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한 도시의 소란을 잠재울 다정한 안식처가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2월의 타이베이는 공기 속에 물기가 가득해, 비가 온다기보다 도시 전체가 커다란 젖은 솜처럼 무겁게 고요해져 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우산을 펴고 접는 수고조차 짐이 되는 가족 여행에서, 지하철역 출구와 바로 연결된 Tian Cheng Da Fan Dian의 위치는 그야말로 구원과 같았다. "여기라면 아이들이 덜 힘들겠지"라는 안도감이 밀려오는 순간, 부모의 인내심은 비로소 10퍼센트 정도 회복된다. 로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발끝에 닿는 것은 두툼한 카페트다. 아이들이 복도를 뛰어다녀도 그 소란스러운 발소리를 묵묵히 삼켜버리는 그 두께감이 무척이나 다정했다.
최신식 호텔의 빳빳하고 차가운 긴장감보다는, 세월의 때가 묻어 적당히 길들여진 공간이 주는 느슨함이 우리 가족에게는 더 필요했다. 엘리베이터 버튼의 미세한 흠집이나 오래된 복도에서 배어 나오는 은은한 나무 향은 이곳이 얼마나 많은 가족의 이야기를 견뎌왔는지를 말해준다. 지친 몸을 녹여줄 사우나 시설과 네 곳의 다양한 식당이 갖춰진 이곳에서 우리는 비로소 긴장을 풀었다. 짐을 풀고 침대에 눕자 적당한 무게감의 이불이 몸을 포근하게 눌러왔다. 밖은 여전히 눅눅했지만, 방 안의 공기는 쾌적했고 아이들이 바닥에 뒹굴며 웃는 소리가 벽에 부딪혀 부드럽게 돌아오는 것을 보며 이곳으로 오길 잘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이의 작은 세계를 사로잡은 뜻밖의 발견은 무엇이었을까
첫째는 호텔의 높은 천장을 올려다보며 "아빠, 여기는 구름이 들어와서 쉴 수 있을 것 같아"라고 속삭였고, 둘째는 욕실의 수건이 구름처럼 폭신하다며 한참 동안 그 감촉에 매료되어 있었다. 하지만 결국 모두의 기억 속에 가장 선명하게 남은 것은 추이팅 중식당의 닝식 동파육이었다. 조명 아래에서 갈색빛으로 반짝이는 고기는 젓가락을 대기도 전에 스스로 결을 나누며 부드럽게 무너져 내렸다. 입안에 넣자마자 지방의 고소함이 혀끝에서 녹아내렸고, 짭조름한 간장 소스가 뒤를 이어 입안 가득 풍미를 채웠다. 그것은 마치 입안에서 펼쳐지는 달콤하고 짭짤한 포옹과도 같았다.
아이들의 입가에는 금세 갈색 소스가 묻었고, 식탁 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 눈치 주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서버는 아이들의 접시에 고기를 더 얹어주며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정갈한 식사보다는 조금은 엉망진창인 식사였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아이가 숟가락으로 고기를 으깨며 즐거워하는 모습, 그 끈적한 소스가 손가락에 묻어나는 찰나의 디테일이 이번 여행의 가장 행복한 장면이 되었다. 배가 부른 아이들이 식당 의자에 깊숙이 파묻혀 꾸벅꾸벅 조는 모습은 마치 작은 천사들이 내려앉은 것처럼 평화로운 광경이었다.
체크아웃의 순간, 마음속에 깊이 각인된 풍경은 무엇일까
서늘한 밤공기를 뚫고 타이베이 등불 축제를 구경하러 나갔던 밤, 거리에는 화려한 등불들이 가득했고 밤바람은 피부에 닿을 때마다 서늘한 칼날처럼 파고들었다. 아이들은 빛나는 등불을 보며 연신 감탄했고, 우리는 그들의 작은 손을 꼭 잡고 인파 속을 걸었다. 다시 Tian Cheng Da Fan Dian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를 맞이한 것은 은은한 오렌지빛 조명과 포근한 침대였다. 외출 후 돌아와 느끼는 그 안도감, 젖은 양말을 벗어 던지고 보드라운 침구 속으로 파고들 때의 촉감은 마치 거대한 솜사탕 속에 파묻힌 것 같은 최상의 쾌락이었다.
떠나는 날 아침, 아이들은 아쉬운 듯 로비의 회전문을 몇 번이고 돌았다. 낡았지만 견고하고, 투박하지만 다정한 공간. 우리는 여기서 대단한 깨달음을 얻지는 않았지만, 함께 맛있는 것을 먹고 푹 자며 소란스럽게 시간을 보냈다. 그 무용한 시간들이야말로 여행의 진짜 목적이었음을 이제는 안다. 짐을 챙겨 체크아웃을 하며 뒤를 돌아보았을 때, 로비 바닥에 남은 아이들의 작은 발자국들이 보였다. 그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충분히 완벽했다.
눅눅한 외투를 벗어두고, 우리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추이팅 중식당의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닝식 동파육을 꼭 경험해볼 것.
- 비 오는 날에는 지하철역 연결 통로를 이용해 쾌적하게 이동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