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신으로 7월에 여기 오자고 한 거야?"
"야, 열기구 카니발이랑 오션 뮤직 페스티벌이 딱 이때라니까!" 지훈이 땀에 젖어 셔츠가 등에 쩍 달라붙은 채 억울하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나는 대답 대신 손부채질만 해댔다. 달궈진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매캐한 열기와 80퍼센트를 상회하는 끈적한 습도가 피부를 짓눌렀다. 옆에서 민지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결국 우리 다 같이 쪄 죽으러 온 거네. 근데 저 호텔 봐, 진짜 눈부시게 하얗다." "닥쳐, 일단 저 안에 들어가서 에어컨부터 쐬자. 거기만 들어가면 이 모든 고생이 다 용서될 것 같으니까." 우리는 서로를 탓하며 낄낄거렸지만, 사실 이 엉망진창인 날씨조차 여행의 일부라는 것을, 그리고 빨리 저 하얀 안식처에 눕고 싶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정적이라는 이름의 하얀 상자 속으로
The Amnis Hotel 로비에 발을 들이는 순간, 피부를 감싸던 끈적한 공기의 밀도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밖의 소란함이 진공청소기로 빨려 들어간 듯 사라지고, 서늘한 정적이 찾아왔다. 객실은 지독할 정도로 미니멀했다. 불필요한 장식은 모두 걷어내고 정갈한 직선과 무채색의 톤이 지배하는 공간은 마치 소음이 거세된 현대 미술관 같았다. 침대에 몸을 던지자 바스락거리는 하얀 시트의 서늘한 촉감이 피부에 닿았다. 밖은 숨 막히는 열대야였지만, 이곳의 온도는 정확히 22도. 적당한 냉기가 뼛속까지 스며들며 긴장을 풀어주었다. 방 한구석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낮은 베이스의 음악이 벽면의 매끄러운 질감을 타고 부드럽게 굴러다녔다. 창밖으로 펼쳐진 가오슝의 시티뷰는 낮의 눈부신 백색에서 짙은 남색의 심해처럼 고요해져 있었다. 인피니티 풀에 몸을 담갔을 때, 물의 경계선이 도시의 스카이라인과 맞닿아 하나가 되는 묘한 일체감을 느꼈다. 미끈거리지 않고 적당한 온도의 물이 온몸을 감싸 안자, 7월의 습한 열기가 수면 아래로 서서히 씻겨 내려갔다. The Amnis Hotel 내부의 세련된 식당에서 풍겨오는 은은한 향기와 미니바에서 내린 쌉싸름한 캡슐 커피 향이 정적을 깨우는 순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용한 시간이야말로 이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사치스러운 즐거움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새벽 두 시, 식어버린 찻잔과 낮은 진심
"사실 나, 아까 페스티벌에서 진짜 한계였거든. 근데 지금 여기 누워 있으니까 다 괜찮은 것 같아." 민지가 낮게 읊조렸다. 우리는 각자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손바닥을 타고 전해지는 찻잔의 온기가 낮의 소란스러웠던 웃음소리를 지워내고, 조금 더 솔직하고 무거운 말들을 끌어올렸다. "나도. 그냥 이대로 체크아웃 안 하고 계속 여기 있고 싶다. 이 고요함이 너무 좋아." 내면의 소란함까지 잠재우는 방의 분위기에 취해 우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내일 조식에 전복죽이랑 장어 덮밥 나온다는데, 그거 먹으려면 일어나야지." 지훈의 뜬금없는 말에 우리는 동시에 픽 웃음을 터뜨렸다. 특별한 결론이나 거창한 약속은 없었다. 그저 차가 식어갈 때까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충분했다. 이 온도, 은은한 조명,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들의 숨소리만으로도 마음의 빈틈이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꺼지고, 우리는 다시 하얀 시트 속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 아침 식사의 전복죽과 장어 덮밥은 반드시 맛볼 것. 잠든 감각을 깨워준다.
- 인피니티 풀은 도시의 경계가 사라지는 해 질 녘에 방문하여 야경을 즐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