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을 먼저 인정한 사람이 패배하는 밤
이번 여행의 암묵적인 규칙은 단순했다. 가장 먼저 배고픔을 시인하는 사람이 야식을 책임지는 것. 우리는 서로의 눈치를 보며 꽤 오래 버텼다. 12월의 가오슝은 덥지도 춥지도 않은, 마치 미지근한 욕조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적당한 온도였다. 하지만 밤 11시가 되자 정적을 깨고 누군가의 배에서 정직한 신호가 울려 퍼졌다. 결국 내가 졌다. 우리는 메리어트 가오슝 호텔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매끄럽게 하강하는 중력의 감각이 발끝에 전해졌고, 은은한 호텔 특유의 시그니처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호텔과 연결된 의향천지 몰로 내려가는 길은 짧았지만, 화려한 네온사인과 상점들의 들뜬 공기가 우리를 맞이했다.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현지의 맛을 찾을 수 있다는 안도감 속에 우리는 묵직한 봉투 가득 짭조름한 간식과 차가운 음료를 담아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복도의 두꺼운 카펫은 우리의 들뜬 발소리를 조용히 집어삼켰다.
바삭한 튀김 소리와 빳빳한 시트 사이의 밀어
"야, 여기 방 진짜 넓지 않냐? 내 목소리가 약간 울리는 것 같아."
친구 하나가 방 한가운데서 팔을 크게 벌리며 외쳤다. 실제로 그랬다. 우리가 묵은 가족 전망 객실은 탁 트인 개방감과 함께 쾌적한 공기가 감돌았다. 우리는 정갈하게 정돈된 하얀 침대 위에 야식 봉투를 거침없이 펼쳐 놓았다. 빳빳하고 서늘한 촉감의 고급 시트 위에 기름진 튀김들이 올라온 풍경은 묘하게 이질적이면서도 해방감을 주었다.
"아까 그 실내 수영장 말이야, 물 온도가 정말 예술이더라. 피부에 닿는 느낌이 꼭 비단 한 겹을 몸에 두른 것처럼 매끄러웠어."
"맞아. 거기서 한 시간만 더 있었으면 그냥 여기서 살 뻔했다니까. 몸이 완전히 녹아내리는 기분이었어."
우리는 낄낄거리며 튀김을 씹었다. 입안에서 터지는 바삭한 소리와 함께 낮에 다녀온 스파의 나른함이 다시금 밀려왔다. 탄산수소염천의 미끄러운 촉감이 여전히 피부 끝에 남아 있는 듯했다.
"근데 너네 아까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척만 하다가 나온 거 다 알아. 런닝머신 위에 딱 5분 서 있었잖아."
"그게 바로 전략이라는 거야. 에너지를 60%만 쓰고 나머지는 비축해야 지금 이 야식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거든."
우리는 서로의 게으름을 칭찬하며 낄낄거렸다. 메리어트 가오슝 호텔이라는 화려한 공간 속에서 가장 세속적이고 편안한 자세로 누워 있는 것, 그것이 이번 여행의 진짜 목적이었다. 33층 라운지에서 내려다본 보석 같은 야경도 좋았지만, 지금 이 순간 침대에 엉켜 앉아 나누는 시시한 농담과 캔맥주의 청량함이 더 소중했다.
소음이 빠져나간 자리에 고인 고요
어느덧 음식 봉투는 비워졌고, 뜨거웠던 대화의 밀도도 서서히 낮아졌다. 한 명씩 깊은 하품을 내뱉기 시작했고,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다. 넓은 방은 다시금 깊은 고요 속에 잠겼다. 창밖으로는 가오슝의 도시 불빛들이 점점이 박혀 밤하늘의 성단처럼 빛나고 있었다. 12월의 밤공기는 유리창 너머에서 잔잔한 물결처럼 흐르고 있었다. 침대 속으로 깊숙이 몸을 묻자, 호텔 침구 특유의 서늘하면서도 포근한 감촉이 온몸을 감싸 안았다. 낮에 느꼈던 온천수의 온기가 여전히 등 뒤에 머물러 있는 기분이었다. 무언가 거창한 깨달음을 얻으려 애쓰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이곳에 있고, 내 곁에 이 사람들이 있으며, 배가 부르다는 단순한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밤이었다. 우리는 "잘 자"라는 말 대신 짧은 신음 섞인 웃음을 주고받았다. 그것으로 충분한 작별 인사였다.
창가에 놓인 빈 컵 속에 도시의 불빛이 작은 조각으로 고여 있었다.
- 의향천지 몰 내 디저트 샵의 달콤한 펑리수와 진한 우롱차
- 편의점에서 공수한 시원한 흑당 밀크티와 짭조름한 닭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