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기라는 커튼이 걷히고 드러난 우리 사이의 거리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눅눅하게 젖은 신발 두 켤레를 나란히 놓았다. 6월의 타이베이는 공기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물 덩어리 같았다. 피부에 닿는 습도가 79퍼센트라는 숫자로 증명되기 전에도, 숨을 쉴 때마다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무거운 수증기만으로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다. Tian Cheng Da Fan Dian의 로비에서 마주한 높은 층고와 화려한 붉은 카펫의 위용을 뒤로하고 객실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이한 것은 에어컨이 정교하게 만들어낸 서늘한 경계선이었다. 그 투명한 선을 넘어서는 순간, 도시의 끈적한 열기는 마법처럼 씻겨 나갔다.
방 안의 거리는 명확하고 정직했다. 현관에서 침대까지는 대략 일곱 걸음, 소파에서 창가까지는 네 걸음. 우리는 그 짧은 거리 안에서 서로의 위치를 조심스럽게 조율했다. 당신은 창가 쪽에 섰고 나는 소파 끝에 걸터앉았다. 좁지 않은 방이었지만, 밖에서 쏟아진 폭우 때문에 옷자락이 조금씩 젖어 있었다. 젖은 면직물이 피부에 달라붙는 그 눅눅함이 서로의 살결에 닿을 때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긴장감이 공기 중에 흘렀다. 침대 시트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정적을 채웠고, 우리는 굳이 말을 섞지 않았다. 그저 각자의 자리에 앉아 창밖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경적 소리와 리드미컬한 빗소리를 들었다. 젖은 옷이 마르기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우리가 공유한 것은 오직 같은 온도와 같은 습도뿐이었다. 서로에게 닿지 않아도 충분히 가깝다고 느껴지는 거리, 그 적당한 간격이 주는 안도감이 나쁘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에게 스며드는 온기
춘팅 중식당에서 마주한 닝식 동파육은 보석처럼 짙은 빛깔을 띠고 있었다. 젓가락으로 살짝만 눌러도 결대로 부드럽게 찢어지는 고기의 질감이 눈으로도 느껴졌다. 입안에 넣었을 때 지방의 고소함이 먼저 혀를 감싸고, 뒤이어 짭조름하면서도 달큰한 소스가 깊은 풍미를 남기며 퍼져 나갔다. 당신은 아무런 말 없이 내 접시에 가장 부드러운 고기 한 점을 놓아주었다. 나는 그 작은 배려를 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다'는 말보다 더 진한 이해가 오간 순간이었다.
우리는 많은 말을 나누지 않았다. 그저 맛있는 것을 먹을 때 눈이 마주치면 살짝 미소 짓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6월의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땀을 흘리며 걸었던 고단함이 그 한 점의 고기로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Tian Cheng Da Fan Dian의 객실에는 마사지 욕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을 가득 채우고 버튼을 누르자, 작은 기포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하얀 거품을 만들어냈다.
따뜻한 물속에서 피부에 닿는 기포의 감촉은 간지러우면서도 다정했다. 물의 온도는 적당했고, 수압은 정직하게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욕조의 둥근 곡선을 따라 몸을 기대고 있으면, 도시의 소음은 아득히 멀어지고 오직 규칙적인 물소리만 남았다. 어느 순간 당신의 어깨와 내 어깨가 살짝 맞닿았다. 누구 하나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그 온기가 서로에게 천천히 스며들기를 기다렸다. 젖은 옷을 말리던 시간보다 더 깊게,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감각하고 있었다. 물결이 일렁일 때마다 우리의 거리도 조금씩 좁아졌다. 그것은 계획된 움직임이 아니라, 물의 흐름처럼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이었다.
각자의 고요가 머무는 평행한 시간
다음 날 아침,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깨어났다. 당신은 침대 헤드에 기대어 책장을 넘겼고, 나는 창가에 서서 타이베이역 주변의 풍경을 관찰했다. 엠삼 출구 근처의 바쁜 움직임들, 출근하는 사람들의 빠른 걸음과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노란 택시들의 행렬. 창유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세상은 지독하게 소란스러웠지만, 방 안은 믿기지 않을 만큼 고요했다.
우리는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서로 다른 생각의 궤적을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고요함이 외롭지는 않았다. 오히려 각자의 시간을 온전히 존중하며 함께 있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 당신이 책장을 넘기는 사각거리는 소리와 내가 가끔 내뱉는 짧은 한숨 소리가 하나의 리듬처럼 맞물려 돌아갔다. 누군가는 여행에서 특별한 사건이나 극적인 만남을 기대하지만, 나에게는 이런 무용한 시간들이 더 소중하다. 아무런 목적 없이 누워 있고, 창밖의 구름이 느릿하게 흘러가는 것을 보고, 가끔 서로의 발가락이 닿는 것을 느끼는 일. 정갈한 가구들이 배치된 공간의 정적이 우리의 고요함을 더 돋보이게 했다. 억지로 대화를 만들어낼 필요도, 무언가를 증명할 필요도 없는 시간. 그냥 여기 함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목적은 이미 달성된 셈이었다.
비가 그친 뒤의 하늘은 옅은 회색빛으로 씻겨 있었다.
- 춘팅 중식당의 닝식 동파육은 입안에서 녹는 식감이 일품이니 꼭 경험해 보길 권한다.
- 비 오는 날의 산책 후, 객실 내 마사지 욕조에서 몸을 녹이며 온전한 휴식을 취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