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순간, 서로 다른 시선
카드키가 맞물리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11월의 가오슝 햇살이 길게 늘어진 하얀 침대 시트였다. 193cm의 넓은 매트리스 위로 먼지가 아주 작게 유영하고 있었다. 욕실로 걸음을 옮기자 Bvlgari 비누의 묵직한 향이 코끝에 닿았다. 손끝으로 만져본 타일의 온도는 적당히 서늘했다. 네스프레소 머신 옆에 놓인 캡슐들의 색깔을 하나하나 살폈다. 어떤 색이 더 쌉쌀한 맛을 낼지 고민하는 시간이 좋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고층 건물의 풍경은 정지 화면 같았다. 소음이 차단된 방 안에서 들리는 것은 오직 나의 숨소리와 낮은 기계음뿐이었다. 나쁘지 않은 정적이었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설 때, 나는 그의 등 너머로 보이는 방의 분위기를 읽었다. 넓은 방 안을 가득 채운 은은한 조명과 정갈하게 정리된 가구들이 마음을 놓이게 했다. 그는 곧장 창가로 다가가 도시의 전경을 바라보았고, 나는 그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았다. 우리가 함께 누울 커다란 침대가 포근해 보였다. 그가 돌아서며 살짝 웃었을 때, 방 안의 공기가 조금 더 따뜻해진 기분이 들었다. 욕실에서 풍겨 나오는 고급스러운 향기가 우리 사이의 빈틈을 채웠다. 특별한 대화는 없었지만, 함께 이곳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짐을 풀고 침대에 몸을 던졌을 때 느껴진 바스락거리는 시트의 촉감이 기억에 남는다. 충분한 시간이었다.
우리가 함께 발견한 것
해 질 녘, 우리는 함께 루프탑 수영장으로 향했다. 11월의 가오슝은 24도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그 정도의 공기가 피부에 닿았다. 수영장 물의 푸른색이 점차 오렌지빛으로 물드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았다. 도시의 소음은 아주 멀리서 들려왔고, 우리는 그 소음이 닿지 않는 높이에 있었다. 술을 잘 못 마시는 나를 위해 그가 주문한 비알코올 칵테일의 청량함이 입안에 퍼졌다. 물속에 몸을 담그고 가만히 떠 있으면, 우리가 서로 다른 속도로 걷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게 되었다. 수평선과 맞닿은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보며 우리는 동시에 짧은 숨을 내뱉었다. 그 순간만큼은 서로의 호흡이 정확히 일치하고 있었다. 무언가를 억지로 맞추려 하지 않아도 괜찮은, 그런 편안한 일치였다.
다음 날 아침, 조식 식당에서 마주한 스테이크의 육즙과 부드러운 식감은 꽤 인상적이었다. 고소한 버터 향이 코끝을 자극했고, 창밖의 풍경을 피해 안쪽 자리로 안내해 준 직원의 배려가 다정했다. 우리는 접시 위의 음식을 천천히 비워내며, 이번 여행에서 무엇이 좋았는지에 대해 짧게 이야기 나누었다. 거창한 깨달음이나 대단한 사건은 없었다. 그저 적당한 온도와 적당한 향기,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의 적당한 거리감이 좋았을 뿐이다. H2o Shui Jing Zhan Guo Ji Jiu Dian에서의 시간은 그렇게 담백하게 흘러갔다.
시트 위에 남은 온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오후였다.
- 조식의 스테이크는 꼭 경험해 볼 것. 부드러운 육질이 아침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
- 루프탑 바에서 비알코올 음료와 함께 가오슝의 야경을 천천히 감상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