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도시의 소란함을 품어줄 안식처가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가족 여행은 기본적으로 서투른 팀원들이 모인 고단한 팀 작전과 같다. 3월의 가오슝 공기는 눅눅하게 빚어낸 빵 반죽처럼 부드럽고 따뜻했다. `Cheng Shi Shang Lv`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를 맞이한 건 건물 전체를 유연하게 흐르는 파도 모양의 곡선이었다. 아이들은 그 하얀 선을 따라 손가락으로 파도를 그리며 복도를 달렸고, 나는 그 뒤를 천천히 따르며 비로소 긴장을 내려놓았다. 우리가 묵은 항구 전망 객실은 생각보다 훨씬 너그러운 공간이었다. 커다란 짐 가방 세 개를 아무렇게나 던져놓아도 아이들이 뒹굴 수 있는 틈이 충분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가오슝 항구의 풍경은 정직하고 평온했다. 거대한 화물선들이 느릿하게 수면을 가르는 모습은 마치 거대한 고래의 유영 같았고, 그 사이로 부서지는 3월의 햇살은 방 안 깊숙이 금빛 가루를 뿌려놓았다. 억지로 무언가를 계획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 그저 함께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 소란스러운 아이들의 웃음소리 틈에서 나는 아주 오랜만에 짧고 깊은 정적을 맛보았다. 그것은 여행이 주는 가장 달콤한 위로였다.
아이의 작은 세계를 확장시킨 가장 빛나는 순간은 언제였을까
둘째는 체크인하자마자 내 옷자락을 잡아끌며 "아빠, 여기 바다 속에 있는 집이야?"라고 물었다. 호텔 곳곳에 스며든 해양 테마가 아이의 눈에는 거대한 수족관처럼 보였나 보다. 하지만 진짜 환호성이 터진 건 레스토랑의 샐러드 바 앞이었다. 아이는 접시에 샐러드보다 알록달록한 열대 과일을 더 높게 쌓아 올렸고, 나는 그 옆에서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육즙이 가득한 텐더로인 스테이크를 썰었다.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고기의 풍미와 달콤한 과즙이 어우러진 식사는 그 자체로 축제였다. 저녁에는 타카오 1972에서 훠궈를 즐겼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붉은 국물 속에 야채와 고기를 넣고 기다리는 시간, 아이들은 젓가락으로 건더기를 건져 올리는 것을 '바다 낚시'라고 부르며 까르르 웃었다. 뜨거운 김이 안경에 서려 앞이 흐릿해졌지만, 아이들의 선명한 행복만큼은 또렷하게 보였다. 호텔 바로 옆 경전철 다이이역까지 걷는 길은 짧았지만 강렬했다. 뺨을 스치는 미지근한 바람은 부드러운 실크 스카프처럼 감겼고, 아이들은 그 바람을 맞으며 걷는 것만으로도 세상 모든 것을 가진 듯 신이 나 있었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그저 맛있는 것을 먹고 함께 걷는 것.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여행의 전부이자 완성이다.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마음 한구석에 남을 잔상은 무엇일까
체크아웃 전날 아침, 창가에 바짝 붙어 항구를 바라보던 아이의 작은 뒷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작은 손가락으로 유리창을 톡톡 치며 저 배들이 어디로 가는지 묻던 순수한 호기심들. 우리는 228 연휴의 인파를 피해 보얼 예술특구의 낡은 창고 사이를 느릿하게 걸었다. `Cheng Shi Shang Lv`의 바스락거리는 깨끗한 침구 속에서 보낸 늦잠, 그리고 복도 너머로 들려오던 다른 가족들의 다정한 웅성거림. 그런 사소한 소음들이 오히려 이곳을 낯선 호텔이 아닌, 잠시 빌린 집처럼 느끼게 했다. 모든 것이 매끄럽고 완벽한 여행은 아니었다. 아이들은 옷에 주스를 쏟았고, 나는 신발 끈이 풀린 채로 한참을 허둥지둥 걸었다. 하지만 그 엉망진창인 순간들이 모여 결국 '행복했다'는 한마디로 정리되었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때도 우리는 여전히 소란스럽겠지만 그래도 괜찮을 것 같다.
아이의 작은 손등 위로 내려앉은 3월의 햇살이 유난히 다정했다.
- 보얼 예술특구까지 천천히 걸으며 항구 도시의 여유로운 호흡을 느껴보세요.
- 타카오 1972의 훠궈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따뜻한 온기를 나누기에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