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등이 찡해지는 계절의 첫 페이지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누가 가장 먼저 추위에 굴복해 투정을 부릴지 내기를 했다. 결과는 뻔했다. 신베이의 12월 공기는 생각보다 훨씬 예리했다. 외투 깃을 바짝 세워보았지만, 목덜미를 파고드는 바람은 마치 잘 갈린 칼날처럼 서늘했다. 역에서 만난 친구들의 얼굴은 이미 반쯤 굳어 있었고, 우리는 서로의 붉어진 코끝을 보며 낄낄거렸다. 보도블록 위로 무거운 캐리어를 끄는 소리가 요란한 금속성 소음을 내며 울려 퍼졌다. "여기 맞아? 지도 좀 제대로 봐!" 누군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외쳤고, 길을 찾던 친구는 당황한 기색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연신 확대했다. 편의점에서 산 따뜻한 캔커피를 손난로 삼아 쥐고 있던 한 친구는 뒤처진 채로 멍하니 회색빛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짐의 무게보다 더 무거웠던 건, 이 낯선 추위 속에 갑자기 던져졌다는 당혹감이었다. 하지만 그 당혹감조차 싫지 않았다. 춥기 때문에 우리는 평소보다 더 가깝게 어깨를 밀착했고, 서로의 온기에 의지해 조금씩 발걸음을 옮겼다.
길을 잃어 발견한 뜻밖의 온기
호텔로 향하는 길, 우리는 사소한 실수로 방향을 잘못 틀었다. 하지만 그 잘못된 선택이 이번 여행의 첫 번째 선물이었다. 좁은 골목으로 접어들자마자 코끝을 스치는 눅눅한 콘크리트 냄새와 함께, 어디선가 고소한 기름 냄새가 풍겨왔다. 이름 모를 작은 식당의 낡은 간판이 깜빡거리고 있었고, 그 앞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 찜기가 놓여 있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발걸음을 멈췄다. 낯선 이방인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동네 주민들의 시선, 그리고 좁은 골목 사이로 낮게 깔린 겨울 오후의 노란 햇살이 묘하게 어우러졌다. "그냥 여기서 뭐 좀 먹고 갈까?" 누군가의 제안에 우리는 계획에 없던 짧은 휴식을 가졌다. 5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차가운 바람을 피해 잠시 머물렀던 그 작은 공간에서 우리는 비로소 긴장을 풀었다. 정해진 경로를 벗어났을 때 비로소 보이는 풍경들이 있다는 것, 그 정적이 주는 안도감이 우리 사이의 공기를 한결 부드럽게 만들었다.
소란을 잠재우는 안식처, Que Ke Cang Ju
마침내 도착한 Que Ke Cang Ju의 로비에 들어선 순간,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이한 건 피부를 부드럽게 감싸는 적당한 온기였다. 밖에서 꽁꽁 얼어붙었던 감각들이 서서히 풀리며 나른한 해방감이 밀려왔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침대로 몸을 던졌다. 바스락거리는 하얀 시트의 서늘하면서도 깨끗한 감촉이 피부에 닿았고, 우리는 한동안 천장의 무늬를 세며 깊은 숨을 내뱉었다. 창밖으로는 지하철이 지나가는 낮은 진동음이 들려왔지만, 그것은 오히려 우리가 도시의 중심에 안전하게 머물고 있다는 안도감을 주었다.
이곳의 진짜 매력은 1층에 자리 잡은 아늑한 카페였다. 갓 볶은 원두의 진한 향기가 로비를 가득 채우고 있었고, 우리는 그곳에서 따뜻한 라테 한 잔을 마시며 밀린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항철도와 지하철역이 바로 앞에 있어 이동이 편리하다는 점은 여행자의 불안을 지워주기에 충분했다. 밖은 여전히 시린 겨울이었지만, Que Ke Cang Ju라는 작은 고치 속에 들어와 있는 우리는 더 이상 추위가 두렵지 않았다. 쾌적한 방, 적당한 온도, 그리고 함께 있는 사람들의 낮은 웃음소리. 누워 있는 것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었다면, 이번 여정은 이미 완벽하게 성공한 셈이었다.
창밖의 안개가 걷히고 도시의 불빛이 보석처럼 흩뿌려졌다.
- Que Ke Cang Ju 1층 카페의 커피는도착 직후의 피로를 풀기에 제격이다.
- 지하철역과 공항철도가 매우 가까우니 짐이 많아도 걱정 없이 이동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