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운동화와 엇갈린 예약 확인서
5월의 가오슝은 공기부터가 눅눅했다. Cheng Shi Shang Lv 로비에 들어섰을 때, 우리는 모두 젖은 생쥐 꼴이었다. 대리석 바닥 위로 캐리어 바퀴가 구르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대체 누가 예약했어?"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젖은 울 코트에서 나는 눅눅한 흙내음이 로비의 쾌적한 시트러스 향과 묘하게 섞였다. 누군가의 메일함에서 예약 확인서가 마침내 발견되었을 때, 우리는 서로의 엉망인 몰골을 보며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벽면을 따라 흐르는 파도 모양의 곡선들이 마치 우리의 소란스러운 도착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 듯했다. 계획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그 엉망진창인 상태가 오히려 우리다웠다.
Cheng Shi Shang Lv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들
항구 뷰의 정체: 창밖으로 보이는 가오슝 항구는 정지 화면이 아니었다. 거대한 화물선들이 아주 느릿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저속 재생되는 영화 같았다. 쇠 냄새 섞인 바닷바람이 느껴지는 듯한 그 압도적인 크기 앞에 서니, 우리가 밤새 고민했던 사소한 갈등들이 먼지처럼 작게 느껴지는 경험을 했다.
침대의 중력: 화이트 톤의 바스락거리는 리넨 시트 속으로 몸을 밀어 넣은 순간 깨달았다. 이번 여행의 진짜 목적은 관광이 아니라, 이 푹신한 중력에 굴복해 하루 종일 굴러다니는 것이었음을. 매트리스의 적당한 탄력이 빗속을 헤매며 쌓인 육체적 피로를 그대로 흡수해 버렸다.
스테이크의 정직함: 멜리 씨 아트리움 레스토랑에서 맛본 텐더로인 스테이크는 정직했다. 나이프가 닿는 순간 들리는 바삭한 시어링 소리와 입안 가득 퍼지는 진한 육즙의 온도가 젖은 몸을 빠르게 데워주었다. 700타이완달러라는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은, 완벽한 위로의 맛이었다.
경전철의 구원: 호텔 바로 옆 대의역 경전철역은 걷기 싫어하는 우리에게 신이 내린 선물이었다. 덜컹거리는 경전철의 리듬에 몸을 맡기고 피어2 예술특구까지 이동하는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다음 식사 메뉴를 정하는 데 모든 지적 능력을 쏟아부으며 여행의 설렘을 되찾았다.
리스트 밖에서 만난 뜻밖의 고요
원래 계획은 거창했다. 나마샤 산림 속으로 들어가 반딧불이를 쫓고, 제철 수박과 복숭아를 한 바구니 샀어야 했다. 하지만 5월의 메이위는 우리의 야심 찬 계획을 비웃듯 무자비하게 쏟아졌다. 결국 우리는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Cheng Shi Shang Lv의 항구 뷰 객실에 그대로 누워 천장을 보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빗줄기가 가늘어지더니 거짓말처럼 하늘이 열렸다. 빗물에 씻겨 내려간 가오슝의 건물들이 유난히 선명한 원색으로 다가왔고, 공기는 투명하게 정화되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항구의 낮은 경적 소리가 방 안의 정적을 기분 좋게 채웠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그 풍경을 응시했다. 무언가 대단한 깨달음을 얻으려 애쓰지 않았다. 그저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 뽀송하게 마른 옷을 입고, 창밖의 짙은 파란색을 감상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효율성만을 따지던 일상에서 벗어나 이렇게 무용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야말로 여행이 주는 진짜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젖은 운동화가 바짝 말라갈 때쯤, 우리는 서로에게 약속했다. 다음에도 그냥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러 오자고.
젖은 운동화가 완전히 말랐을 때, 우리는 다시 이곳에 오기로 약속했다.
- 멜리 씨 아트리움 레스토랑의 텐더로인 스테이크로 기력을 보충할 것.
- 체크아웃 후 경전철 대의역에서 내려 피어2 예술특구의 골목을 천천히 거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