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한 공기가 건네는 타이베이의 첫인상
타이베이 송산역의 개찰구를 나서는 순간, 우리를 맞이한 것은 16도의 서늘함보다 더 끈적하게 피부에 달라붙는 습기였다. 2월의 타이베이는 공기 자체가 거대한 젖은 담요처럼 온몸을 무겁게 짓누르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스마트폰의 지도를 켰고, 여기서부터 호텔까지 누가 더 빨리 길을 찾는지 하는 유치한 내기를 시작했다. "이쪽이야!"라고 외치며 앞장서던 친구가 왼쪽으로 꺾는 순간, 나머지 둘은 이미 오른쪽 골목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결국 셋 다 방향을 잃고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았지만, 누구 하나 짜증 섞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 엉뚱한 상황이 웃겨서 우리는 한참을 낄낄거렸다. 보도블록의 좁은 틈새에 낀 캐리어 바퀴가 덜컹거리며 내는 규칙적인 소음이 마치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메트로놈처럼 들려왔다. 눅눅한 바람이 뺨을 스칠 때마다 묘한 해방감이 느껴졌고, 서로의 보폭을 맞추며 걷는 그 느릿한 리듬이 나쁘지 않았다.
라오허 야시장의 하얀 김과 뜻밖의 골목
Shou Du Da Fan Dian Song Shan Guan으로 향하는 길은 예상보다 훨씬 소란스럽고 화려했다. 호텔 바로 맞은편에 자리한 라오허 야시장의 입구가 시야에 들어오자, 주변 공기의 밀도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차가운 겨울바람 사이로 거대한 솥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김이 커튼처럼 드리워졌고, 그 사이로 구운 소시지의 기름진 향기와 이름 모를 향신료의 알싸한 냄새가 코끝을 강렬하게 자극했다. 우리는 계획에도 없던 길거리 간식을 사 먹느라 몇 번이나 발걸음을 멈춰야 했다. 젓가락 끝에 걸린 뜨거운 음식을 입에 넣고 "너무 뜨거워!"라고 투덜거리면서도, 우리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씹으며 그 활기를 탐닉했다. 누군가는 으슬으슬 춥다며 어깨를 움츠렸고, 누군가는 이 정도 날씨가 딱 적당하다며 뻔뻔하게 웃어 보였다. 잘못 든 길 덕분에 우연히 마주친 작은 골목의 낡은 간판들과 빛바랜 벽면들은 왠지 모를 정겨움을 자아냈다. 목적지는 이미 코앞이었지만, 우리는 이 낯선 도시가 주는 우연의 즐거움을 조금 더 누리고 싶어 일부러 더 느리게 걸었다.
소란을 뒤로하고 닿은 안식의 품
마침내 도착한 Shou Du Da Fan Dian Song Shan Guan의 로비는 밖의 소란함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차분하고 정갈했다. 우리가 예약한 트리플 룸의 문을 열자, 빳빳하게 관리된 하얀 시트가 덮인 침대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피부에 닿는 시트의 서늘하고 매끄러운 감촉과 방 안의 적당한 온기가 밖에서 얼어붙었던 몸과 마음을 천천히 녹여주었다. 특히 욕실의 스마트 비데는 예상보다 훨씬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고, 강한 수압은 여행의 피로를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짐을 대충 던져두고 올라간 루프탑 가든에서는 타이베이 101 빌딩의 실루엣이 밤하늘을 배경으로 선명하게 보였다. 도시의 야경은 마치 거대한 회로 기판처럼 촘촘하고 낮게 깔려 있었고, 겨울밤의 바람은 여전히 서늘했지만 그 풍경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충만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거창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저 각자의 방향으로 도시의 불빛을 바라보며 긴 침묵을 공유했다. 그 침묵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는 점이, 어쩌면 이번 여행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수확일지도 몰랐다.
다음 날 아침, 1층에서 마주한 채식 조식 뷔페는 이번 숙박의 정점이었다. 평소 채식에 관심이 없던 친구조차 주방장의 추천 메뉴인 '소조'의 짭조름하고 깊은 감칠맛에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기가 없어도 충분히 풍요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미각으로 깨달은 순간이었다. 따뜻한 차 한 잔의 온기를 손바닥으로 느끼며 천천히 식사를 마쳤다. 서두를 필요가 없는 아침, 우리는 다시 눅눅한 거리로 나설 준비를 하며, 이번에는 길을 잃어도 그마저 여행의 일부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창가에 걸린 옅은 안개와 식어가는 찻잔의 온기.
- 라오허 야시장의 뜨거운 간식을 사서 호텔 루프탑의 야경과 함께 즐겨보세요.
- 조식 뷔페의 채식 메뉴, 특히 주방장 추천의 '소조'는 반드시 경험해 보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