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먼저 도착하는지 내기를 했다. 결과는 전원 패배였다. 약속 시간보다 20분 늦게 Que Ke Cang Ju 로비에서 만났다. 보도블록 위를 요란하게 구르는 캐리어 바퀴 소리가 정적을 깼고, 신베이의 눅눅한 공기가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우리가 서로를 탓하며 투닥거리는 모습이 웃겼는지, 리셉션 직원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띤 채 우리를 맞이했다.
근처 국수집에서 쇠고기 국수를 주문했다. 그릇 위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뜨거운 김이 안경알을 순식간에 뿌옇게 덮었다. 소매로 쓱 닦아내고 진한 육수를 한 모금 마시자, 팔각과 정향의 알싸한 향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함께 나온 절인 무는 예상보다 달콤했고, 젓가락으로 집어 올릴 때마다 툭툭 끊어지는 아삭한 식감이 입안을 즐겁게 했다.
"분명히 5분 거리라고 했잖아." 친구가 코끝이 빨개진 채 투덜거렸다. 나는 "대략적인 5분이었다"고 뻔뻔하게 대답했다. 3월의 서늘한 바람이 옷깃 사이로 스며들었고, 우리는 한참을 더 걸어야 했다. 서로의 무능함을 탓하는 대화가 이어졌지만, 목소리에는 짜증보다 웃음이 더 많이 섞여 있었다. 그 무의미한 논쟁이 이번 여행의 기분 좋은 리듬을 만들어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우리가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콘센트의 위치였다. Que Ke Cang Ju 의 객실에는 어댑터 소켓이 마치 배려처럼 곳곳에 넘쳐났다. 각자의 스마트폰, 태블릿, 보조배터리를 일렬로 꽂자 하얀 케이블들이 침대 옆에 정렬한 병사들처럼 늘어섰다. 별도의 어댑터를 챙기지 않은 우리의 게으름이 정당화되는 순간이었고,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창문을 조금 열었다. 3월의 신베이 공기가 밀물처럼 밀려 들어왔다. 겨울잠에서 깨어나 흙이 해동되는 특유의 눅눅하고 비릿한 냄새가 났다. 외투 속에 입은 스웨터가 조금 가려웠지만, 그 까슬한 감촉이 오히려 내가 지금 이곳에 살아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19도의 기온.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적당한 유예의 온도였다.
폭신한 침대에 몸을 던졌다. 갓 세탁한 시트에서 은은한 세제 냄새가 났다. '잘 자야 삶이 더 아름다워진다'는 말처럼, 넓고 쾌적한 방은 오직 휴식만을 위해 설계된 것 같았다. 누군가 가볍게 헛기침을 하자 그 소리가 넓은 벽에 부딪혀 작게 울렸다. 천장의 깨끗한 흰색 도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완벽한 정지 상태를 만끽했다.
웅후 숲공원의 등불 축제에 갔다. 화려한 빛의 물결이 밤공기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우리는 길을 두 번이나 잘못 들었지만, 덕분에 길 끝에서 수줍게 핀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을 발견했다. 계획대로였다면 절대 보지 못했을, 우연이 선물한 풍경이었다. 때로는 길을 잃는 것이 가장 정확한 목적지에 도착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 따뜻한 물로 씻고 누웠다. 내일은 또 어디서 기분 좋게 길을 잃을까 생각했다. 특별한 깨달음이나 거창한 감동은 없었지만, 함께 있는 사람들이 편안했고 머무는 공간이 포근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여행이었다. 다시 이곳에 와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잠든 친구의 코고는 소리가 일정한 박자로 들려왔다.
- 넉넉한 콘센트가 있는 Que Ke Cang Ju 에서 충전 걱정 없이 쉬어봐.
- 웅후 숲공원 등불 축제 때는 일부러 길을 헤매보는 걸 추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