들이 오히려 이곳에서의 시간을 증명해 주는 훈장 같아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호텔 문을 나서자 올 때보다 조금 더 서늘해진 공기가 뺨을 스쳤다. 우리는 다시 캐리어를 끌고 역을 향해 걸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걷는 길, 여전히 누군가의 운동화 끈은 풀려 있었고 누군가는 엉뚱한 방향으로 가려 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조금 엉망이어도 괜찮은, 아니 엉망이라서 더 완벽한 여행이었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때도 우리는 여전히 소란스러울 것이고 나는 아마 또 샤워기 온도 조절과 씨름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기꺼이 그 소란함을 선택할 것 같다.
- 호텔 바로 옆에 편의점이 있어 아이들의 간식을 조달하기에 최적의 동선이다.
- 시먼역 4번 출구와 매우 가까우니, 무거운 짐이 있다면 주저 없이 이 경로를 선택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