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햇살이 테이블 위에 직사각형의 그림자를 그릴 때
타이베이역 M3 출구를 빠져나와 몇 걸음 걷지 않아 Tian Cheng Da Fan Dian의 로비에 닿았다. 4월의 공기는 눅눅하면서도 다정했다. 피부에 닿는 습도가 적당한 무게감을 가지고 있어, 걷는 것만으로도 몸이 조금씩 고요해지는 기분이었다. 로비에 들어서자 은은한 백합 향기가 섞인 서늘한 공기가 우리를 맞이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을 아꼈다. 서로의 보폭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조금 느리게 걷기로 했다. '이 속도라면 이번 여행의 모든 풍경을 놓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오후 3시. 17층 카페에서 제공하는 무료 애프터눈 티 시간이 시작되었다. 작은 접시 위에 놓인 디저트의 달콤한 향과 따뜻한 차의 김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찻잔을 들어 올렸을 때 손끝으로 전해지는 온기가 눅눅한 공기를 밀어내며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 창밖의 타이베이 시내를 바라보았다. 4월의 빛은 고운 체로 거른 금가루처럼 흩어져 거리의 소음 위로 내려앉아 있었다. 당신은 케이크의 작은 조각을 조심스럽게 떼어냈고, 나는 그 정교한 움직임을 가만히 관찰했다. 특별한 대화는 없었지만, 찻잔이 받침대에 닿는 맑은 '챙' 소리가 정적을 채울 때, 우리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정적이 어색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번 여행의 첫 번째 수확이었다. 그냥 여기 같이 있다는 것, 그것으로 충분했다.
밤 11시, 욕조의 물결이 천천히 잦아들 무렵
방으로 돌아와 짐을 풀었다. 우리가 묵은 스위트룸은 생각보다 넓어, 내 작은 기침 소리가 벽에 부딪혀 돌아올 만큼의 깊은 공간감이 있었다. 호텔 내의 사우나나 헬스장 같은 부대시설이 궁금했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오직 완전한 정지였다. 커다란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채웠다. 쏴아아, 물줄기가 수면을 때리는 소리가 욕실 전체에 울려 퍼지며 마음속에 쌓인 소음까지 함께 씻어내는 듯했다. 4월의 밤공기는 낮보다 서늘해졌지만, 욕조 속의 온도는 더없이 안온했다.
물속에 몸을 담그고 눈을 감았다. 피부에 닿는 물의 촉감이 매끄러웠다. 마치 얇은 비단 한 겹을 몸에 두른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당신은 욕조 가장자리에 턱을 괴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각자의 생각 속에 잠겨 있었지만, 가끔씩 발끝이 서로 맞닿을 때마다 작은 파동이 일었다. 그 파동이 전해주는 온도는 어떤 화려한 말보다 다정했다. '지금 이 순간이 영원히 멈췄으면 좋겠다'는 작은 욕심이 일었다.
물 밖으로 나와 두툼한 가운을 걸치고 침대에 누웠다. 시트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스쳤고, 적당히 팽팽하게 당겨진 매트리스가 몸의 무게를 정직하게 받아냈다. 창밖으로는 여전히 타이베이의 밤이 흐르고 있었고,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 경적 소리가 오히려 실내의 정적을 더 깊게 만들었다. 우리는 서로의 숨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내일은 양명산에 가서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을 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혹은 그냥 계속 이렇게 누워 있을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Tian Cheng Da Fan Dian의 이 적당한 온도와 당신의 존재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이미 완성된 것 같았다.
창가에 맺힌 작은 물방울이 천천히 아래로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