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타이베이는 공기 속에 적당한 서늘함과 눅눅한 흙내음이 섞여 있었다. 코트 소매 끝에 닿는 바람은 차갑지도, 그렇다고 아주 따뜻하지도 않은 묘한 경계의 온도였다. 우리는 타이베이역 엠3 출구의 소란스러운 인파를 뚫고 천천히 걸었다. 길가에서 풍겨오는 이름 모를 향신료의 알싸한 냄새와 사람들의 바쁜 발걸음이 만드는 도시의 소음이 발끝에서부터 진동처럼 전해졌지만, Tian Cheng Da Fan Dian의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그 모든 소란은 두꺼운 유리벽 너머로 아득히 밀려났다. 로비의 공기는 거리보다 조금 더 무거웠고, 정제된 우디 향이 코끝을 부드럽게 스쳤다. 체크인을 마치고 방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의 매끄러운 금속 질감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신발 끝만 바라보았다. 딱히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굳이 말을 보태지 않아도 될 만큼의 깊은 안도감이 우리 사이의 빈틈을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한 것은 바스락거리는 하얀 시트의 깨끗한 냄새와 정돈된 공간이 주는 정갈한 쾌적함이었다. 발바닥에 닿는 카펫의 푹신한 감촉은 마치 외부 세계와의 연결을 잠시 끊어주는 부드러운 경계선처럼 느껴졌다. 넓은 침대에 몸을 던지자 몸의 무게가 그대로 흡수되는 기분이 들었고, 나는 나직하게 읊조렸다. "여기선 아무것도 안 해도 될 것 같아." 70%의 힘만 쓰기로 약속한 여행이었다. 나머지는 비축해두고, 그저 이곳의 공기에 몸을 맡기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때로는 호텔 내의 따뜻한 사우나에서 몸을 녹이며 일상의 피로를 씻어내기도 했다. 배가 고파질 때쯤 내려가 맛본 닝식 동파육은 이번 여행의 가장 선명한 미각적 기억이다. 짙은 갈색의 윤기가 흐르는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었을 때, 혀끝에서 녹아내리는 달콤하고 짭조름한 질감과 함께 진한 육향이 입안 가득 파도처럼 퍼졌다. 묘사할 단어를 찾기보다 그냥 천천히 씹어 삼키는 쪽을 택했다. 함께 마신 따뜻한 차의 온기가 목을 타고 내려가며 몸속의 긴장을 조금씩 녹여주었다. 오후 3시쯤 되면 햇살이 방 안 깊숙이 들어와 시트 위에 길게 누웠다. 그 빛의 각도를 보고 있자니, 우리가 이곳에 함께 있다는 사실이 아주 구체적인 촉감으로 다가왔다. 당신이 내 손등 위에 손을 얹었을 때, 그 온도는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딱 우리가 원하던 온도였다. 우리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거창한 약속을 하지 않았다. 그저 지금 이 순간, 에어컨의 낮은 웅웅거림과 창밖으로 희미하게 들리는 경적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깔려 있었다. 침대 옆 협탁에 난 작은 흠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 실수로 긁었을 그 흔적이 오히려 이 공간을 정직하고 인간적이게 만들었다. 우리는 다시 누웠다. 누워있는 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비로소 완전한 편안함을 느꼈다. 젖은 머리카락이 베개에 닿는 서늘한 감촉, 그리고 귓가를 간지럽히는 당신의 고른 숨소리. 이 모든 것이 적당했다. 과장할 필요 없이, 그냥 좋았다. 욕실에서 들려오는 물소리가 멎고, 방 안에는 다시 깊은 정적이 찾아왔다. 그 정적은 외로움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가장 확실하고 다정한 방법이었다. 다시 Tian Cheng Da Fan Dian에 온다면 그때도 우리는 아마 비슷한 침묵을 공유하며, 비슷한 각도의 햇살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한, 아주 충분한 여행이었다.
- 중식당에서 제공하는 닝식 동파육의 진한 풍미를 천천히 음미해 보세요.
- 엠3 출구에서 호텔까지 이어지는 짧은 거리의 도시 산책을 즐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