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의 시작은 누가 가장 먼저 짐을 잃어버릴지 내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결과는 모두의 예상대로였다. 한 명은 여권을 가방 깊숙이 숨겨두고는 한참을 헤맸고, 우리는 그 당혹스러운 표정을 보며 낄낄거렸다. H2o Shui Jing Zhan Guo Ji Jiu Dian의 셔틀버스를 타고 호텔로 향하는 길, 차창 밖 가오슝의 3월 공기는 눅눅하고 부드러웠다. 젖은 솜사탕처럼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공기였지만, 그 낯선 습도가 오히려 여행의 시작을 실감 나게 했다.
근처 식당에서 아루이 돼지껍데기 탕을 먹었다. 뜨거운 김이 안경알에 하얗게 서렸고, 국물은 혀끝을 진하게 감쌌다. 입안에서 맴도는 고소한 기름기와 쌉싸름한 끝맛의 조화. 친구 녀석이 국물을 들이켜다 옷에 튀긴 순간,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셔터를 눌러 단체 채팅방에 올렸다. 식후에 호텔로 돌아와 내린 캡슐 커피는 작은 컵 속에 정직하고 짙은 검은색 액체로 담겨 있었다.
객실 창밖을 보며 우리는 서로를 가차 없이 깎아내렸다. 뷰가 정말 훌륭하다며, 맞은편 건물의 회색 벽면이 아주 고해상도로 보인다고 비꼬았다. 누군가는 이걸 '도시의 질감'이라고 우겼고, 우리는 그 말도 안 되는 논리에 기꺼이 박수를 쳤다. 좁은 공간에서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이 앉아 나눈 무용하고 의미 없는 대화들이 묘하게 마음을 편하게 했다.
침대 크기가 193센티미터에 210센티미터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우리는 누가 더 오래 누워 있을 수 있는지 내기를 했다. 하지만 승자는 없었다. 모두가 구름 같은 매트리스 속으로 깊게 빨려 들어갔기 때문이다. 바스락거리는 시트의 서늘한 촉감이 발가락 끝에 닿았고, 우리는 각자의 화면으로 영화를 보며 서로 다른 타이밍에 하품을 내뱉었다.
19층 라운지에 올랐다. 소란스러운 거리의 소음이 단절된, 기묘한 정적이 흐르는 곳이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을 멈췄다. 낮은 조명 아래서 서로의 얼굴이 희미하게 보였고, 특별한 대화는 필요 없었다. 그저 적당한 온도와 적당한 거리에서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그것이 우리가 원하던 여행의 전부였다.
20층 로비에서 체크인을 마쳤을 때의 쾌적함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방 안의 카펫은 발소리를 완전히 집어삼킬 만큼 두꺼워, 걷다 보면 내가 어디쯤 있는지 잊게 만들었다. 화장실 타일의 서늘한 감촉과 대비되는 따뜻한 조명, 그리고 세면대 위에 정갈하게 놓인 어메니티들의 정렬 상태를 보며 누군가의 세심한 손길이 주는 안도감을 느꼈다.
마조 행렬의 웅장한 북소리가 호텔 밖까지 진동했다. 우리는 홀린 듯 거리로 나갔고, 인파에 밀려 복숭아 농장 근처까지 흘러갔다. 계획에는 없던 경로였지만, 3월의 햇살이 정수리를 기분 좋게 데웠고 입안 가득 퍼지는 복숭아의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길을 잃었기에 만날 수 있었던 달콤한 우연이었다.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왔을 때, 우리는 아무도 서두르지 않았다. 짐을 챙기는 손길은 느릿했고, 방 안에는 여전히 눅눅한 봄의 기운이 머물러 있었다. H2o Shui Jing Zhan Guo Ji Jiu Dian의 옥상 수영장에서 보았던 푸른 하늘을 떠올리며, 다시 이곳에 온다면 똑같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60퍼센트의 힘만 쓰며 보낸 며칠, 가오슝은 그렇게 우리에게 적당한 온도를 남겨주었다.
눅눅한 시트 위에 나란히 누워 천장을 보던 오후.
- 19층 라운지에서 멍하니 도시를 내려다보는 시간을 꼭 가져봐.
- 호텔 근처 아루이 돼지껍데기 탕의 진한 국물 맛은 꼭 경험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