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도시의 소음을 지우고 가족만의 고요를 찾을 수 있을까?
3월의 타이베이는 계절의 경계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외투를 챙겨야 할지, 얇은 셔츠 한 장이면 충분할지 고민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등 뒤로 눅눅한 습기가 끈적하게 배어 나왔다. 우리 가족이 머문 Shou Du Da Fan Dian Song Shan Guan은 그런 망설임이 가득한 거리의 끝, 소란함과 정적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었다. 호텔 정문을 나서면 3분도 안 되어 라오허 야시장의 소음이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온다. 코끝을 찌르는 구운 소시지의 진한 기름 냄새, 상인들의 걸걸한 외침, 낯선 이들의 어깨가 무심코 부딪히는 그 무질서한 활기가 싫지 않았다. 하지만 방으로 돌아오는 순간, 세상은 마치 누군가 음소거 버튼을 누른 것처럼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우리가 묵은 '경치 3인실'은 생각보다 넉넉한 품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 둘과 함께 짐을 풀고 나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줄 알았는데, 커다란 가방 몇 개를 던져놓고도 바닥에 눕어 뒹굴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팽팽하게 당겨진 하얀 시트의 서늘한 감촉에 아이들이 먼저 다이빙했다. 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짐 가방의 지퍼를 천천히 열었다. 특별한 계획은 없었다. 그저 야시장에서 산 알록달록한 간식들을 침대 위에 늘어놓고, 누가 더 이상한 모양의 젤리를 골랐는지 내기하는 것. 그 무용한 시간이 이 여행의 가장 핵심적인 조각이었다.
아이의 눈에 비친 이 호텔의 가장 마법 같은 순간은 무엇이었을까?
둘째가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왔다. 변기가 자기한테 말을 걸었다며 눈을 크게 떴다. 비데의 자동 세정 기능이 작동하며 내는 작은 기계음이 아이에게는 낯선 생명체의 인사처럼 들렸던 모양이다. 아이는 한참 동안 변기 앞에 서서 버튼을 하나하나 눌러보며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진지하게 탐구했다. 그 엉뚱한 관찰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특히 욕조의 수압은 기대 이상이었다. 쏟아지는 물줄기가 어깨를 강하게 때리는 느낌이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 주었다. 아이들은 욕조 속에 들어가 몽글몽글한 거품을 잔뜩 만들더니, 자신들이 거대한 구름 속에 갇힌 요정이 되었다고 믿었다. 따뜻한 물 온도가 피부에 닿는 매끄러운 감촉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욕실 가득 울려 퍼졌다. 저녁 무렵에는 옥상 정원에 올랐다. 3월의 밤공기는 약간 서늘했지만, 그 덕분에 도시의 불빛은 더욱 선명했다. 옥상에서 바라본 타이베이 101 타워는 거대한 은색 바늘처럼 밤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첫째가 내 손가락을 꼭 쥐며 물었다. "아빠, 저 건물은 누가 세운 거야? 정말 안 쓰러져?" 나는 정답 대신, 그냥 저렇게 서 있는 게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고 답해주었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보석을 뿌려놓은 듯 반짝이는 도시의 지평선을 바라보며 서로의 온기를 느꼈다. 다음 날 아침, 1층 식당에서 마주한 비건 조식 뷔페는 뜻밖의 수확이었다. 평소 채소를 멀리하던 아이들이 셰프의 추천 메뉴라는 '비건 짜사이'의 짭조름하고 깊은 맛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고기가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입안을 가득 채우는 감칠맛에 아이들은 접시에 정체 모를 채소들을 가득 담아와서는 서로의 입에 넣어주며 낄낄거렸다. 갓 구운 빵의 고소한 온기와 따뜻한 차 한 잔이 식탁 위를 포근하게 채웠고, 우리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아침의 평화를 만끽했다.
체크아웃의 순간, 마음속에 어떤 잔상으로 남게 될까?
마지막 날, Shou Du Da Fan Dian Song Shan Guan 옥상의 셀프 세탁실에서 빨래를 돌렸다. 덜컹거리며 돌아가는 건조기 속에서 옷가지들이 뱅글뱅글 도는 리드미컬한 소리를 듣고 있으면, 묘하게 마음이 차분해졌다. 눅눅해진 옷들이 뽀송뽀송하게 말라 나오며 풍기는 은은한 세제 냄새는 이 여행의 완벽한 마침표 같았다. 228 연휴의 끝자락, 타이베이의 공기는 어느덧 조금 더 따뜻해져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은 호텔 방 구석에서 발견한 작은 조약돌 하나와 야시장에서 샀던 조잡한 플라스틱 장난감을 보물처럼 손에 꼭 쥐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 여행에서 무엇을 배웠느냐고 묻겠지만, 나는 딱히 거창한 대답을 할 말이 없다. 그저 아이들의 젖은 머리카락에서 나던 샴푸 냄새, 욕조에서 터뜨린 거품의 보드라운 감촉, 그리고 옥상 정원에서 함께 본 도시의 불빛 정도면 충분하다. 대단한 깨달음이나 극적인 감동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저 그곳에 함께 있었고, 서로의 옆자리를 지켰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밀도 높은 여행이었다.
아이의 젖은 발자국이 복도에 작게 남았다.
- 라오허 야시장의 인파에 지쳤을 때, 호텔 옥상 정원에서 101 타워를 보며 숨을 고르세요.
- 조식 뷔페의 비건 짜사이는 아이들도 좋아하니 꼭 한 번 맛보게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