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의 우리에게. 뼈를 깎는 듯한 북동풍이 불던 타이베이의 1월을 기억하니? 서로의 얇은 옷차림을 보며 낄낄거렸지만, 정작 추위에 떨며 로비로 숨어들던 그 서툴고 다정했던 온도가 문득 그리워질 것 같아.
5년 뒤에도 선명히 남을 1월의 조각들
M3 출구와 로비 사이의 짧은 거리. 타이베이역 M3 출구에서 Tian Cheng Da Fan Dian 로비까지는 숨 한 번 크게 들이마실 만큼 가까웠지. "누가 먼저 도착하나 내기할까?"라며 장난치던 웃음소리가 차가운 공기 속에 하얗게 흩어지던 그 찰나의 순간. 살을 에던 바람이 로비의 은은한 향기와 온기에 맞닿아 피부 위에서 기분 좋게 녹아내리던 그 안도감이 기억나.
오후 3시의 무용한 다과 시간. 나른한 오후의 햇살이 스며드는 공간에서 설탕 가루가 흩뿌려진 케이크의 달콤한 향과 따뜻한 찻잔의 온기가 손끝을 타고 흐르던 시간. 찻잔이 부딪히는 맑은 소리를 배경 삼아 아무런 목적 없이 서로의 패션을 평가하며 시간을 흘려보냈던 그 정지된 순간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생산적인 휴식이었어.
복고풍 객실의 두툼한 카펫. 발등을 포근하게 덮던 카펫은 우리의 소란스러운 발소리를 조용히 집어삼켰고, 방 안에는 오래된 종이 냄새 같은 빈티지한 공기가 감돌았지. "그냥 여기 계속 있으면 안 될까?"라는 내 말에 너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야시장에 가겠다는 원대한 계획은 노란 스탠드 조명 아래 푹신한 침대에 몸을 던진 지 10분 만에 기분 좋게 폐기되었어.
취팅의 윤기 흐르는 동파육. 1월의 칼바람을 뚫고 마주한 동파육의 진한 갈색 윤기와 혀끝에서 녹아내리는 비계의 고소함. 간장의 짭조름한 향이 코끝을 자극하며 몸속 깊은 곳까지 온기를 채워주던 그 맛은, 어떤 화려한 수식어보다 더 확실한 위로였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접시 앞에서 우리는 비로소 겨울의 한복판에 와 있음을 실감했어.
5년 뒤에 이 기록을 다시 펼친다면
우리가 정확히 몇 시에 어디를 방문했는지는 아마 흐릿해졌겠지. 하지만 호텔 사우나의 눅눅하고 뜨거운 증기가 피부에 닿아 몽롱해지던 그 감각, 빳빳하게 말려진 수건의 까슬한 촉감 같은 무용한 디테일들이 오히려 이 여행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될 거야. 길을 잃고 헤매던 골목의 눅눅한 흙내음이나, 누군가 보도블록에 걸려 휘청거렸을 때 터져 나온 짧은 웃음소리 같은 것들. 우리는 특별한 무언가를 찾으러 간 게 아니라, 그저 함께 추웠고 함께 따뜻했으므로 그것으로 충분했어. 이 기록은 마치 그때의 온도를 저장해둔 작은 유리병 같아서, 다시 열어보는 것만으로도 그때의 우리가 다시 숨 쉴 수 있을 것 같아.
반쯤 비워진 찻잔과 겨울 안개로 흐릿해진 창문.
- M3 출구를 이용할 것. 그것이 가장 빠르게 안식처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 오후 3시 티타임을 놓치지 말 것. 멍하게 앉아있는 것도 여행의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