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햇살이 방바닥에 직사각형의 금빛 조각을 내려놓을 때
가오슝의 1월은 다정했다. 반소매 차림으로 거리를 걸어도 덥지 않았고, 공기는 적당히 미지근해 피부에 닿는 감촉이 보드라웠다. 사람들의 걸음걸이는 느릿했고, 도시 전체가 거대한 낮잠에 빠져든 것만 같았다. 우리는 H2o Shui Jing Zhan Guo Ji Jiu Dian의 20층 로비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가 빠르게 상승하는 동안 귀끝이 살짝 먹먹해졌고, 마치 지상에서 분리되어 구름 위로 떠오르는 듯한 묘한 부유감이 느껴졌다.
체크인을 마치고 들어선 객실에는 정오를 지난 햇살이 길게 누워 있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약속이라도 한 듯 하얀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빳빳하게 다려진 시트의 바스락거리는 촉감이 피부에 닿았고, 갓 세탁한 린넨의 깨끗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욕실에서 은은하게 풍겨오는 불가리 어메니티의 고급스러운 향취가 공간의 밀도를 더했다. 옆을 보니 당신이 이미 눈을 감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보폭을 맞추는 법을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냥 이렇게 있어도 충분해." 내 마음속의 낮은 속삭임이 공기 중에 흩어졌다. 그냥 누워 있는 것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냉장고를 열자 미니바의 음료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가운 캔 음료 하나를 꺼내 손바닥에 댔다. 금속의 서늘함이 손끝에서부터 심장까지 빠르게 전해졌다. 캔을 따는 경쾌한 '칙' 소리가 정적을 깼고, 그 소리에 당신이 천천히 눈을 뜨고 나를 보았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용한 시간이 강물처럼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그 무용함이 주는 안도감이 꽤 컸다. 창밖으로 보이는 가오슝의 풍경은 평범했고, 그래서 더 편안했다. 굳이 무언가를 하러 나가지 않아도, 이 고요한 방 안의 포근함 속에 함께 잠겨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오후였다.
오전 8시, 창밖의 도시가 푸르스름한 새벽빛을 털어내며 기지개를 켤 때
알람 소리보다 먼저 잠을 깨운 건 커튼 틈새로 스며든 옅은 빛의 줄기였다. 우리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조식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 안은 갓 구운 빵 냄새와 진한 커피 향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반셀프 방식의 식사는 효율적이면서도 정갈했다. 나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전복죽 한 그릇을 골랐다. 숟가락으로 죽을 천천히 저을 때마다 고소한 풍미가 올라왔고, 전복의 쫄깃한 식감과 담백한 맛이 혀끝에 부드럽게 감겼다. 겨울의 초입에서도 이런 따뜻한 보양식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가오슝 여행의 숨은 묘미였다.
당신은 현지 스타일의 오징어 쌀국수를 먹고 있었다. 맑은 국물 속에 든 오징어가 탱글탱글하게 빛났고, 뜨거운 국물을 들이켤 때마다 당신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우리는 음식을 씹으며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거창한 계획 같은 건 없었다. "오늘 날씨 정말 좋겠다", "죽이 생각보다 더 따뜻하네" 같은 사소한 말들이 오갔다. 하지만 그 짧은 문장들 사이에 섞인 다정함이 우리 사이의 빈틈을 촘촘하게 메우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객실로 돌아와 창가에 섰다. H2o Shui Jing Zhan Guo Ji Jiu Dian의 높은 층수 덕분에 도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멀리 보이는 건물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였고, 옥상 수영장의 푸른 물결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당신이 내 어깨에 가만히 머리를 기대었다. 얇은 옷감 너머로 전해지는 당신의 체온이 내 몸속으로 천천히 스며들었다. 우리는 그렇게 한동안 움직이지 않고 도시의 깨어남을 지켜보았다. 방 안에는 네스프레소 커피 머신이 내뿜는 진한 향기가 안개처럼 깔려 있었다.
어쩌면 여행이란 건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모험이 아니라, 가장 익숙한 사람과 낯선 곳에서 다시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1월의 가오슝은 우리에게 그 느린 시간을 허락했다.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지만, 함께 따뜻한 죽을 나누어 먹고 함께 침대에 누워 있던 그 찰나의 순간들이 기억의 심해에 더 선명하게 각인될 것 같았다. 과장 없이 말하자면, 정말 좋았다. 다시 이곳에 와서 똑같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햇살이 머물다 간 자리에 당신의 온기가 겹겹이 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