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끝을 깨우는 노란색의 첫인상
체크인을 마치고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이한 것은 얼음처럼 차가운 망고였다. 6월의 타이베이는 공기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젖은 수건처럼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습기 때문에 숨이 턱 막히던 찰나, Shou Du Da Fan Dian Song Shan Guan 로비의 서늘한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한 입 베어 문 망고는 지나치게 달콤했다. 입술 주변에 농밀한 과즙이 묻어났지만 개의치 않았다. 혀끝에 닿는 강렬한 당도가 뇌를 깨우는 순간, '아, 이제야 진짜 도착했구나' 하는 실감이 밀려왔다. 우리는 말없이 망고를 나눠 먹으며 서로의 눈에 어린 안도감을 읽었다. 거창한 환영 인사보다 더 확실한, 시원하고 달콤한 시작이었다.
짙은 나무색 침묵과 리넨의 서늘함
객실의 문을 열자마자 짙은 색의 목재 가구들이 뿜어내는 묵직한 분위기가 우리를 감쌌다. 광택이 도는 어두운 나무 톤은 마치 외부의 소란스러운 여름 빛을 완전히 차단해 주는 견고한 고치처럼 느껴졌다. 침대에 몸을 던지자, 빳빳하게 잘 말려진 리넨의 서늘한 촉감이 등줄기를 타고 기분 좋게 올라왔다. 42인치 텔레비전에서는 낯선 현지 방송의 소음이 잔잔하게 흘러나왔고, 우리는 그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한동안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 있었다.
욕실로 들어서자 스마트 변기의 매끄럽고 차가운 표면이 손끝에 닿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깨의 피로를 정확하게 타격하는 강력한 수압이었다. 쏟아지는 물줄기에 6월의 끈적임이 씻겨 내려가고, 은은한 샴푸 향이 좁은 욕실 안을 몽글몽글하게 채웠다. 우리는 서로의 젖은 머리카락을 보며 아이처럼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후 루프탑 정원으로 올라갔을 때, 멀리 보이는 타이베이 101 빌딩은 낮의 열기를 머금은 채 흐릿하게 서 있었다.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 낮게 내려앉은 회색빛 하늘과 그 경계선에 서서, 우리는 각자의 신발 끝을 바라보았다. 화려한 전망에 대한 감탄보다는, 지금 뺨을 스치는 미지근한 바람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채웠다.
담백한 온기가 빚어낸 우리만의 계절
다음 날 아침, 1층 레스토랑에서 만난 비건 메뉴들은 낯설지만 다정했다. 특히 주방장이 추천한 비건 고기 볶음은 고기보다 더 고기 같은 쫄깃한 식감을 냈고,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자극적이지 않은 채소와 과일들이 접시 위에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평소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그 담백함이 그날따라 우리의 관계처럼 편안하게 느껴졌다.
호텔 밖으로 나서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6월의 메이유는 예고 없이 찾아와 도시를 적신다. 우리는 서둘러 작은 우산 하나를 폈다. 좁은 우산 아래에서 어깨가 자꾸 부딪혔고, 걷다가 멈추고 다시 걷기를 반복하는 그 느릿한 보폭이 오히려 좋았다. Shou Du Da Fan Dian Song Shan Guan에서 걸어서 3분 거리인 라오허 야시장으로 향하는 길, 빗줄기 사이로 번지는 야시장의 붉은 전등 불빛이 마치 수채화처럼 몽환적으로 보였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받았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물속에 몸을 담그니, 밖의 소음과 눅눅한 추위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멀어졌다. 바닥에 널브러진 젖은 옷가지들조차 그 순간만큼은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거창한 위로 대신,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넸다. "조금 뜨거워, 조심해." 컵을 통해 전해지는 온기가 손바닥을 타고 심장까지 전달되는 기분이었다. 완벽한 여행은 아닐지 몰라도, 적당히 젖고 적당히 따뜻했던 이 순간이 우리에겐 가장 완벽한 기억으로 남았다.
창밖의 빗소리가 잦아들고, 방 안에는 오직 우리의 숨소리만 남았다.
- 라오허 야시장의 활기찬 간식을 사 들고 루프탑 정원에서 타이베이 101의 야경 감상하기
- 1층 비건 레스토랑에서 정갈하고 담백한 아침 식사로 하루의 시작을 차분하게 맞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