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욕조 속에서 하얀 거품을 뭉쳐 올리며 물었다. 거품은 왜 생기는 거냐고. 대답 대신 손바닥으로 물 표면을 가볍게 쳤다. 몽글몽글한 거품 조각들이 아이의 콧등과 속눈썹에 내려앉았다. 욕실 안은 어느새 은은한 비누 향과 습한 온기로 가득 찼고, 바닥은 이미 작은 물바다가 되어 있었다. 수건이 젖고 슬리퍼가 밀려났지만, 아이의 맑은 웃음소리가 매끄러운 타일 벽에 부딪혀 경쾌하게 되돌아왔다. 젖은 발바닥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쩍쩍 소리가 났다. 그 소란스러운 리듬이 싫지 않은, 다정한 소음이었다.
마사지 욕조의 물 온도는 몸의 긴장을 완벽하게 무너뜨릴 만큼 적당했다. 11월의 타이베이는 아침저녁으로 꽤 쌀쌀했다. 21도 정도의 서늘한 공기를 뚫고 들어온 몸이 뜨거운 물속에서 서서히 녹아내렸다. 피부에 닿는 강한 물줄기의 압력이 뭉친 어깨 근육을 꾹꾹 눌러줄 때마다, 무거운 피로가 물결을 타고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눈을 감으니 도시의 소란함이 아득히 멀어졌다. 그냥 가만히 누워 있는 것, 그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휴식이었다.
창밖으로는 타이베이역의 역동적인 소음이 밀려왔다. M3 출구 근처의 복잡한 인파와 날카로운 자동차 경적 소리가 얇은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웅웅거렸다. 하지만 방 안은 거짓말처럼 고요했다.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져든 뒤의 규칙적인 숨소리만이 공간을 채웠다. 멀리서 들려오는 도시의 소음은 역설적으로 지금 이 공간이 가진 정적을 더 선명하고 소중하게 만들었다. 소음이 마치 낮은 배경음악처럼 깔린, 아늑한 밤이었다.
취팅 중식당에서 닝식 동파육을 주문했다. 젓가락만 대도 결대로 부드럽게 찢어지는 고기는 입안에서 녹아내릴 듯했다. 진한 갈색의 소스가 입술에 끈적하게 남았고, 달콤하면서도 짭조름한 풍미가 혀끝에 오래도록 감돌았다. 첫째는 처음 보는 고기의 짙은 색깔이 이상하다며 고집을 피우더니, 한 입 먹자마자 마법처럼 조용해졌다. 아이의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다정하게 닦아주며 나도 한 점을 더 집어 올렸다. 따뜻한 고기 한 점이 주는 물리적인 만족감이 마음의 허기까지 채워주는 기분이었다.
오후 4시의 햇살이 커튼 틈새를 비집고 길게 들어왔다. 11월의 빛은 각도가 낮아 방 깊숙한 곳까지 조심스럽게 닿았다. 공중에 유영하는 작은 먼지들이 주황색 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였다. 그 빛이 빳빳한 침대 시트 위에 내려앉아 따뜻한 금빛 선을 그렸다. 우리는 그 빛의 경로를 따라 멍하니 누워 있었다. 특별한 대화는 필요 없었다. 그저 빛의 각도가 천천히 변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마법을 경험했다.
아이들에게 호텔 가운을 입혔다. 몸보다 훨씬 큰 가운을 걸친 아이들은 마치 커다란 마시멜로 두 덩어리 같았다. 소매가 너무 길어 작은 손이 완전히 숨어버렸다. 아이들은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복도를 펭귄처럼 뒤뚱거리며 걸어 다녔다. 가운의 두툼한 테리 천이 피부에 닿는 포근한 감촉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작은 몸집에 맞지 않는 커다란 옷이 주는 우스꽝스러움과 순수함이 거실을 가득 채웠고, 우리는 그 모습에 한참을 웃었다.
모두가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하얀 시트의 서늘한 촉감과 가족들의 온기가 기분 좋게 섞였다. 천장의 무늬를 하나둘 세다 보니 어느덧 잠기운이 몰려왔다. Tian Cheng Da Fan Dian의 역과 가까운 편리함보다, 이곳의 침대가 주는 압도적인 안락함이 더 좋았다. 호텔 내 사우나에서 몸을 풀고 돌아와 눕는 이 순간이 완벽했다. 내일은 또 어디를 갈지,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지금 이 온도, 함께 누워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다시 이곳에 와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내일 아침엔 조금 더 늦게 일어나도 좋겠다.
- 아이와 함께라면 취팅 중식당의 부드러운 동파육을 꼭 경험해 보세요.
- 타이베이역 M3 출구와 가까워 유모차를 이용한 이동이 매우 편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