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서툰 계절을 묵묵히 지켜본 다섯 가지 증거들
7층의 유리창: 습기로 뿌옇게 흐려진 표면과 비행기가 머리 위를 낮게 가로지를 때마다 전해지던 미세한 진동. 우리가 서로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늘어놓으며 낄낄거리던 그 모든 무책임한 순간들을 묵묵히 지켜본 투명한 증인이다.
라운지의 무료 아이스크림: 6월 대만의 끈적한 공기를 단숨에 식혀주던 차가운 질감과 혀끝에 남은 달콤한 여운. 누가 더 빨리 먹나 유치한 내기를 하다가 입가에 하얗게 묻힌 채 서로를 비웃던, 그 꼴사납지만 사랑스러운 모습들을 다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빳빳한 흰색 침구: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세탁 세제 향기와 피부에 닿는 서늘하고 매끄러운 감촉. 음악제에서 온종일 걷다 돌아와 그대로 쓰러진 우리들의 무거운 숨소리와, 잠결에 다리를 뻗다 서로를 걷어찼던 그 무질서한 밤의 소란을 품고 있다.
수하물 보관 태그: 환승과 이동의 반복 속에서 낡아진 작은 종이 조각의 바스락거리는 질감. 짐을 맡기며 "이거 진짜 안 잃어버리겠지?"라고 걱정하던 누군가의 근거 없는 불안함과, 그걸 비웃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먼저 나갔던 이들의 뒷모습을 함께 보았다.
엘리베이터 버튼: 손끝에 닿는 차가운 금속의 촉감과 층수가 올라갈 때마다 들리던 규칙적인 기계음. 방에 도착하자마자 누가 먼저 침대에 눕느냐를 두고 아이처럼 다투던 우리들의 조급함과 설렘이 그 버튼 위에 겹겹이 쌓여 있다.
무심한 사물들이 우리에 대해 속삭인다면
아마 그들은 우리를 보고 '참 대책 없는 녀석들'이라고 말할 것 같다.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기로 했고, 사실 그 무계획이야말로 우리가 세운 가장 치밀한 계획이었다. Lv Ju Wen Lv Tai Bei Song Shan Ji Chang Guan의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이한 건 피부에 닿는 서늘한 공기의 밀도였다. 밖은 28도의 열기와 79%의 습도가 뒤섞여 마치 거대한 찜통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지만, 로비의 푹신한 소파에 몸을 파묻는 순간 세상의 모든 소음이 멀어졌다. 쾌적함이라는 건 거창한 것이 아니라, 피부에 달라붙던 끈적임이 사라지는 찰나의 감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신생공원 장미원에 갔을 때는 정말 가관이었다. 머리 위로 비행기가 굉음을 내며 낮게 지나갈 때마다, 우리는 서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입만 벙긋거리며 바보처럼 웃었다. "뭐라고? 안 들려!"라고 외치던 그 찰나의 소란함이 오히려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들었다. 6월의 대만은 비가 예고 없이 쏟아진다. 갑자기 젖은 옷이 몸에 쩍쩍 달라붙었을 때, 우리는 짜증을 내는 대신 누가 더 엉망으로 젖었는지를 두고 유치한 내기를 했다. 젖은 머리카락에서 떨어지는 빗방울과 눅눅한 옷가지의 무게마저 하나의 놀이처럼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신북 미술관에서 열린 하지 음악제의 소음이 아직 귓가에 맴돌 때쯤 호텔로 돌아왔다. 옥상에서 제공하는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우리는 내일은 오늘보다 더 늦게 일어나기로 굳게 약속했다. 특별한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 서로의 지친 숨소리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Lv Ju Wen Lv Tai Bei Song Shan Ji Chang Guan의 무심한 듯 편안한 분위기가 우리의 엉망진창인 텐션과 묘하게 잘 어울렸다. 정말 나쁘지 않은 여행이었다.
비가 그친 뒤, 달궈진 아스팔트 위로 하얀 김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있었다.
- 신생공원에서 비행기가 낮게 날 때, 고개를 들어 그 궤적을 끝까지 쫓아볼 것.
- Lv Ju Wen Lv Tai Bei Song Shan Ji Chang Guan의 7층에서 도시의 소음을 관조하며 멍하니 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