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유치함을 묵묵히 지켜본 다섯 가지 증거들
포커 카드: 매끄러운 플라스틱의 서늘한 촉감과 칩이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 그리고 공기 중에 섞인 진한 커피 향. 1층 공용 공간의 테이블 위에서 우리가 얼마나 유치하게 승부에 집착했는지 다 봤을 것이다. "이번엔 진짜 내 차례야!"라고 외치며 서로를 속이려 애쓰던 그 뻔한 표정들.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누군가의 허점을 발견했을 때 터져 나오던 낄낄거림과 환호성이 카드 틈새에 촘촘히 박혀 있다.
루프탑의 빈백: 몸을 깊숙이 집어삼키는 푹신한 질감과 뺨을 스치는 9월의 짭조름한 바다 내음, 그리고 서서히 붉게 물드는 노을의 온기. 태평양의 수평선을 배경으로 우리가 나눈 '아무 말 대잔치'의 유일한 증인이다. 누군가는 갑자기 인생의 허무함을 논했고, 누군가는 배가 고프다며 칭얼댔다. 빈백은 그 모든 무거운 철학과 가벼운 투정을 묵묵히 받아내며 우리를 포근하게 품어주었다.
공유 주방의 스테인리스 냄비: 차가운 금속성 광택과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매콤한 소스의 향기, 그리고 도마 위에서 들리던 불규칙한 칼질 소리. 야심 차게 준비한 팟럭 파티가 결국 시장에서 사 온 음식들의 조잡한 조합이었다는 사실을 이 냄비는 알고 있을 것이다. 서툰 칼질로 썰어놓은 엉망진창인 채소들. 완벽한 요리는 아니었지만, 좁은 주방에서 서로의 어깨를 부딪치며 웃던 소란함이 냄비 바닥에 붉은 흔적으로 남아 있다.
바스락거리는 흰 시트: 빳빳하고 서늘한 면의 촉감과 코끝을 스치는 깨끗한 세제 향, 그리고 피부에 닿는 쾌적한 에어컨 바람. 무료 자전거를 빌려 화롄 시내를 누빈 후, 땀에 젖은 채로 쓰러졌던 우리의 무력함을 기억한다. 쾌적한 냉방 아래서 엉켜 잠들었던 무질서한 자세들. "아, 진짜 더워 죽는 줄 알았어"라는 탄식과 함께 시트에 몸을 맡겼을 때, 우리는 비로소 이번 여행의 가장 위대한 성취인 '완벽한 낮잠'에 성공했다.
서상실의 낡은 책 한 권: 바랜 종이의 쿰쿰한 냄새와 손끝에 닿는 거친 종이 질감, 그리고 공간을 채운 나른한 정적. 읽는 척하며 5분 만에 옆 사람에게 말을 걸었던 나의 가벼운 위선을 지켜봤을 것이다. 책장 너머로 들려오던 친구들의 낮은 속삭임과 간헐적인 웃음소리. 무용하게 놓여 있던 그 책은 우리가 정적을 견디지 못하는 소란스러운 영혼들이라는 것을 가장 먼저 알아챘을 것이다.
이 공간들이 입을 열어 우리를 말한다면
아마도 그들은 우리를 '소란스럽지만 해롭지 않은 작은 폭풍'이라고 부를 것 같다. Yue Le Lv Dian의 미니멀한 인테리어는 정돈되어 있었지만, 그 속을 채운 우리의 행동은 전혀 정돈되지 않았다. 짐 가방을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신발을 짝짝이로 신은 채 루프탑으로 뛰어 올라가며, 밤늦도록 복도에서 낄낄거리던 모습들. "우리 진짜 어른 맞나?"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우리는 무방비하게 유치했다. 그들은 우리가 사회가 씌워준 어른의 가면을 잠시 내려놓고, 아주 오래전 잊어버렸던 천진함을 회복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관찰했을 것이다. 9월의 화롄 하늘이 유독 맑았던 이유도, 아마 우리가 쏟아낸 시시한 농담들이 공기 중의 먼지를 다 털어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은하수가 쏟아질 것 같던 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내일은 더 늦게 일어나자'고 약속했다. 효율과 성과를 따지는 세상에서 벗어나, 오직 무용한 즐거움만을 쫓던 그 짧은 시간들이 이 공간의 벽지와 바닥재 속에 촘촘하게 기록되었을 것이다. 그것은 꽤 근사한 기록이다.
태평양의 파도 소리가 아득히 들려오고, 우리는 다시 하얀 침대 속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 화롄 시내의 '향편식'에서 매콤한 홍유초수를 꼭 맛볼 것.
- 새벽 두 시, 루프탑에 올라가 아무 말 없이 밤하늘의 별을 세어볼 것.