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 시, 허기가 부른 은밀한 외출
시계 바늘이 새벽 두 시를 가리키자 방 안에는 에어컨의 낮은 웅웅거림과 서늘한 정적만이 남았다. 12월의 가오슝은 낮의 온화함을 뒤로하고 밤이면 얇은 겉옷을 찾게 만드는 눅눅한 서늘함을 품는다. 우리는 니코 가오슝 호텔의 18층 객실, 빳빳하게 다려진 흰 시트 위에 각자 흩어져 누워 있었다. 몸을 깊숙이 집어삼키는 포근한 침구의 감촉과 은은하게 풍기는 세탁 세제 향기가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던 찰나, 옆 침대에서 짧은 신음이 들려왔다. 배가 고프다는 직접적인 말은 없었지만, 우리는 찰나의 눈빛만으로 이미 합의를 마쳤다. 슬리퍼를 끌고 로비를 지나 밖으로 나서자, 피부에 닿는 밤공기가 쾌적하게 차가웠다. 편의점으로 향하는 길, 노란 가로등 불빛이 보도블록 위에 길게 늘어져 있었고, 비닐봉지가 걸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그 밤의 유일한 음악이 되어 우리를 이끌었다. 편의점의 밝은 형광등 아래에서 우리는 홀린 듯 대만 특유의 달콤한 밀크티와 갓 튀겨낸 냄새가 진동하는 치킨, 그리고 이름 모를 현지 과자 몇 봉지를 집어 들었다.
눅눅한 튀김과 엉뚱한 진심들의 향연
방으로 돌아와 테이블도 치우지 않은 채 침대 위에 봉투를 쏟아냈다. 창밖으로는 가오슝 항구의 야경이 보석을 뿌려놓은 듯 조각조각 흩어져 있었고, 그 빛들은 방 안의 어둠과 대비되어 더욱 선명하게 빛났다. 우리는 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젓가락을 움직였다.
"너 아까 울트라맨 보러 가자며. 15미터나 된다고 호들갑 떨더니 결국 안 갔잖아."
"그게 15미터라며. 내 키랑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갑자기 의욕이 사라지더라고."
"말도 안 돼. 그냥 걷기 싫었던 거겠지."
"정답."
우리는 서로의 게으름을 칭찬하며 눅눅해진 치킨을 씹었다. 기름진 튀김옷의 짠맛과 밀크티의 진한 달콤함이 혀끝에서 뒤섞이며 묘한 쾌감을 주었다. 누군가 쏟은 소스가 흰 시트 위에 작은 점을 남겼지만, 평소라면 질색했을 그 얼룩조차 이곳에서는 여행의 훈장처럼 느껴졌다.
"내일은 보어 특구 가서 크리스마스 마켓 구경하자며. 근데 우리 지금 상태로 가능할까?"
"글쎄. 일단 누워보고 결정하자."
"그게 네 여행 모토지. 무용의 미학."
"맞아.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힘든 법이니까."
우리는 킥킥거리며 남은 과자 부스러기를 손가락으로 찍어 먹었다. 니코 가오슝 호텔의 세련된 인테리어와 침대 위에 널브러진 편의점 쓰레기들의 부조화가 묘한 해방감을 주었다. 억지로 무언가를 찾아내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저 배가 부르고 곁에 말이 통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소음이 잦아든 뒤의 투명한 정적
음식이 바닥나고 대화의 밀도가 낮아지자, 우리는 다시 각자의 침대로 돌아가 몸을 뉘었다. 입안에 남은 밀크티의 잔향이 천천히 흩어지며 잠기운이 밀려왔다. 18층이라는 높이 덕분에 도시의 소음은 아득한 파도 소리처럼 멀게만 느껴졌고, 가끔 들려오는 자동차 경적 소리가 오히려 우리가 낯선 타지에 있음을 일깨워주었다. 조명을 모두 끄자 냉장고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빛이 방 한구석을 비췄다. 그 빛은 생각보다 따뜻했고, 어둠 속에서 서로의 고른 숨소리만이 리듬을 맞췄다. 내일 아침엔 저 넓은 욕조에 몸을 담그고 멍하니 항구의 풍경을 바라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특별한 깨달음이나 거창한 감동은 없었지만, 12월의 가오슝, 이 높은 방에서 친구들과 함께 배를 채우고 잠드는 이 순간이 더없이 소중했다. 기억은 언젠가 망각의 재료가 되겠지만, 이 눅눅한 치킨의 맛과 낮은 웃음소리만큼은 꽤 오래 남을 것 같았다. 젖은 수건처럼 무거운 피로가 기분 좋게 온몸을 감싸 안았다.
반쯤 비워진 밀크티 컵에 맺힌 물방울이 천천히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 가오슝 편의점의 진한 밀크티, 얼음을 적게 넣어 풍미를 살릴 것
- 호텔 근처 로컬 치킨 스탠드의 짭조름한 튀김 요리와 시원한 맥주 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