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구운 빵 내음과 아이들의 소란이 빚어낸 아침
니코 가오슝 호텔의 행정 객실에서 맞이한 1월의 아침은 투명한 햇살과 함께 느릿하게 시작되었다. 커튼 틈새로 스며든 미지근한 빛이 하얀 시트 위에 흩뿌려졌고, 그 위를 굴러다니던 아이들의 작은 발자국들이 마치 하나의 지도처럼 남았다. 조식 뷔페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안, 둘째는 벌써부터 배가 고프다며 콧노래를 흥얼거렸고 그 소리는 좁은 공간을 경쾌하게 채웠다. 식당에 들어서자 절제된 일본식 미학이 흐르는 정갈한 분위기가 우리를 맞이했지만, 우리 가족이 차지한 테이블만큼은 예외였다. 첫째는 팬케이크 위에 메이플 시럽을 폭포처럼 쏟아부었고, 둘째는 오렌지 잼을 손가락으로 찍어 먹다 보니 어느새 볼 전체가 달콤한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나는 그 무질서한 풍경을 가만히 관조하며 쌉싸름한 블랙커피 한 잔을 들이켰다. 갓 구운 크루아상의 고소한 향기와 아이들의 까르르 웃음소리가 뒤섞인 공기는 더없이 포근했다. 정돈된 공간 속에 던져진 우리 가족의 소란함이 오히려 이곳을 단순한 숙소가 아닌, 우리의 온기가 머무는 집으로 만들어주는 기분이었다.
골목길 끝에서 만난 뜨끈한 위로, 돼지피 국밥
호텔 문을 나서자 가오슝의 겨울은 생각보다 상냥하게 우리를 감싸 안았다. 반소매 차림의 현지인들 사이로 섞여 '사랑의 강' 근처로 향했다. 길가에 우뚝 솟은 15미터 높이의 울트라맨 동상을 발견한 둘째는 갑자기 자신이 지구를 지키는 영웅이라며 짧은 팔을 휘둘렀고, 그 천진난만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낮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점심은 근처의 소박한 '아류이 돼지피 국밥' 집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낡은 나무 테이블 위로 쏟아지는 정오의 햇살과 낯선 이들의 웅성거림이 배경음악처럼 깔린 곳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물은 짭조름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느껴졌고, 처음에는 돼지피라는 말에 미간을 찌푸리던 첫째도 한 입 먹어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좁은 식당 안을 가득 채운 진한 육수 냄새와 피부에 닿는 보드라운 바람, 그리고 아이들의 작은 손을 잡고 걷는 골목길의 촉감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거창한 관광지의 화려함보다, 이름 모를 식당에서 뜨거운 국물을 나눠 먹으며 서로의 온기를 확인하는 이런 무용한 순간들이 여행의 진짜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항구의 불빛을 안주 삼아 마시는 고요한 한 잔
다시 니코 가오슝 호텔로 돌아와 방에 들어서자, 낮 동안의 소동은 거짓말처럼 잦아들었다. 아이들은 하루의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침대에 눕자마자 깊은 잠의 바다로 빠져들었다. 나는 아이들을 위해 준비된 대형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씻기고, 웰컴 선물로 받은 달콤한 파인애플 케이크를 한 입 베어 물며 잠시 숨을 골랐다. 이제야 찾아온 완전한 정적. 창가로 다가가 내려다본 가오슝의 야경은 보석을 뿌려놓은 듯 찬란했다. 저 멀리 85타워와 항구의 불빛들이 점점이 박혀 있었고, 나는 편의점에서 사 온 간단한 안주와 맥주 한 캔을 테이블에 놓았다. 손끝에 닿는 캔의 차가운 감촉과 아이들의 고른 숨소리가 묘한 대조를 이루며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낮 동안의 소란함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고요한 평온함이 밀물처럼 들어찼다. 호텔의 부드러운 침구가 몸을 감싸 안고 조명이 낮게 고요해지은 이 시간, 내일 또 어떤 소동이 벌어질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의 정적은 무엇보다 달콤했다. 젖은 수건을 정리하고 불을 끄는 순간, 창밖의 항구는 여전히 잔잔한 숨을 쉬고 있었다.
아이의 작은 손이 내 옷자락을 꼭 잡고 잠든, 더없이 다정한 밤이었다.
- 가오슝의 1월은 온화하므로 가벼운 겉옷 하나만 준비해도 충분합니다.
- 아류이 돼지피 국밥의 진한 국물 맛은 아이들도 좋아하니 꼭 도전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