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을 타고 스며드는 눅눅하고 따스한 온기, 그것이 가오슝에서의 첫 기억이었다. 좌잉역에 내리자마자 마주한 H2o Shui Jing Zhan Guo Ji Jiu Dian의 직원이 건넨 따뜻한 수건에서는 은은한 시트러스 향이 났다. 낯선 도시가 주는 팽팽한 긴장감이 그 작은 천 조각 하나에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20층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압도적인 층고는 나를 한없이 작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일상의 무게로부터 해방시켜 주는 묘한 개방감을 선사했다. 객실로 들어서자 4월의 나른한 햇살이 얇은 커튼 사이로 부서져 들어와 바닥에 금빛 무늬를 그려내고 있었고, 공기 중에는 미세한 먼지들이 빛을 머금고 느릿하게 유영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초록빛 잔디밭 위로 사람들의 작은 움직임이 마치 정지 화면처럼 고요하게 흘러갔다. 193센티미터의 너비와 210센티미터의 길이를 가진 거대한 침대는 마치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우리만의 작은 섬 같았다. 바스락거리는 시트의 빳빳하면서도 부드러운 촉감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나는 비로소 이곳이 현실이 아닌 꿈의 연장선임을 깨달았다. "그냥 이렇게 계속 누워있어도 될까?" 내 낮은 물음에 상대는 대답 대신 내 손등 위에 자신의 손을 가만히 겹쳤다. 그 온기만으로 모든 대답이 충분했다. 저녁에는 호텔 내 세 곳의 레스토랑 중 하나를 골라 홍콩식 훠궈를 즐겼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국물의 소리와 함께 커리 어완의 진하고 크리미한 풍미가 혀끝을 자극했고, 뜨거운 김 속에 섞여 나누는 시시콜콜한 농담들은 그 어떤 거창한 사랑의 맹세보다 달콤하게 다가왔다. 26도의 공기는 적당히 눅눅하고 적당히 시원했다. 습기를 머금은 바닷바람이 뺨을 스칠 때면, 우리는 서로의 보폭을 맞추려 애쓰지 않고 그저 각자의 속도로 걷다 어느 순간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루프탑 수영장의 짙푸른 물결이 보랏빛으로 물드는 가오슝의 하늘과 경계 없이 섞이는 찰나, 삶은 굳이 특별해질 필요가 없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낸 이 건조한 평온함, 그것이 여행의 진짜 얼굴이었다. 젖은 머리카락을 말리며 나누던 짧은 웃음소리와 에어컨의 낮은 웅얼거림, 그리고 가끔씩 들려오는 복도의 발소리가 정적보다 더 깊은 안심을 주던 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온기에 기대어 완벽한 휴식의 형태를 완성해갔다.
- 좌잉역에서 제공되는 호텔 픽업 서비스와 따뜻한 수건의 세심한 환대를 경험해보길 권한다.
- 루프탑 수영장에서 가오슝의 보랏빛 하늘과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함께 바라보는 시간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