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슝의 조각들을 함께 수집한 다섯 가지 순간
바스락거리는 순백의 듀베. 갓 세탁한 린넨 특유의 빳빳하고 깨끗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체크인하자마자 둘째가 침대 위로 몸을 던졌고, 곧이어 첫째까지 합세해 방 안은 금세 작은 전쟁터가 되었다.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던 미니멀한 침구는 5분 만에 엉망이 되었지만, 그 위에서 뒹굴며 웃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니 이 정도의 무질서는 오히려 다정하게 느껴졌다. "엄마, 여기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아!"라고 외친 둘째가 이 푹신한 행복을 가장 먼저 발견했다.
인피니티 풀의 투명한 푸른빛. 1월의 가오슝 햇살은 생각보다 너그러웠고, 물속에 몸을 담그자 미지근한 온기가 피부를 부드럽게 감쌌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수평선처럼 맞닿은 풀 끝에서, 막내 아이는 자신의 발가락을 가리키며 물고기가 나타났다고 소리를 질렀다. 찰랑이는 물소리와 아이의 맑은 웃음소리가 섞여 공중으로 흩어졌다. 햇빛에 반사되어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던 물방울의 찬란함을 막내가 가장 먼저 포착했다.
거대한 울트라맨 조형물. 호텔을 나와 사랑하강으로 향하는 길, 15미터 높이의 울트라맨이 도시의 수호신처럼 우뚝 서 있었다. 바닷바람은 뺨을 조금 차갑게 스쳤지만, 아이들의 작은 손을 잡고 걷는 길은 더없이 쾌적했다. 차가운 플라스틱 표면의 매끄러운 촉감을 만져보며 이것이 진짜 영웅인지 묻는 아이의 진지한 눈빛이 기억에 남는다. 거대한 존재감에 압도되어 입을 벌리고 서 있던 첫째가 이 경이로운 광경을 먼저 발견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돼지피 국밥. 현지 식당에서 맛본 국물은 진하고 뜨거웠으며, 은은한 생강 향이 콧등을 간질였다. 한 숟가락 뜨자마자 몸속 깊은 곳까지 온기가 퍼지며 여행의 긴장이 기분 좋게 풀리는 기분이었다. 평소 채소를 멀리하던 첫째가 이번에는 웬일인지 국물 속 채소를 조용히 씹어 삼켰다. 특별한 대화는 없었지만, 뜨거운 김 사이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는 정적이 편안했다. 국물의 깊은 풍미를 가장 먼저 알아챈 것은 아빠였다.
새벽 6시의 푸르스름한 도시 전망. 모두가 잠든 시간, 커튼을 살짝 걷자 서늘한 새벽빛이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The Amnis Hotel의 고층 객실이 주는 탁 트인 시야 덕분에 가오슝의 잠든 모습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졌다. 정적만이 흐르는 방 안에서 아이들의 고른 숨소리를 듣고 있자니, 무용한 시간이 주는 풍요로움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화려한 일정보다 이렇게 가만히 창밖을 응시하는 시간이 더 충만하게 느껴졌다. 이 고요한 평화를 가장 먼저 만끽한 것은 나였다.
창가에 남은 새벽의 잔향이 가족의 온기처럼 포근했다.
- 해 질 녘 인피니티 풀에서 도시의 실루엣을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남겨보길 추천한다.
- 사랑하강의 겨울 유원지 조형물들을 따라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힐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