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가 네 얼굴만 못하면 환불해 줘"
"야, 너 아까 뷰 좋다고 호언장담했지? 근데 내 눈엔 네 멍청한 얼굴만 보이는데?" 지수가 침대에 눕자마자 툭 던졌다. 나는 대답 대신 묵직한 캐리어를 구석으로 밀어 넣으며 툴툴거렸다. "조용히 해. 일단 누워봐. 침대가 이렇게 넓은데 뷰가 무슨 상관이야." 옆에서 지켜보던 민호가 낄낄거리며 거들었다. "결국 뷰는 포기하고 잠만 자겠다는 거네. 역시 너답다." 우리는 서로의 멍청한 선택들을 비웃으며 한참을 낄낄거렸다. 9월 가오슝의 끈적한 습기가 피부를 조여와 숨이 턱 막히던 찰나, 방 안의 에어컨은 정직하게 차가운 바람을 쏟아냈다. 콧등에 맺혔던 땀방울이 순식간에 식어내리는 그 서늘한 온도 차이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이번 여행의 절반은 성공했다는 근거 없는 확신에 휩싸였다.
푸른 심해를 닮은 도시의 안식처
H2o Shui Jing Zhan Guo Ji Jiu Dian의 객실은 마치 거대한 심해의 궁전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짙은 남색과 투명한 하늘색이 겹겹이 층을 이룬 공간은 도시의 소음을 완벽히 지워내고 오직 우리만의 정적을 채웠다. 푹신한 매트리스의 서늘한 촉감이 피부에 닿는 순간, 밖의 습도 80퍼센트라는 숫자는 무의미한 기호가 되었다. 특히 세련된 예술 작품들이 곳곳에 배치된 인테리어는 공간에 리듬감을 더했고, 건식과 습식이 완벽히 분리된 욕실의 쾌적함은 여행자의 피로를 세심하게 어루만지는 손길 같았다.
우리는 루프탑 수영장으로 올라가 가오슝의 하늘을 마주했다. 미지근한 수온이 온몸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고, 물결을 따라 흩어지는 햇살은 부서진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며 시야를 가득 채웠다. 물 위에 둥둥 떠서 바라본 도시는 아득한 수평선 너머의 풍경처럼 낯설고도 평화로웠다. 잠시 후 호텔 근처에서 맛본 돼지피떡국의 짭조름하고 진한 풍미가 혀끝에 남았을 때, 우리는 비로소 이 도시의 리듬에 동화되었음을 깨달았다. 다시 돌아온 방, 푸른 조명이 켜진 로비를 지나 침대로 다이빙하는 순간의 그 푹신함은 세상의 모든 긴장을 녹여내기에 충분했다. 운동화는 이미 구석에서 탁구채처럼 굴러다니고 있었지만, 그런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가는 것이 이토록 즐거울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이 푸른 방에서 다시금 확인했다.
새벽 세 시, 낮아진 목소리의 온도
"야, 내년에 또 올래?" 민호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낮의 소란함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방 안에는 은은한 푸른 빛과 서로의 규칙적인 숨소리만 남았다. "글쎄. 너 또 늦잠 자서 일정 다 망치면 절대 안 올 거야." 지수가 대답했지만, 그 목소리에는 더 이상 날카로운 가시가 없었다. 오히려 다정한 온기가 섞여 있었다. "그냥 여기 계속 누워있으면 안 되나. 아무것도 안 하고." 나는 천장에 드리워진 푸른 그림자를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고요함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좋네. 그게 진짜 여행이지." 우리는 더 이상 서로를 깎아내리지 않았다. 대신 적당한 거리에서 느껴지는 친구들의 체온과 포근한 침구의 감촉에 몸을 맡겼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안도감, 그리고 서로의 존재만으로 충분한 이 밤.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여행이었다고, 우리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합의했다.
창밖으로 가오슝의 밤바람이 미지근한 위로처럼 불어오고 있었다.
- 루프탑 수영장에서 해 질 녘의 가오슝 시내 전경을 바라보며 유영하기
- 호텔 인근 로컬 식당에서 진한 돼지피떡국으로 현지의 깊은 맛 경험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