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의 우리에게. 그때 우리는 왜 그토록 울트라맨 사진에 집착했을까. 기억은 흐릿해지겠지만, 뺨을 스치던 21도의 미지근한 바람과 왁자지껄했던 우리의 웃음소리만큼은 선명하게 남았길 바라.
5년 뒤에도 여전히 선명할 엉뚱한 조각들
15미터 울트라맨과의 무모한 내기: 러브 리버 베이의 쨍한 햇살과 강물 냄새가 섞인 오후, 누가 더 자연스럽게 거대 영웅과 사진을 찍는지 내기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모두가 외계인에게 납치당하는 사람처럼 보였지만, 우리는 그 사진들을 보며 한 시간 동안 배를 잡고 웃었다. 무용한 짓이었지만, 그 찰나의 웃음이 여행의 전부였다.
H2o Shui Jing Zhan Guo Ji Jiu Dian의 광활한 안식처: 193cm x 210cm의 럭셔리 룸 침대는 지나치게 넓어 옆 사람의 존재를 완전히 지워버릴 수 있을 정도였다. 하루 종일 걷느라 퉁퉁 부은 발을 올리고 누웠을 때, 바스락거리는 시트의 서늘한 감촉과 은은하게 퍼지는 불가리 어메니티의 고급스러운 향기가 온몸을 감쌌다. "이제 진짜 아무것도 안 해도 돼"라는 안도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미각을 깨우는 호사스러운 조식: 호텔 조식의 정점은 단연 육즙 가득한 스테이크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현지식 죽이었다. 짭조름한 밑반찬과 부드러운 죽의 조화에 취해, 우리는 누가 더 많이 먹나 내기를 하며 접시를 가득 채웠다. 결국 배가 너무 불러 오전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다시 침대로 다이빙했다. 그 게으른 사치가 주는 만족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
도시의 밤을 수놓은 파란 곡선: 밤이 되면 H2o Shui Jing Zhan Guo Ji Jiu Dian의 외벽이 짙은 코발트블루 빛으로 물든다. 가오슝의 스카이라인에 그려진 그 완만한 곡선을 보고 있으면, 내가 도시라는 거대한 조형물 속에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화려함보다는 정제된 세련미가 느껴지는 빛, 그 고요한 색감 속에 잠겨 있으면 마음의 소음이 잦아들었다.
5년 뒤 이 기록을 다시 열어본다면
아마 울트라맨의 정확한 높이는 잊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2월 가오슝의 공기는 기억날 것 같다. 거리 곳곳에서 풍기던 희미한 폭죽 냄새와 이름 모를 꽃향기, 그리고 로비에 들어설 때 피부에 닿던 쾌적한 냉기 같은 것들. 우리는 여행 내내 "계획대로 안 돼서 다행이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길을 잘못 들어 도착한 이름 없는 골목에서 맛본 돼지 선지탕의 진한 풍미와 예정에 없던 낮잠. 효율성을 따졌다면 최악이었겠지만, 관조하는 입장에서 보면 가장 완벽한 휴식이었다. 친구라는 존재는 결국 같이 멍청한 짓을 해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다시 확인했다. 5년 뒤의 너희는 여전히 그렇게 무용한 즐거움을 사랑하고 있을까.
창문에 맺힌 작은 물방울 하나가 도시의 불빛을 머금은 채 천천히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 H2o Shui Jing Zhan Guo Ji Jiu Dian에 묵는다면 루프탑 수영장에서 가오슝의 야경을 내려다보길 권한다.
- 2월의 가오슝은 걷기 좋으니, 편한 운동화를 신고 러브 리버 베이의 밤공기를 천천히 마셔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