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산역 2번 출구로 나왔다. 10월의 공기는 끈적임 없이 보송했고, 피부에 닿는 바람은 적당히 서늘했다. 누가 먼저 길을 잃을지 내기를 걸었지만, Shou Du Da Fan Dian Song Shan Guan은 거짓말처럼 바로 앞에 있었다. 너무 가까워 내기가 성립되지 않은 허망함, 하지만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더 걷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교차했다.
옷깃에 밴 라오허 야시장의 알싸한 후추빵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다음 날 아침, 호텔 1층 식당에서 마주한 채식 조식은 기대 이상이었다. 고기 없이도 풍성한 감칠맛, 특히 주방장의 시그니처라는 채소 요리는 정갈한 간이 혀끝에 부드럽게 감겼다. 자극 없는 온기가 입안에 머무는 시간이 좋았다.
"너 지금 제정신이야?" 25도의 날씨에 얇은 패딩을 챙겨온 친구를 보며 우리는 십 분 동안 옷의 부피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했다. 결국 그는 거대한 솜뭉치 같은 옷을 방구석에 처박아두고 얇은 셔츠 한 장만 걸친 채 나섰다. 짐을 덜어내는 법을 배우는 과정은 언제나 느리고도 우스꽝스럽다.
정적이 흐르는 비즈니스 센터. 우리는 그곳에서 업무를 보는 대신, 저녁 메뉴를 두고 유치한 논쟁을 벌였다. 딱딱한 책상과 차가운 조명 아래, 우리의 낮은 웃음소리가 파동처럼 퍼졌다. 무용한 공간을 가장 무용하게 사용하는 쾌락, 그것이 우리만의 은밀한 여행 방식이었다.
옥상 정원에 올라서자 타이베이 101 빌딩이 아스라이 보였다. 하늘은 마치 보정 앱을 쓴 것처럼 시리게 파랗고 건조했다. 뺨을 스치는 바람은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적당한 온도의 위로였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도시의 지평선이 그리는 매끄러운 선을 응시했다.
Shou Du Da Fan Dian Song Shan Guan의 침대는 생각보다 넓어 몸을 던지는 순간 포근한 안락함이 밀려왔다. 바스락거리는 흰 시트의 촉감이 피부에 닿았고, 욕실의 강한 수압은 하루의 피로를 밀어내기에 충분했다. 마사지 욕조의 웅웅거리는 진동과 따뜻한 물소리에 몸을 맡기자, 긴장이 눈 녹듯 사라졌다.
꼭대기 층 셀프 세탁실, 세탁기가 돌아가는 단조로운 진동이 발바닥을 타고 전해졌다. 세탁기 틈에 끼어 있던 친구의 양말 한 짝을 건져내며,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혹은 삶에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나눴다. 세제 냄새 섞인 공기 속에서 나눈 대화는 생각보다 가벼웠다.
가벼운 외투를 걸치고 다시 거리로 나섰다. 어떤 거창한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않는 여행은 이토록 편안하다. 그냥 좋아서 왔고, 여기 있으니 좋았다. 10월의 타이베이는 쾌적했고, 우리의 대화는 담백했다. 그 적당한 거리감과 온기면 충분했다.
창문에 비친 101 빌딩의 불빛이 느리게 깜빡였다.
- 라오허 야시장에서 후추빵을 사서 호텔 방에서 편하게 먹어봐.
- 옥상 정원에서 101 빌딩을 배경으로 멍하니 시간을 보내길 추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