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먼저 땀을 흘리느냐로 내기를 했다. 결과는 뻔했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에 이미 우리 셋 다 젖어 있었다. 타이베이의 7월은 공기 자체가 눅눅한 젖은 수건처럼 온몸을 휘감았다.
타이베이역 M3 출구에서 내리자마자 Tian Cheng Da Fan Dian으로 연결되는 지하 통로가 보였다. 밖은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는데, 우리는 옷 한 방울 젖지 않고 로비에 도착했다. 발끝에 닿는 선명한 빨간 카펫의 푹신함과 탁 트인 높은 천장의 개방감이 눅눅했던 기분을 단숨에 씻어냈다. 체크인을 마치고 받은 웰컴 드링크의 차가운 유리잔이 손바닥에 닿았을 때, 비로소 폐부 깊숙이 숨이 쉬어졌다.
조식 뷔페에서 생전 처음 보는 크기의 새우를 발견했다. 갓 쪄낸 새우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김과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코끝을 자극했다. 친구 녀석이 그걸 접시에 세 마리나 쌓아 올리는 걸 보며 생각했다. 저 녀석은 여행지에서도 식욕만큼은 성실하구나.
껍질을 까는 수고로움이 있었지만, 입안에서 톡 터지는 탱글한 식감은 정직했다. 씹을 때마다 배어 나오는 달큰한 육즙에 우리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더 생각할 것 없이 그냥 완벽한 맛이었다.
"너 신발 세 켤레나 가져왔어?" 침대에 대자로 뻗어 있는 친구에게 물었다. 그는 대답 대신 빳빳하고 하얀 베개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윙윙거리는 에어컨 소리가 방 안의 정적을 메우고 있었다.
우리는 원래 해안가 음악 축제에 가기로 계획했었다. 하지만 창밖은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아스팔트를 녹일 듯 이글거렸고,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침대 밖으로 나가는 것을 포기했다. 계획을 어기는 것만큼 짜릿한 일은 없다. 무용한 시간이 느릿하게 흐르는 게 좋았다.
우리는 지하 통로를 '생존 루트'라고 부르기로 했다. 지상으로 나가는 순간 습격당하는 습기와 열기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은신처였다. 서늘한 콘크리트 벽면의 냉기가 피부에 닿을 때마다 우리는 안도했다.
그 통로를 통해 시내로 나갔다 돌아올 때마다 우리는 서로를 향해 생존 신고를 했다. "살아서 돌아왔군." 텅 빈 통로에 울려 퍼지는 낄낄거림이 묘하게 쾌활했다.
밤에는 객실에 있는 마사지 욕조에 몸을 담갔다. 에어컨 때문에 살짝 서늘해진 공기와 뜨거운 물의 온도 차가 피부를 기분 좋게 자극했다. 보글보글 올라오는 물방울들이 어깨의 긴장을 부드럽게 밀어냈다.
은은한 비누 향이 섞인 수증기 속에서 낮에 가졌던 사소한 짜증들이 함께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그냥 따뜻했다. 그거면 충분했다.
로비의 17 카페에서 마신 커피는 적당히 쌉쌀했다. 7월의 타이베이는 모든 것이 과잉된 느낌이었지만, 이곳의 소음은 적당히 걸러져 있었다.
오래된 호텔 특유의 묵직한 카펫이 발소리를 집어삼켰고, 천장의 화려한 조명은 부드러운 금빛으로 쏟아졌다. Tian Cheng Da Fan Dian의 그 정적이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만들었다.
갑자기 창밖으로 천둥소리가 크게 울리며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예상치 못한 폭우에 당황해 창가로 모여든 우리는, 유리창을 때리는 빗줄기의 리듬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밖은 아수라장이었지만, 두꺼운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둔 이곳은 지독하게 평온했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이 고립감이 주는 안락함이 생각보다 달콤했다.
마지막 날, 짐을 싸며 깨달았다. 우리는 정작 계획했던 명소의 절반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호텔 침대 위에서 나눈 쓸데없는 대화들과, 함께 먹은 새우, 그리고 쾌적한 방 안에서의 게으름이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지만, 그래서 더 완벽한 휴식이었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때도 우리는 아마 침대에 누워 서로의 게으름을 칭찬하고 있을 것이다.
빗소리를 배경 삼아 누워 있던 하얀 침대 위.
- 타이베이역 M3 출구 지하 통로로 이동해 쾌적함을 유지해봐.
- 조식 뷔페의 대형 새우는 무조건 접시 가득 담아 먹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